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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9돌 기념 특별연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며 벌떼처럼 달려들어 비난을 퍼붓고 있다.

 

12일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사회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을 유도해야 할 분이 오히려 선동을 조장하는 것 같다", "530만표라는 사상 최대 표차로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마치 독재정권인 것처럼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김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또 "북핵개발은 6·15선언 이후 본격 시작된 일", "현 정부 들어 빈부격차가 완화되는 추세"라는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도 김 전 대통령이 "'독재자에 아부하지 말고 들고일어나야 한다'는 등 이명박 대통령 퇴진운동을 부추기는 말을 노골적으로 했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는 '오늘날 북한이 많은 어려움을 당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며 발언 내용을 거두절미 왜곡했다. 나아가 "김대중씨는 말 없는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이런 발언을 그만두고 침묵해주기 바란다"며 전직 대통령을 '씨'라고 부르는 무례를 서슴지 않았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한술 더 떴다. "'독재자에게 아부하지 말고 들고일어나야 한다'는 발언에서는 내전이 발발하고 있는 아프리카 후진국의 반군 지도자의 선동을 듣고 있는 착각까지 들 정도"라고 비난했다. 박희태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수십 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다가 환각을 일으킨 게 아닌가 여겨진다"며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했다. 

 

13일에는 조중동이 들고일어났다.

 

조중동은 각각 <김대중 전 대통령, 국가 원로다운 언행을>(조선), <전직 대통령의 금도(襟度)가 아쉽다>(중앙), <'민주' 탈 쓰고 反민주 부추긴 DJ의 정권타도 선동>(동아)이라는 사설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하고 비난했다.

 

조중동은 자신들의 특기인 '거두절미', '짜깁기' 실력을 발휘해 김 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이명박 정권 타도"를 부추긴 것처럼 몰았다.

 

동아일보는 아예 제목부터 "정권타도 선동"이라고 썼고, "폭동이라도 부채질하려는 속셈"이냐고 질타했다.

 

중앙일보는 김 전 대통령이 "행동하는 양심이 돼서 모두 들고 일어나야한다"고 "몰아쳤다"면서 "정부를 타도하자는 선동과 다름없다"고 강변했다. 조선일보도 김 전 대통령이 "'독재자에게 고개 숙이고 아부하지 말자.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살아나고 있고 빈부 격차가 사상 최악으로 심해졌다'며 '우리 모두 행동하는 양심으로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반(反)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듯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연설을 제 정신으로 들었다면 이렇게 몰아붙일 수 없는 일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아래 벌어지는 민주주의 후퇴를 비판하고, 국민들에게 "행동하는 양심"으로 민주주의 후퇴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연설 어디에서도 조중동과 한나라당 인사들이 주장하는 '이명박 정권 타도' 선동을 찾을 수 없다. 민주주의 후퇴에 맞서 양심에 따라 행동하라는 말이 "정권 타도" 선동이란 말인가?

김 전 대통령은 "양심에 따른 행동"을 강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선거 때는 나쁜 정당 말고 좋은 정당 투표해야 하고, 여론조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4700만 국민이 모두 양심을 갖고 서로 충고하고 비판하고 격려한다면 어디서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일어나고, 어디서 소수 사람들만 영화를 누리고, 다수 사람들이 힘든 이런 사회가 되겠습니까."

 

투표 제대로 하고, 여론조사에서 정확하게 의견을 표현하자는 것도 "정권 타도" 선동인가? 게다가 조중동과 한나라당 인사들이 집중 부각하는 "들고 일어나야한다"는 발언의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이들이 얼마나 악의적으로 김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지 알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국민들은 핵실험과 미사일 반대입니다. 그렇지만 반대는 어디까지나 6자회담에서, 미국과의 회담에서 반대해야지, 절대로 전쟁의 길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통일을 할 때 100년, 1000년 걸려도 전쟁으로 해서 하는 통일은 안 됩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서 자유를 지키고, 서민경제 지키고, 평화로운 남북관계 지키는 이 일에 모두 들고 일어나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 희망 있는 나라를 만듭시다."

 

조중동과 한나라당 인사들은 이 대목을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 모두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거두절미 하고 이를 다시 "정권 타도 선동", "반정부 투쟁 선동"이라고 몰아붙인 것이다. 특히 "빈부격차 사상 최악" 운운한 조선일보는 도대체 누구의 말을 인용한 것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이 뿐 아니다. 이들 신문은 이명박 정부 아래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한 김 전 대통령을 맹비난 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감싸고돌았다.

