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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한미동맹을 군사동맹 차원을 넘는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맹으로 확대하며, 한반도 유사시에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는 '확장 억지력'(extended deterrence) 개념을 명문화하는 데 합의했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싱턴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oval office)'에서 진행한 50분간의 단독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한미동맹 공동비전'(Joint vision for the Alliance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을 채택했다. 두 사람은 정상회담에 이어 백악관 내 '로즈 가든'(rose garden)에서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정상회담 의제의 키워드는 '북한'이었다. 두 정상은 최근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도발행위와 위협'이라고 비판하면서, "북한은 이제 과거 방식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 대통령), "도발행위에 대한 보상이라는 패턴을 깨야 한다"(오바마 대통령)는 공통의 인식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데에도 뜻을 같이했다. 

 

또 '한미동맹 공동비전'에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인 인권 존중과 증진을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북한이 강하게 반발해온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MB 강경 발언, 개성공단 폐쇄가능성도 시사... 오바마, 비난 속에서도 '협상'

 

이처럼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조하는 가운데서도 두 정상 간의 대북발언에는 온도차이가 있었다. 이 대통령의 대북 비난강도가 거셌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60년 전에 한국을 침범해서 전쟁을 일으켰고, 그 이후에 수많은 위협을 했고, (남한은)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양국이 오늘과 같은 한미 공조를 밝힘으로써 북한은 전쟁에 대한 미련이 있지만 실행에는 못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전쟁을 원한다고 비난한 것이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비난하는 속에서도 "이것(북한의 공존)은 평화로운 대화를 통해서, 협상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질문에 답하면서 "제가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다른 노선이 있다고 말씀 드렸는데, 세계 사회로 편입할 수 있다", "우리는 협상(negotiation)에 임할 자세가 돼 있고, 이런 협상을 통해서 북한이 이웃국가와 공존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북한이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하면 개성공단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현재로선 대답할 수 없다"며 폐쇄가능성을 시사하는 강경 발언을 했다. "개성공단 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정부는 물론 본인의 기존 태도와도 다른 것이었다.

 

북한이 토지사용료와 노동자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북의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19일 개성공단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당국자간 회담에서 북측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한미동맹 공동비전' 채택 - 이미 반발했던 중국, 어떻게 나올까

 

청와대는 '공동 비전' 채택 및 여기에 '핵우산' 개념을 명문화한 것을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물로 꼽고 있다. '공동비전'은 지난해 4월 이 대통령과 조지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21세기 전략적 동맹'을 문서화한 것으로, 양국간 협력을 군사 동맹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학술·시민사회·기업 등 모든 분야로 확대하고 지역 및 세계적 차원의 기여를 활성화하는 차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전략동맹의 비전으로 가치동맹, 신뢰동맹, 평화구축동맹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었다.

 

'공동비전'에 대해선 이미 적지 않은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우선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중국은 지난해 5월말 '한미전략동맹'에 대해 "냉전시기의 군사동맹으로는 세계와 지역이 당면한 안보문제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고 비판했었다. 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던 때 나온 비판으로, '한미전략동맹'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또 한국이 미국의 세계전략에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공동비전'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과 같이 평화유지와 전후 안정화, 개발원조에서 공조를 제고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미국이 이 지역에 파병을 포함한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확장억지력' 명문화 - "핵군축협상 주장하는 북한 전략에 말려든다" 지적

 

'확장억지력'의 명문화는 2006년부터 양국 국방장관급 협의 채널인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명시해오던 것을 이번에 정상회담 수준으로 격상시킨 것으로, 핵군축협상을 주장하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동시에 한반도를 '핵 대 핵' 대결구조로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외교안보전문가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북한은 6자회담에서 말하는 '검증 가능한 핵 폐기' 대상이 핵 프로그램과 시설들만이며, 핵무기의 폐기와는 다른 것이라고 한다"면서 "핵무기 해체는 미국이 남한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제거할 때 같이 하겠다는 것인데, 확장 억지를 명시하면 결국은 북한의 술수에 빠지는 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뺀 '5자회담' - 성사가능성 미지수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을 뺀 '5자회담'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한미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6자회담 참가 5개국이 협력해서 북한 핵을 확실하게 폐기시키기 위한 더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감 차이는 느껴지지만 오바마 대통령도 '효과적인 방안을 찾자'는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5자회담은 2003년 6자회담이 시작될 때부터 북한을 고립시키는 방안으로 네오콘이 제기해왔으나, 중국의 반대로 성사된 적이 없다. 최근에도 중국은 북한의 2차핵실험에 대한 제재에는 동의했지만, 북한의 고립화는 반대하고 있다.

 

한미FTA 조기 비준 - 미온적인 오바마 "말보다 마차를 앞세우고 싶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FTA 비준에 미온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진전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으나, 원칙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미FTA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오바마 대통령은 "미 의회에 언제쯤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국가 간의 통상교섭도 어렵다. 한국 같은 경우에는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 쟁점이 될 수 있고, 미국 같은 경우에는 자동차와 관련해서 과연 동등한 교역이 있을 것인지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이런 우려, 쟁점들은 다 이해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에 대한 불만족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그는 이어 "말보다 마차를 앞세우고 싶지는 않다, 순서가 제대로 지켜져야 된다는 것"이라며 "제가 미국민들을 위해서 괜찮다고 생각하고, 이 대통령께서 한국민들을 위해서 옳다고 생각할 그 시점에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통령이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 대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접견한 이후 청와대 쪽에서는 "한미FTA 조기비준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는 기대감을 내놨지만, 정작 오바마 대통령은 '문제점'을 제거하기 전까지는 비준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 예정대로 진행

 

북한의 2차핵실험 이후 국내 보수 세력들은 전작권 환수를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청와대는 양 정상이 "전작권 전환이 양국이 합의한 전략적 전환계획에 따라 원활히 이행되고 있으며, 북한의 위협을 주시하면서 전반적 이행상황과 안보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평가해 조정소요 발생 시 긴밀한 협의하에 검토·보완키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위협을 주시하면서 … 검토·보완키로 했다'는 대목을 놓고 2012년 4월 17일부로 돼 있는 전환시기의 조정여지를 남겨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으나, 정부는 "전작권 관련 내용이 언론 설명자료에 들어간 것은 우리 국민의 정서를 배려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시기를 못 박지 않았으나 이는 이미 한미 합의사항에 명시돼 있다"고 정리했다.


태그:#이명박, #오바마, #한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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