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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어묵을 먹은 분식집 앞
 이명박 대통령이 어묵을 먹은 분식집 앞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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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대형마트 들어오게 해놓고 지금 와서 뭐 하자는 거야? 그냥 '보여주기식'이지."
"대통령이 위기감을 느껴 방문한 것 같은데, 이미 늦어버렸지."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외대역 앞 골목상가 상인들의 반응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만큼 훈훈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방문한 다음 날인 26일 오전 11시 외대역 앞 골목상가. 전날의 북적대는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없다. 이 대통령이 다녀간 식당과 노점상에서는 장사가 되지 않아 힘들다는 푸념만 들릴 뿐이었다.

"시계 줄 돈으로 서민들 도와줬으면"

이 대통령이 다녀간 후에도 골목상가의 모습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골목에서 노점상을 하는 박아무개(69)씨는 "시커먼 양복을 입은 사람들과 대통령이 정신없이 움직이더니 금세 사라졌다"며 "대통령이 와봤자 다음날 장사가 되지 않는 건 매한가지"라고 한탄했다.

소규모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아무개(59)씨는 "대통령이 방문하기 3~4일 전부터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대통령과 함께할 사람을 모집했다"라며 "주민번호부터 시작해서 신원조회를 했다고 하던데, 나는 관심이 없어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대형마트 허가해놓고 이제 와서 소상공인 걱정하면 어쩌란 소리냐"며 "2010년 지방선거 때문에 떨어진 지지율 올리러 온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질타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함께 다닌 상인들에게 청와대 시계를 줬다는데 그래도 되는 건가 모르겠다"며 "그럴 돈으로 서민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외대역 인근에는 'ㅇ마트' 'ㅈ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들어서 있다. 이 때문에 골목상가의 소형 슈퍼마켓은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김씨도 조만간 슈퍼마켓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상공인을 위해 힘쓰겠다"는 이 대통령의 말이 상인들에게 곱게 들릴 리 없었다. 특히 슈퍼마켓과 과일가게 주인들은 이 대통령 이야기를 꺼내는 걸 꺼렸고, 인터뷰도 거절했다. 이는 흉흉한 '서민 민심'을 대변하고 있는 듯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묵을 먹은 분식집 앞.
 이명박 대통령이 어묵을 먹은 분식집 앞.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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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나올까 봐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이문동에서 과일 노점상을 20년 넘게 운영했다는 윤태봉(66)씨는 기자가 다가가자 무엇을 물어볼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내가) 성격이 다혈질이라 이 대통령을 만나면 쓴소리부터 나올까 봐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며 "보좌관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같이 이야기를 나누자고 불렀지만 못 들은 척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5일 오전부터 인근 주차장과 골목에 버스와 고급 승용차들이 들어찼다"며 "골목 100m가량이 사람들로 꽉 차서 진짜 오랜만에 '시장통' 같았지만 그것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이 대통령에게 하려고 했던 쓴소리를 기자에게 뱉어냈다.

"서민들이 대통령에게 이야기해봤자 신세 한탄밖에 더 돼? 노점에 앉아서 하루 동안 장사 해보라고 해봐. 직접 와서 느껴야지 만날 이야기만 들어가면 뭐하냐는 말이야. 대통령이 노점상을 응원하고 갔다고 하는데, 난 아직도 허가받지 못한 불법 노점상이야."

이 대통령이 어묵을 먹었던 분식집 직원도 한숨을 내쉬었다. 주아무개(53)씨는 "살기가 너무 힘드니까 대통령이 다녀가도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다"며 "가장 저렴한 음식인데도 갈수록 매출이 줄고 있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문동에서 자취를 하는 대학생 김진후(25)씨도 "갑작스러운 시장 방문이 '쇼'라는 비판도 있지만, 밖으로 나와서 서민들과 함께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대학교에도 방문해 반값 등록금 공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대통령의 방문에 희망을 찾았다는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 대통령이 상인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던 식당의 주인 이경례(56)씨는 "여러 상인들 앞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희망을 찾았다"며 "항상 좋은 면만 보여줄 수 없지 않느냐, 좀 더 참고 기대해보자"고 말했다.

26일 낮 12시 이문동 골목상가는 손님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26일 낮 12시 이문동 골목상가는 손님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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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환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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