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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교육위원님, 잠시 말씀 좀....

A 교육위원 "됐습니다. 할 말 없습니다."

 

26일 오후 수원시 조원동에 위치한 경기교육복지종합센터 개관식 현장. 어렵게 만난 경기도 교육위원회 한 위원은 불쾌한 듯 자리를 피했다.

 

"저쪽에 가면 다른 위원들 많으니까 그쪽 가서 물어봐요. 왜 하필 나야···."

 

이날 개관식 행사에는 경기도 교육위원 7명이 참석했다. 이철두 의장, 조현무, 최운용, 한상국, 유옥희, 강관희, 정헌모 위원. 이들 중 뒤 다섯 위원은 23일 본회의에서 농산어촌 지역 초등학교 무상급식비 등 예산삭감에 동의했다.

 

"우리가 언제 애들 굶겼다고! 언론이 후안무치 인간으로 몰아"

 

즉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주요 정책 예산 삭감에 찬성한 위원 7명 중 5명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사실 23일 이후, 예산 삭감을 밀어붙인 교육위원들을 만나기는 무척 어려웠다.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이들은 휴대전화는 물론 집 전화까지 받지 않았다. 한 마디로, 연락두절. 어렵게 만났으니 '들이댈' 수밖에 없었다.

 

기자 "급식비 삭감 때문에 비판 여론이 높은데요."

B 교육위원 "언론이 우리를 후안무치한 놈들로 몰잖아요! 언제 우리가 애들을 굶겼다고! 언론이 왜곡보도를 하고 있어! 그리고 뒤에서 여론을 몰아가는 세력이 따로 있어요!"

 

대화는 잘 되지 않았다. 교육위원들은 행사가 끝난 뒤 서둘러 현장을 뜨려 했다. 한참을 설득해야 했다. 결국 편집 없이 '멘트' 그대로를 전달한다고 약속한 뒤에야 교육위원 6명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 이철두 의장은 이 자리에서 빠졌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지금, 교육위원들은 자신들의 결정을 후회할까? 정말 많은 시민들의 생각처럼 김상곤 교육감이 미워서 '발목잡기'를 한 것일까? 도대체 왜 이들은 아이들 밥값을 깎았을까?

 

경기교육복지센터 관장 사무실에서 교육위원 6명의 '예산 삭감' 후일담과 비난여론에 대한 심경을 들어봤다. 이들 중 조현무 위원은 지난 23일 삭감 찬성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기권'을 했다.

 

- 비난 여론이 폭발하고 있는데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강관희 "말도 하지 마요. 새벽 2시에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도 있어요!"

유옥희 "(휴대폰 꺼내며) 오늘 하루에만 비방과 욕설 문자가 137건이 왔어요. 너무 심하지 않아요?"

한상국 "정말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이 많아요.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할까 고민 중입니다. 이것 좀 사진으로 찍어가세요."

 

한 위원은 문자 메시지 몇 개를 보여줬다. 이어 다른 위원들도 휴대폰을 꺼내 보여줬다.

 

"밥 처먹지 마십쇼. 불쌍한 애들 굶기고 밥을 넘기면 사람도 아니죠."

"교육감 왕따 시키려고 그런 거냐? 개자식들아 왕따시키는 건 알 바 아닌데, 애들은 뭐냐?"

"언제까지 정권의 딸랑이 짓을 할 것인가요? 자치단체 선거가 얼마 안 남았군요."

 

"무상급식 왜 깎았냐고? 굶는 애들 없다, 우선 순위 정해서 시행해야"

 

- 시민들이 분노가 대단합니다. 왜 예삭을 깎았습니까. 

조현무 위원이 먼저 수첩을 꺼내고 구체적 수치들 들며 길게 이야기했다.

 

조현무 "사람들이 뭔가 오해하고 있습니다. 이미 경기도교육청은 약 564억 3000만원을 들여 15만9719명에게 무상급상 혜택을 주고 있어요.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성남은 3학년에서 6학년까지, 과천은 초등학생 모두, 포천은 200명 이하 학교에서 무상급식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추경예산에서 통과된 금액까지 합치면 경기도에서 학생 총 22만 명이 무상급식을 하는 겁니다. 이미 어려운 아이들은 다 국가에서 먹여주고 있다는 겁니다. 무상급식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천천히 단계적으로 하자는 겁니다. 300명 이하 학교는 무상급식하고, 왜 310명 학교는 안 됩니까? 사람들이 우리 뜻을 잘 몰라서 그래요."

