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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버마?
버마의 영문 국호가 군사정권에 의해 1989년에 '미얀마'로 바뀌었지만, 영국과 프랑스, 호주, 미국 정부를 비롯해 영국 BBC방송과 타임, 워싱턴포스트 등의 언론기관 및 세계의 많은 인권단체들은 군사독재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의미에서 계속 '버마'라고 부르고 있다

2009년 6월 19일은 버마의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64번째 생일이다. 수치 여사는 버마 최대 야당인 민족민주동맹(NLD) 당수이자 19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군사독재 하의 버마에서 민주화운동을 이끌다 13년 7개월을 가택연금 상태로 지냈다.

아웅 산 수치 여사 버마 민주화운동을 이끌던 아웅 산 수치 여사는 감옥에서 64번째 생일을 맞게 되었다.
▲ 아웅 산 수치 여사 버마 민주화운동을 이끌던 아웅 산 수치 여사는 감옥에서 64번째 생일을 맞게 되었다.
ⓒ 미국 국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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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가택연금이 풀리기 2주 전인 지난 5월 13일에 수치 여사는 체포되어 감옥에서 생일을 보내게 되었다. 5월 초 한 미국인이 가택연금 중인 여사의 집에 무단으로 찾아와 이틀을 머물렀다는 이유 때문이다. 가택연금 동안에는 지지자나 외국 방문자, 언론과 접촉이 철저히 통제되었는데, 이를 어겼다고 최고 5년 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한다. 여사의 다음 공판 날짜는 일주일 후인 6월 26일이다.

버마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료에 의하면 2008년 버마의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약 1,200달러로 세계에서 205위 수준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수준은 더욱 심각하다.

1962년에 민주적으로 선출된 버마 정부가 군사 쿠데타로 전복된 이래 버마는 세계에서 가장 인권 상황이 나쁜 국가로 남아 있다. 1988년 국민의 민주주의 요구를 총칼로 짓밟으며 국가법질서회복평의회(SLORC: 1997년에 국가평화발전평의회(SPDC)로 개칭됨)가 권력을 잡은 이후 버마의 인권 상황은 훨씬 심각해졌다. 버마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다 수천 명이 군대의 총칼에 학살되었으며, 수십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버마 지도 버마는 인도와 중국, 인도차이나반도 사이에 있는 나라로 남한 면적보다 7배 정도 넓다.
▲ 버마 지도 버마는 인도와 중국, 인도차이나반도 사이에 있는 나라로 남한 면적보다 7배 정도 넓다.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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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인권단체 영국버마캠페인(Burma Campaign UK)에 의하면 버마에서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우선, 표현의 자유가 없다. 예술 전시도 군사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스포츠와 연예 잡지 외에는 독립적인 간행물도 거의 없지만 그나마도 매우 엄격한 검열을 받고 있다. 당국의 언론검열위원회는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기사를 발견하면 가차 없이 삭제한다. 방송은 더욱 심한 통제를 받으며, 국영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군사정권의 핵심인 장군들이 각종 행사에서 리본을 자르거나 연설하는 장면만 끊임없이 보여준다.

1996년에 국가법질서회복평의회는 군사독재정권의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에게 최고 20년 형을 구형할 수 있는 법을 만들었다. 1996년에 제정된 '컴퓨터과학발전법'은 당국의 허가 없이 팩스나 모뎀을 가지고 있을 경우 최저 7년에서 최고 15년 형에 처하게 만들었다. 컴퓨터 등의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국가 안정을 해치는 자에게도 똑같은 처벌이 내려진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법률에 의해 지난해 11월 버마의 한 블로거는 20년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버마에서는 장군의 말이 곧 법이다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민족민주동맹(NLD) 같은 야당의 활동은 삼엄한 감시 아래에 있으며, 참여자들은 정치적인 박해를 받거나 수감되기까지 한다. 영국 외교부의 보고서에 의하면 버마에 2,100명 이상의 정치범이 구금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수감 중에 목숨을 잃었다. 1990년 5월 선거에서 전체 의회 의석의 80%를 차지했던 민족민주동맹 소속 후보들 가운데 일부는 아직까지 수감되어 있다.

