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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와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학계와 종교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작가회의 사무실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의 독재 회귀를 우려하는 문학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문학평론가 염무웅씨(가운데)가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와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학계와 종교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작가회의 사무실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의 독재 회귀를 우려하는 문학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문학평론가 염무웅씨(가운데)가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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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민주주의, 인권, 상상력의 아우슈비츠" 시인, 소설가, 평론가 등 문인 198명은 9일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이것은 사람의 말" 6.9 작가 선언을 발표했다.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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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9일 저녁 7시 10분]

"한 손엔 곤봉 한 손엔 삽, 가슴엔 악법... 누가 광장에 MonsterB를 풀어놨나!"

"이명박 정부를 보다 보다 못해, 그리고 참다 참다 못해 이렇게 뜻을 모았습니다. 한국작가회의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만들어진 게 1974년이었고, 그때 자유롭지 못한 세상에 작가들이 집단적으로 처음 발언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런 비극이 다시는 없을 줄 알았는데…."

최일남 작가(한국작가회의 이사장)는 가슴이 답답한 듯 말을 하지 않으려 했다. "우리는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작가회의 시국선언문 낭독도 염무웅 평론가에게 맡겼다.

9일 오후 서울 마포 한국작가회의 사무실에서 시국선언문이 한 문장 한 문장에 낭독되는 동안 최 작가는 가슴이 아픈 듯 오래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도정일·구중서 문학평론가, 도종환 시인 등 문인 20여 명이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최 작가는 1956년 소설 <파양>으로 문단에 나왔다. 그의 나이 어느덧 77세. 손자뻘 되는 기자들이 "한 말씀 해달라"라고 하자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보다 못해, 그리고 참다 못해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작가회의라는 이름으로 성명서 한 장 내 놓은 게 아니고, 500여 명의 작가들이 자진해서 시국선언문에 서명을 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시국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소설가 현기영(68) 역시 "한국작가회의는 87년 6월 이후 시국에 대해 발언하는 걸 자제해왔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이렇게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 건 그만큼 이명박 정부가 악랄하고 천박하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작가로서 피눈물을 흘렸다"고 토로했다.

"이명박 정부는 앞 정권의 좋은 점도 물려받지 않고 전부 부정했다. 증오로써 진보세력을 대했고, 군사작전 펼치듯이 우리를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마치 내가 저격당한 충격을 받았다. 작가로서 피 눈물을 흘렸다."

이처럼 선배 문인들이 분노의 치를 떨었다면, 후배 젊은 문인(소설가, 시인, 평론가) 188명은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6.9 작가선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젊은 문인들은 "정권의 야만에, 사람이 설 자리가 사라진 현실에 분노한다"며 '한 줄 선언'을 차례차례 낭독했다.

'한 줄 선언'은 문인 188명이 현 정권과 이 시대에 대해서 자유롭게 압축적인 한 문장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이제 더는 하소연할 길조차 없는 억울한 사람들을 때리지 마라" - 김연수
"이보다 더 무자비한 정권은 있었지만 이보다 더 비열한 정권은 없었다. 얼마나 더 많은 목숨을 벼랑으로 몰아야 당신의 국정이 완수되는가? 이제 그만 물러나길.... - 이순원
"모든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이백 살까지 살아남겠다." - 김사과
"사랑이나 꿈 때문에 절망해볼 권리를 달라. 돈 때문이 아니라." - 윤이형

"시인, 모국어라는 지우개로 독재라는 오자를 지운다." - 조정
"우리는 당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자유롭고, 자유는 우리가 믿고 있는 것보다 더 강하다." - 양윤의
"한 손엔 곤봉 한 손엔 삽, 머리엔 떡찰 가슴엔 악법, 썩은 입술로 산자를 물어 뜯는 괴물, 누가 광장에 MonsterB를 풀어놨는가! - 윤예영
"쎄스코에게 전화하기 전에, 냉큼 물러가라!" - 정여울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가장 뜨거운 한 줄의 문장으로, 가장 힘 센 한 문장의 모국어로 말할 것"이라며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끝내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인 도종환은 "작가들이 이처럼 대규모 시국선언에 나선 것은 87년 6월 이후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1신 : 9일 오후 2시 45분]

젊은 작가 188인 "MB 정권은 민주주의·인권·상상력의 아우슈비츠"

 9일 젊은 작가 188명이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한 줄 선언'을 하고 있다.
 9일 젊은 작가 188명이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한 줄 선언'을 하고 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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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본연의 정신을 되새기는 것이 차라리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중략) 살아있는 권력에는 굴종하고 죽은 권력에는 군림하면서 영혼을 팔고 정의를 내던진 정치검찰들, 증오와 저주의 저널리즘으로 민주화의 역사를 모독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들을 조롱하는 수구언론에 우리는 분노한다. 우리가 저들과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혹해진다."

