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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소 인사이드 오카와 시게루 지음. 이콘
▲ 덴소 인사이드 오카와 시게루 지음. 이콘
ⓒ 윤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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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덴소라는 회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서였다. 그 다큐멘터리에서는 보쉬와 같은 해외의 유명한 부품소재 기업들의 경영방법을 소개하면서 그들과 우리의 기업들의 상황을 비교하고, 부품소재 스스로 브랜드를 갖추라는 내용의 다큐멘터리였다.

사실 우리는 덴소는 모르지만 일본 자동차는 잘 알고 있다. 알고만 있을 뿐인가? 일본의 도요타, 혼다, 닛산. 이 세 브랜드는 전 세계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일본인 스스로도 자부심을 가질 만큼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 자동차들에 우리가 모르는 덴소라는 회사의 부품이 들어가지 않는 차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현대모비스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덴소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세계 최고의 부품회사 가운데 하나인 덴소. 하지만 책을 통해서 본 덴소는 어쩌면 행운아인지도 몰랐다. 도요타에 뿌리를 두고 있던 덴소는 1949년에 회사의 분리를 단행한다.

그리고 때마침 전쟁으로 인해서 기술의 소멸을 우려한 보쉬가 덴소에게 접근하여, 파격적으로 그들의 기술을 이전시켜주었다. 그들은 A부터 Z까지 덴소에 관여하여 빠른 시간에 덴소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덴소의 사원들은 습자지처럼 기술을 흡수했다.

세계 최고의 기술로 통하던 보쉬의 기술력을 이어받은 그들은 대기업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품질로서 승부했다. 그리고 보쉬의 디젤엔진을 뛰어넘는 '커먼레일'을 개발해내기까지 했다. 그들의 발전의 원동력에는  시기적절했던 기술이전도 있었지만 또 한 가지의 요인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일본 사회의 평평한 기업관계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덴소를 보면서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바로 우리의 상ㆍ하청구조의 폐단이라고 생각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본 대기업의 횡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했다. 대기업들은 하청에게 터무니없는 단가를 요구했고, 그 가격에 맞추기 위해 내구성이 확연히 떨어진 구색 갖추기에 급급한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부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부품 업체는 빡빡한 단가로 인해 연구개발비는 꿈에서나 바라볼 수 있을 정도였다. 대기업들이 "너희 부품 안사도 중국제나 다른 단가 맞는 기업들 찾아서 사용하면 된다"며 협력업체를 자신의 발밑에 두는 횡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한국 자동차는 "어차피 몇 년 타다가 버리는 차량"이라는 인식 그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덴소가 기술이전과 평평한 기업관계로만 이루어진 회사는 결코 아니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가 끊임없이 진화해나갔으며, 그 중심에는 '사람'이 존재했다. 나는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덴소 내의 기능인 육성정책이라든지, 꾸준한 사내대회를 통한 기능 장려정책을 보면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뭐랄까 마치 프로구단이 유망주를 스카우트해서 팜에서 키우는 것과 같이 그들은 일찌감치 가능성이 보이는 인재를 찾아내서 그들을 스스로의 입맛에 맞게 키워냈다.

그러나 덴소는 그들에게 무조건 기술, 그것 하나만을 강요했던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들의 인재 육성의 기본은 바로 '심ㆍ기ㆍ체를 주루 갖춘 인재' 그것이었다. 덴소가 길러낸 심ㆍ기ㆍ체를 주루 갖춘 인재들은 스스로 전문가 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모두가 함께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맡은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회사의 힘을 믿고 있었다. 그들은 단순한 회사의 부속품이 아니었다. 그들은 전체의 라인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담당하는 부분의 중요성에 대해서 확실하게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덴소의 20세 말단 여직원의 의문을 제기하는 한 마디로 회사의 생산라인을 멈추게 할 수 있었으며,  고성능의 디젤엔진 분사방법을 상용화시킬 수 있었고, 기능올림픽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덴소와 우리 사회의 기업들을 비교하면서, 나는 대부분의 우리 기업들이 사원들을 벨트가 돌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부속품 따위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흔히 우리 기업들은 그들이 오랜 시간 일을 하면서 얻은 경험들을 새로운 직원의 몇 달간의 교육을 통하면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경험을 중시하는 덴소의 회사정신이 만들어내는 성과들을 바라보면서 이것은 큰 오산이라는 생각을 했다.

<통찰력>이라는 책에서 우리의 생활 그 자체가 학습하고 있는 중이며, 무의식중에서 가장 최적의 상태가 어떤 것인지 계속적으로 탐구해나간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사원의 무분별한 정리 해고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회사의 자산을 제 스스로 깎아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물론, 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섭섭하고 아쉽고 분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조금 더 노사의 양방향에서 더 나은 해결책은 없단 말인가? 자기들이 살았다고 노노간의 싸움은 불가피한 것일까? 아직은 해답을 잘 모르겠다. 조금 더 덴소를 보면서 노사가 전부 만족할 수 있는 바람직한 회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덴소 인사이드

오카와 시게루 지음, 유주현 옮김, 이콘(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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