 

동아일보 "DJ는 민주선거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멋대로 독재자라고 규정하면서 국민이 들고 일어서야 한다고 선동함으로써 스스로 민주의 가면을 쓴 반민주주의자임을 보여줬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을 보전하기 위해 도청과 인권유린이라도 했단 말인가"라고 이명박 정권을 두둔하면서 "DJ 집권 시절 국가정보원장 2명은 불법 도청사건으로 노무현 정부 때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런 국가범죄야말로 반민주"라고 몰아붙였다.

 

참으로 앙상한 논리다. 도청은 분명 반민주적이다. 그렇다면 도청 사건이 터지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이상 없음'인가? 그래서 이명박 정권은 민주적이란 말인가? 이 정권 아래서 날이면 날마다 벌어지는 인권유린과 언론탄압은 도대체 무엇이라 불러야 한단 말인가?

중앙일보의 이명박 정권 두둔도 만만치 않았다.

 

중앙일보는 김 전 대통령을 향해 "자신이 집권했을 때보다 잘못된 것은 무엇인가"라고 이명박 정권을 감싸면서 "전직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와 틀을 파괴하고 나라를 혼란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김 전 대통령의 이명박 정부 비판이 "충격"과 "불만"에서 비롯된 것인 양 몰았다. "김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고, 이 정부가 자신의 주장과 다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불만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도 정부 정책에 이견을 표시하고 반대할 수" 있지만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정부를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독재'라고 부르고 '들고 일어나라'고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일뿐더러 국가 원로가 취할 태도는 더욱 아니다"라며 점잖은 척 질책했다.

 

조선일보의 교활함을 거듭 확인하는 대목이다. 김 전 대통령의 연설은 자신과 다른 정책을 폈다는 이유로 이명박 정권을 깎아내린 게 아니다. 수 십년 민주화 역사를 환기시키면서 우리사회 민주주의가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호소이자, 우리 민족의 안위를 위해 한반도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호소였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국민과 이명박 정부 모두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큰 결단 내리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조선일보가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당부하는 전직 대통령의 충언을 "충격"과 "불만"에 따른 것으로 폄훼하는 것은 말할 수 없는 모욕이다.

 

이밖에 조중동의 비뚤어진 김 전 대통령 공격은 일일이 거론하기도 어렵다.

 

일례로 동아일보는 이번에도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동아일보는 김 전 대통령의 북한 핵문제 관련 발언을 거두절미해 "'북한이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한 것을 알고 있다'고 북의 대변인처럼 말했다". "DJ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하면서 북을 비호한 것은 자기모순의 극치다"라며 색깔공세를 폈다.

 

이 역시 연설의 전체 내용을 본다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색깔공격인지 알 수 있다. '핵문제를 극단으로 끌고 가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 김 전 대통령 연설의 핵심 메시지였다. 그런데도 동아일보는 김 전 대통령이 북한을 감싸고 비호한 것처럼 왜곡해 누구보다 색깔론의 큰 피해자였던 원로 정치인에게 거듭 색깔공격을 퍼부은 것이다. 

 

또 중앙일보는 김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안타까워한 것에 대해 "전직 대통령은 죄가 있어도 수사하면 안된다는 논리로 몰아가는 것은 곤란하다"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우리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조중동이 김 전 대통령을 향해 쏟아내는 비난과 막말, 왜곡을 접하며 역설적으로 이들이 얼마나 불안해하는가를 알게 됐다.

 

김 전 대통령은 정치 일선을 떠난 고령의 전직 대통령이다. 그의 연설이 설령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귀에 거슬린다 해도 '국가 원로의 충고로 받아들이겠다'고 품위 있게 반응했다면 국민들은 그 태도만큼은 '높은 점수'를 매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권의 사람들은 막말과 거두절미 왜곡으로 김 전 대통령을 앞다투어 비난했다. 'DJ 비난'에 충성경쟁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조중동까지 발끈하며 자기들의 정권을 지키겠다고 나섰다.

 

집권세력과 '메이저신문'이 왜 이토록 천박하고 볼품없는 꼴이 된 것인가? 두렵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에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이 '위로'가 되고 나아가 '저항의 기폭제'가 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은 자신들의 초라한 모습을 돌아보라. 청소년과 싸우고, 네티즌과 싸우고, 국민과 싸우고, 서거한 대통령과 싸우고, 고령의 전직 대통령과 싸우는 모습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국민이 두렵고, 전직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마저 두렵다면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사과하고, 스스로를 바꿔라. 그렇지 않으면 이 정권의 남은 임기 내내 두려움에 떨고, 그 초라한 몰골을 감추기 위해 공권력을 남용하고 막말을 일삼게 될 것이며 그 끝에는 국민의 심판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민언련 논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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