아픔이 절절하다. 절망의 상처가 처연하다. 그리고 깊은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져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에 새삼 흠칫 놀라게 된다. 사회에 가장 예민한 촉수를 내밀고 있는 작가들이라서 그런 것일까. 이들이 9일 발표한 시국선언문은 오늘날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은 하나의 서사시처럼 다가온다.

소설가 김연수·김애란과 시인 이문재 등 작가 188명이 9일 오후 '작가 6·9선언'을 하며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를 비판한다. 또 시인 도종환, 소설가 현기영 등 중견 및 원로 문인들도 이날 오후 시국선언을 발표한다. 이들은 행사에 앞서 미리 시국선언문을 공개했다.

젊은 작가들이 주축이 된 '작가 6·9선언'의 제목은 '이것은 사람의 말이다'. 이들은 "문학 본연의 정신을 되새기는 것이 차라리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탄식하며 이렇게 '정치 검찰'과 수구언론을 향해서는 분노의 일갈을 보냈다.

"우리가 저들과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혹해진다."

또 작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후퇴시킨 민주주의와 권력자들의 행태에 깊이 탄식했다.

"우리는 특정한 이념에 기대어 발언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런 이념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세운 '중도실용주의'라는 가짜 이념은 집권 1년도 못 돼 폐기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도처에서 헌법 위에 군림하는 독재의 얼굴을 본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에게서 우리는 깊은 절망을 느낀다. 저들은 수치를 모르고 슬픔을 모른다. 수치와 슬픔을 아는 것이 사람이고, 사람됨이라는 가치에 헌신하는 것이 문학이다. 우리는 문학의 이름으로 이명박 정부를 규탄한다."

이어 작가들은 "문학은 한 사회의 가장 예민한 살갗이어서 가장 먼저 상처입고 가장 빨리 아파한다. 문학의 과장은 불길한 예언이자 다급한 신호일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에서 이 땅은 "민주주의의 아우슈비츠, 인권의 아우슈비츠, 상상력의 아우슈비츠"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작가들은 "민주주의의 정원을 갈아엎고 있는 눈먼 불도저를 향해, 머리도 영혼도 심장도 없는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에게 저항할 것이다"고 선언한다.

한편, 중견작가들도 시국선언문을 통해 "고향마을로 돌아가 평범한 한 사람의 시민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자 하는 소박한 소망마저 허용하지 않고 죽음의 벼랑으로 몰아가는 비열한 정치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 있었던가"라며 "오만한 이명박 정부는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를 축소하거나 애써 외면하려고만 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이어 이들은 ▲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 특별검사제를 통한 진실규명 ▲ 공권력에 의한 치안통치 중단 ▲ 미디어 관련법 추진 중단 ▲ 냉전적 대북정책 중단 ▲ 정치 보복 중지와 새로운 리더십 구축 등을 요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와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학계와 종교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작가회의 사무실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의 독재 회귀를 우려하는 문학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시인 도종환씨(왼쪽에서 첫번째)가 시국선언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와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학계와 종교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작가회의 사무실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의 독재 회귀를 우려하는 문학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시인 도종환씨(왼쪽에서 첫번째)가 시국선언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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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사람의 말
작가 188인 '6.9 작가선언' 전문 
작가들이 모여 말한다.
우리의 이념은 사람이고 우리의 배후는 문학이며 우리의 무기는 문장이다.
우리는 다만 견딜 수 없어서 모였다.

모든 눈물은 똑같이 진하고 모든 피는 똑같이 붉고 모든 목숨은 똑같이 존엄한 것이다. 그러나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은 극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절대 다수 국민의 눈물과 피와 목숨을 기꺼이 제물로 바치려 한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수치스럽고 고통스럽다. 본래 문학은 한계를 알지 못한다. 상대적 자유가 아니라 절대적 자유를 꿈꾼다. 어떤 사회 체제 안에서도 그 가두리를 답답해하면서 탈주와 월경을 꿈꾸는 것이 문학이다. 그러나 문학 본연의 정신을 되새기는 것이 차라리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다급한 마음으로 1987년 6월을 떠올린다.

박종철의 죽음이 앞에 있었고 이한열의 죽음이 뒤에 있었다. 그 죽음들의 대가로 민주주의를 쟁취했고 힘겹게 그것을 가꿔왔다. 우리에게는 이 모든 것을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니다. 우리에게는 이 모든 것을 망각할 권리가 없다. 이명박 정권 1년 만에 대한민국은 1987년 이전으로 후퇴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자가 하나의 정부인 작가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 조직도, 집행부도, 정강도 없다.