 

정헌모 "경기도 초중고 중 34%가 급식시설이 없고, 12%가 급식시설과 교실을 같이 사용합니다. 급식비 낼 수 있는 아이들은 내게 하고, 국가 세금으로는 이런 시설 먼저 고치는 게 시급한 거 아닙니까?"

한상국 "급식 예산 삭감했다고 다른 데 쓰는 거 아닙니다. 그 돈 그대로 남아 있어요. 잘 검토해서 다음 추경에서 다시 의결할 수 있어요."

 

유옥희 "안양에는 300명 이하가 다니는 초등학교가 없어요.(유 의원의 지역구는 안양·군포·안산·과천·의왕이다) 시민들이 잘 몰라서 그래.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 굶는 아이들이 없어요. 도대체 누가 굶어?"

 

최운용 "요즘 굶는 아이들 없지."

한상국 "굶는 아이들 없어요. 국가에서 다 도와줘요."

 

저마다 한 마디씩 한다.

 

"요즘 누가 굶어?"

"굶는 애들 없어."

"이미 국가에서 다 해주는데 누가 굶는다는 거야!"

 

 

- 그러면 시민들의 분노는 모두 오해라는 뜻인가요?

최운용 "신문들을 보세요. 우리가 치졸하게 애들 굶기고 이익 챙기는 사람으로 나와요."

정헌모 "평생 경기도 교육 발전을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요. 생각이 다르다고 그렇게 사람을 매도 해도 됩니까?"

 

강관희 "사실 저는 급식비 분노는 그냥 핑계라고 봅니다. 혁신학교 예산 100% 깎여서 괜히 그러는 거예요. 이번 사건은 누가 뒤에서 시민들을 조종하고 있는 겁니다. 전교조가 권역별로 나눠 시민들 선동해서 우리 공격하는 겁니다."

 

"시민들의 분노, 전교조 등이 배후조종"

 

- 그럼 이번 시민들의 분노도 전교조의 배후 조종이라고 보는 겁니까?

강관희 "틀림 없어요."

한상국 "그들은 어차피 우리가 잘 해도 칭찬 하는 사람들 아니에요. 누구라고는 말 못하지만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 그러면 23일 예산 삭감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까? 다시 선택을 해도 깎을 겁니까?

유옥희 "예, 후회하지 않아요."

최운용 "옳은 판단이었다고 봐요."

한상국 "굶는 아이들 없습니다. 잘 한 판답입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 김상곤 교육감이 미워서 '발목잡기' 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유옥희 "미우면 왜 예산을 깎아요? 오해입니다, 오해."

정헌모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판단한 겁니다."

강관희 "아무리 김 교육감 공약이라도 그렇죠. 상황이 맞아야 예산을 투입하는 거죠."

 

- 그러면 왜 다른 예산은 거의 손을 안 대고, 김 교육감 주요 정책에만 손을 댔나요.

정헌모 "한 마디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입니다. 우연이에요."

최운용 "새 교육감 새 정책이니까, 그만큼 고민하고 손 댈 게 많지 않겠어요?"

 

 

- 그래도 초등학생들 무상급식 하면 아이들은 물론이고 도민들이 좋아할텐데요.

유옥희 "아무리 좋다고 해도, 정책의 방법이 틀렸어요. 왜 300명 이하만 무상급식입니까."

최운용 "경제 형편이나 개인 사정을 고려하면서 해야죠."

정헌모 "대충 급한 사람들은 이미 다 도와주고 있어요. 점진적으로 해야죠."

 

"무상급식 예산 삭감 잘한 선택, 후회 없다" 

 

자리를 정리할 즈음 마지막으로 예산안 삭감을 추진한 교육위원들에게 다시 물었다.

 

- 정말로 23일 예산 삭감 선택은 올바른 판단이었다는 거죠? 김상곤 교육감이 미워서 그런건 절대 아니고.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한 달 밖에 안 된 교육감인데 왜 미워 합니까?"

"옳은 판단이었습니다."

"민주적으로 처리된 겁니다."

"시민들도 우리 뜻을 알면 지지할 거예요."

 

이들은 동료 위원들이 한 마디 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또 이들은 "내용을 알면 곧 시민들도 우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였을까? 교육위원들은 처음과 달리 이야기를 마칠 때는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있는 그대로만 보도해주시면 됩니다. 언론들이 너무 왜곡을 심하게 해서. 허허허."


태그:#경기도 교육위원회, #김상곤,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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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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