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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VP에서 출판한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우종학 박사는 예일대학교에서 천체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나사(NASA)에서 수여하는 '허블 펠로우십'으로 UCLA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서울대학교 천문학과 교수로 부임할 예정이다.
 IVP에서 출판한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우종학 박사는 예일대학교에서 천체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나사(NASA)에서 수여하는 '허블 펠로우십'으로 UCLA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서울대학교 천문학과 교수로 부임할 예정이다.
ⓒ 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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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선배가 생물 시험에서 진화론에 대한 문제는 답을 알면서도 안 써서 1등을 놓쳤대."

신앙심도 깊고 공부도 잘하는 교회 선배가 타락한 학문과 타협하지 않고 도도히 믿음을 선택했으니 독실한 크리스천 학생들에겐 그야말로 환상적인 간증거리다. 적어도 10여 년 전까진 그랬다.

모르긴 몰라도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를 쓴 우종학 박사도 앞에서 말한 '아무개 선배'에 가까운 인물이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보수적인 장로교회에서 모태신앙으로 자라면서, 중고등부 회장을 도맡았고 교회 안팎에서 모범적인 크리스천으로 통했던 그다.


신실한 '아무개 선배'였던 그가...


그런 그가 천문학을 전공하고, '블랙홀'을 연구하는 천문학자가 됐다. 교회에선 천지창조가 6000년 전쯤에 일어났다고 가르치는데, 우주의 나이를 140억 년으로 계산하는 타락(?)한 천문학을 전공했으니, 신앙과 전공 사이에서 번민이 적지 않았을 터다. 책에서도 그런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과학자의 길을 꿈꾸었고, 그 길을 걷게 된 나에게 '창조 - 진화' 논쟁을 비롯하여 과학과 신앙의 관계를 이해하는 일은 커다란 숙제였다. 나 스스로가 과학과 신앙이 대립하는 듯싶은 이슈들을 깊이 고민해야 했다."

<무신론 기자…>에는 이런 그의 오랜 고민이 담겨 있다. 그는 그간의 고민에 대한 결론을 한 문장으로 압축해 이렇게 표현했다.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과학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허무할 만큼 단순하지만 우 박사를 탓할 일이 아니다. 성경도 과학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신앙과 과학에 대해 설익은 의견을 쏟아냈던 한국 교회 탓이다. 

저자는 순수과학을 연구하는 학자인 만큼 과학에 대한 설명에 치중하면서 글을 전개해간다. 과학과 신앙이라는 부담스런 주제를 알기 쉽게 풀어쓰기 위해 '박 기자'라는 무신론 기자와 '한 교수'라는 크리스천 과학자라는 가상인물을 동원해 대담 형식으로 저술했다.

신앙과 과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소개했을 뿐인데

1부에서는 과학과 기독교 중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현실에 딴죽을 걸고, 과학과 신앙이 공존할 수 있는 제3의 길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리고 '창조과학이 기독교의 유일한 견해다', '과학자들은 모두 무신론자'라는 등의 과학과 신앙에 얽힌 대표적인 오해들을 짚어가며, 해묵은 편견을 걷어내는 작업을 했다.

2부에서는 본론으로 들어가 과학과 신앙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을 보여준다. 과학과 신앙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이거나 상호보완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각 견해의 장단점을 일러주면서 독자가 알아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을 통해 본인의 의견을 명시한 것도 아니고, 과학에 대한 기독교계의 다양한 시각을 소개한 정도지만, 강영안 교수(서강대 철학과)는 추천사에서 "한국 교계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창조과학이 한국 기독교 내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제3의 시각을 거론하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는 한국 교계의 풍토를 우회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독실한 크리스천 과학자인 만큼 '과학을 숭배하는 무신론자들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는 우 박사는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무신론 과학자들의 논거들을 반박하면서, 과학에 기대어 기독교와 복음을 폄하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 박사는 창조과학의 문제점도 짚고 넘어갔다. 과학에 대한 창조과학자들의 불필요한 두려움을 지적하면서, 자신들이 비판하는 과학적 결론으로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증명하려 드는 창조과학자들의 자기모순을 꼬집었다.

애초에 신앙과 과학의 관계를 190페이지짜리 책으로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출판 전부터 다양한 비판이 눈에 선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라고 응수했다. 신앙과 과학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바로잡고, 과학과 신앙을 보는 다양한 견해를 쉽고 간단하게 전달하는 것이 저자의 주목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간 나왔던 이야기들, 그 이상 아무것도 없다'는 비판은 잠시 접어둘 만하다.

강영안 교수가 "아직 젊은지구론과 오랜지구론의 대립조차 극복하지 못하고 지적설계론도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한국 기독교계의 상황을 진단한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한국 교회의 상황을 탓해야 할 게 아닌가 싶다.

신학자들에게 넘어간 '지적 성실성'의 바통

오늘날 '지구는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창조과학은 과학자들에겐 이슈 거리가 전혀 되지 않는다고 우 박사는 말했다. 그는 창조와 진화의 논쟁은 더 이상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신학의 문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한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해, 창조 기사의 하루를 24시간으로, 천지창조가 6일 만에 일어났다고, 그래서 지구 나이를 6000년으로 계산하는 '나쁜 신학'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우 박사가 책과 강연을 통해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제대로 성경을 해석해야 하고, 올바른 창조의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 박사는 프롤로그에서 역사학자인 마크 놀의 말을 빌려 <무신론 기자…>의 저술 동기를 언급했다. "과학계에 기독교적 지성이 부재한 이유는 바로 크리스천 과학자들이 무신론 과학자들의 주장이나, 창조과학자들의 주장에 대해 침묵했기 때문이다. 우 박사는 크리스천 과학자들의 침묵을 지적하며, 이런 침묵은 "지적 성실성(integrity)에 대한 문제"라고 규정했다.

우 박사는 이번 책을 통해 부족하나마 크리스천 과학자로서 지적 성실성에 대한 부담감을 어느 정도 털어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 박사가 털어낸 지적 성실성에 대한 부담감은 고스란히 한국 교회의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에게 넘어갔다.

10여 년 전에 후배들의 존경을 받았던 '아무개 선배'가 아직도 교회에서 존경받고 있다면 크리스천 과학자들 때문일까, 알면서도 침묵하고 있는 신학자와 목회자들 때문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주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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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갈등전환센터 센터장 (함께하는경청 기획운영위원,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