우리는 특정한 이념에 기대어 발언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런 이념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세운 '중도실용주의'라는 가짜 이념은 집권 1년도 못 돼 폐기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도처에서 헌법 위에 군림하는 독재의 얼굴을 본다.

용산 철거민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와중에 여섯 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가고도 이명박 정부는 끝내 사죄하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여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지만 저들이 행한 일은 위선적인 사과와 광범위한 탄압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언론 장악을 기도했고 도심 광장과 사이버 광장에 차벽을 치고 철조망을 세웠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는 이 정부가 시대착오적인 색깔론과 천박한 관료주의로 문화예술의 토대를 위협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전직 대통령을 겨냥한 사상 최악의 표적수사와 비열한 여론몰이는 그를 벼랑에서 투신하게 하였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매장되었다.

이 모든 일에 적극 가담한 정치검찰과 수구언론을 우리는 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을 울린 종지기들로 고발한다. 살아있는 권력에는 굴종하고 죽은 권력에는 군림하면서 영혼을 팔고 정의를 내던진 정치검찰들, 증오와 저주의 저널리즘으로 민주화의 역사를 모독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들을 조롱하는 수구언론에 우리는 분노한다.

우리가 저들과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혹해진다. 저들을 여전히 검찰과 언론이라고 불러야 하나. 곰팡이가 온 집을 뒤덮었다면 그것은 곰팡이가 슨 집이 아니라 집처럼 보이는 곰팡이일 뿐이다. 저 권력의 몸종들과 함께 민주주의의 일반 원리와 보편 가치를 무자비하게 짓밟으면서 달려온 이명박 정권 1년은 이토록 참담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에게서 우리는 깊은 절망을 느낀다. 저들은 수치를 모르고 슬픔을 모른다. 수치와 슬픔을 아는 것이 사람이고, 사람됨이라는 가치에 헌신하는 것이 문학이다. 우리는 문학의 이름으로 이명박 정부를 규탄한다.

이곳은 아우슈비츠다. 민주주의의 아우슈비츠, 인권의 아우슈비츠, 상상력의 아우슈비츠. 이것은 과장인가? 그러나 문학은 한 사회의 가장 예민한 살갗이어서 가장 먼저 상처입고 가장 빨리 아파한다. 문학의 과장은 불길한 예언이자 다급한 신호일 수 있다.

아우슈비츠의 생존자 프리모 레비는 이렇게 적었다. "우리가 노예일지라도, 아무런 권리도 없을지라도, 갖은 수모를 겪고 죽을 것이 확실할지라도, 우리에게 한 가지 능력만은 남아 있다. 바로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과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면 그래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종이와 펜이 있다. 그러니 동의하지 않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끝내 저항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정원을 갈아엎고 있는 눈먼 불도저를 향해, 머리도 영혼도 심장도 없는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에게 저항할 것이다.

가장 뜨거운 한 줄의 문장으로, 가장 힘센 한 문장의 모국어로 말할 것이다. 사람의 말을, 사람만이 할 수 있고 사람이니까 해야 하며 사람인 한 멈출 수 없는 그 말을. 아름답고 정의로운 모든 문학의 마지막 말, 그 말을.

우리는 작가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말을 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글을 씁니다.
우리는 각자의 나라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글의 바탕에 언제나 인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념이 아니라 사람의 편에 섭니다.

우리는 모였습니다.
참혹한 오늘을 불러온 것도 우리이지만
참다운 내일을 만드는 이도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권의 야만에 분노합니다.
사람의 설 자리가 사라진 현실에 분노합니다.
우리는 보고 싶습니다.
이견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과 소통할 줄 아는 정치가의 얼굴을.
우리는 듣고 싶습니다.
아첨과 왜곡의 목소리가 아니라 공정하고 진실된 언론의 발언을.
우리는 느끼고 싶습니다.
이 땅의 주인은 국민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확신과 자부를.
우리는 되찾고 싶습니다.
본래 우리 것인 광장과 집과 대지, 스스로 흘러 생명일 수 있는 강물을.
우리는 꿈꾸고 싶습니다.
그 어떤 권력에 의해서도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는 사회,
양심과 이성이 죄가 되지 않는 세상,
자유와 평등은 원래 사람의 것이라 믿고 자라날 수 있는 아이들의 미래를.
우리는 입을 엽니다.
이것은 사람의 말입니다.