노동조합도 허용되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버마에서 군사정권에 의해 강제노동이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여러 차례의 시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군사정권이 강제노동을 없애지 않자 국제노동기구는 2000년 10월에 모든 회원국가의 정부와 노동조합, 고용주에게 버마 정권과 함께하는 협력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버마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버마에서 벌어지는 강제노동 군대에 의해 끌려나온 버마 주민들이 도로 공사를 하고 있다.
▲ 버마에서 벌어지는 강제노동 군대에 의해 끌려나온 버마 주민들이 도로 공사를 하고 있다.
ⓒ Shwe Gas Mov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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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버마에서 기본적인 인권과 민주주의가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1990년대 중반부터 버마에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다. 버마에 무기 수출을 금지했으며, 유럽연합에 파견된 버마 외교사절 가운데 무관들을 다 추방했다. 인도주의 목적 이외의 모든 원조를 금지했으며, 독재권력의 핵심기관인 국가평화발전평의회의 모든 구성원과 그 가족 및 일부 기업 관계자의 유럽 내 자산을 동결시켰으며, 이들에 대한 비자 발급도 금지하고 있다. 

미국도 다양한 제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버마에서 민주화 요구에 대한 대규모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고 판단하여 1997년 5월 버마에 대한 자국민의 신규 투자를 금지하며, 자국민이 제3국 자산의 버마 투자를 중개하거나 관여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2003년 7월에는 버마의자유와민주주의를위한법률(BFDA)을 제정하여 버마에서 생산되는 물품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였으며, 버마 정부와 군 고위 관계자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시켰다. 달러화 송금도 금지시켰다.

한 달여 전에 수치 여사가 투옥되면서 버마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영국 브라운 총리 등 세계의 지도자들이 수치 여사의 석방과 민주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버마 군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러한 제재에 소극적이었던 아세안조차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금씩 버마의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버마의 민주화 요구 외면하는 대한민국

한-버마 정상회담 2009년 6월 2일 제주에서 떼인 세인 버마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했다.
▲ 한-버마 정상회담 2009년 6월 2일 제주에서 떼인 세인 버마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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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초에 제주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 버마의 떼인 세인 총리도 참석했는데, 그는 육군 대장으로 버마에서 네 번째로 높은 고위 장성이다. 게다가 그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총리가 아니라 군부에 의해 임명된 총리로 서방세계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합법적인 정통성을 가진 총리는 바로 1990년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아웅산 수치 여사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이명박 대통령은 6월 2일 버마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두 나라 사이에 "상호보완적 경제구조로 인해 경협 잠재력이 큰 만큼, 앞으로 양국간 교역 및 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으며,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에너지·자원 개발, 발전소 건설 등 분야에 한국기업의 진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총리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당시 아웅산 수치 여사 투옥으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대통령은 "미얀마 정부가 민주화 이행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화합 및 실질적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바란다"고만 언급했다고 한다. 그 정도의 이야기는 버마 군부독재자들도 할 수 있는 이야기 아닌가?

해외 자원 개발 위해 그 나라 국민의 인권 유린해도 되나?

한국이 버마에서 가장 눈독을 들이는 것은 풍부한 천연자원이다. 특히,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슈에(Shwe; '쉐'라고 불리기도 한다) 천연가스 개발은 지금 버마 최대의 개발사업으로 손꼽힌다. 군사독재정권에는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지만, 이미 이 사업으로 인해 강제노동과 토지 수탈 등을 포함해 군대에 의한 인권 유린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지구권리국제본부(EarthRights International; ERI)와 슈에가스운동(Shwe Gas Movement; SGM) 등의 인권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지난해 10월에는 슈에 가스 개발과 관련한 인권 문제와 환경영향 등을 개선하도록 촉구하는 48쪽 분량의 문건을 한국 정부에 제출하였다. 이 문건에서 이들은 대우인터내셔널과 가스공사가 주도하는 쉐 가스전 개발이 국제인권법 위반을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위반하고 있는지 자세히 적시하였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러한 지적을 무시하고, 오히려 대우인터내셔널의 슈에 가스전 개발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이 소위 '녹색성장'의 핵심과제로 등장한 상황에서 인권을 유린하고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천연가스 개발은 계속 진행될 것 같다.

우리는 언제쯤 천박한 싸구려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이웃 나라의 인권 신장과 민주주의 확산, 자연환경 보전에도 관심을 가지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환경연합 홈페이지와 필자의 블로그(다음,네이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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