'한줄선언' 참가자 명단

강경희 강성은 강   진 고나리 고명철 고봉준 고인환 고찬규 곽은영 구효서 권   온 권혁웅 권현형 권희철 김경인 김경주 김경후 김  근 김나영 김남극 김남혁 김대성 김명기 김미월 김미정 김민정 김사과 김사람 김사이 김   산 김선재 김성중 김소연 김   안 김양선 김애란 김   언 김연수 김요일 김윤환 김이강 김이은 김이정 김자흔 김재영 김정남 김정란(소설가) 김지녀 김지선 남상순 맹문재 명지현 문동만 문혜진 박대현 박민규(시인)  박   상 박상수 박성원 박수연 박슬기 박시하 박연준 박정석 박창범 박형서 복도훈 박형숙 박형준 박혜상 방현희 배영옥 백가흠 백지은 서성란 서안나 서영식 서영인 서효인 서희원 성기완 손세실리아 손홍규 송기영 송승환 송종원 신용목 신해욱 신형철 신혜진 심보선 안상학 양윤의 양진오 여태천 오창은 우대식 원종국 원종찬 유용주 유정이 유형진 유홍준 윤성희 윤예영 윤이형 윤지영 이경재 이기성 이기호 이덕규 이도연 이동욱 이만교 이문재 이민하 이선우 이성미 이성혁 이순원 이시영 이신조 이   안 이영광 이영주 이용임 이용헌 이은림 이장욱 이진희 이  찬(평론가) 이현승 이현우(로쟈)   이혜경 이혜미 임수현 임영봉 임지연 장무령 전도현 전성욱 전성태 전형철 정여울 정영효 정우영 정은경 정주아 정한아(시인)   정혜경 정홍수 조강석 조동범 조성면 조연정 조연호 조용숙 조원규 조   윤 조   정  조해진 조형래 조효원 주영중 진은영 차미령  채   은 천운영 천수호 최성각 최진영 최창근 하성란 하재연 한세정 한용국 한지혜 함기석 함돈균 해이수 허병식 허윤진 허   정 홍기돈 홍준희 황광수 황규관 황호덕  총188

이명박 정부의 독재 회귀를 우려하는 문학인 시국선언
한국작가회의 시국선언 서명자 시국선언문
우리는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고향마을로 돌아가 평범한 한 사람의 시민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자 하는 소박한 소망마저 허용하지 않고 죽음의 벼랑으로 몰아가는 비열한 정치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 있었던가. 전직 대통령의 죽음은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비극이며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승리한 권력이 물러난 권력을 향해 집요하게 전개해 온 보복정치, 지난 정권에서 이루어진 성과의 흔적들을 모조리 부정하는 일에만 시간과 국력을 낭비하는 정치,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의 장을 포함해 대학 총장에 이르기까지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들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쓸어버리려는 옹졸하고 졸렬한 정치, 검찰 권력과 보수언론을 동원하여 전직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진보세력을 부패세력으로 몰고 가기 위해 균형감각을 잃어가며 광분해온 정치가 어떤 국가적 비극을 초래하는지 우리 국민들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지켜보았다.

오만한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눈물의 의미를 아직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를 축소하거나 애써 외면하려고만 하고 있다. 국정의 발목을 잡는 돌발변수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가고 싶을지도 모른다.

남북간의 국지적인 군사적 충돌을 포함한 새로운 이슈의 창출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꼼수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을 바로 그 점을 이미 꿰뚫어 보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바보 소리를 들으면서도 수를 쓰지 않는 우직한 전직대통령과 꼼수를 부리는 일에 익숙한 권력, 부패한 세력 그 자체인 권력이 부패를 문제 삼아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적반하장식 정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일에 능숙한 집단과 의로움을 추구하며 사는 집단이 극명하게 대비가 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겨야 할 가치를 어느 정권이 추구하고 있었으며, 어느 정권이 망가뜨리고 있는지를 국민들은 지난 15개월 간 똑똑하게 볼 수 있었다.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퇴행의 수준을 넘어 붕괴 직전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지켜보며 국민들이 쏟아내는 끝없는 비통함은 고인에 대한 애도에 한정되지 않고, 붕괴 직전에 있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책임, 민주주의의 복원을 위한 주권자로서의 고통스러운 자각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권위주의적 치안통치를 강화해 왔다. 정권은 오만했고, 사법부는 '법의 정의'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면서 노골적으로 '정권의 안위'에만 집착했다. 입법부를 존중할 의지가 없었던 행정부의 돌격대식 정치행태는 수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여당 내에서조차 쇄신논의가 들끓고 있으며,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행정부의 독선적인 일방주의는 민주주의의 대의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정권을 감시하고 민의를 표출하는 통로인 언로(言路)를 장악하겠다는 정권의 압력은 KBS, MBC, YTN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정권친화적인 인사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언론 본연의 민주적 비판기능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나 언론인에 대한 직접적인 탄압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직접 민주주의의 유력한 통로인 인터넷 공론장에 대한 탄압도 노골화되어 네티즌에 대한 대대적인 구속수사가 진행되는 한편, 여론의 강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각종 언론악법을 통과시키고자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는 극단적으로 억압되고 있다. 지난 해 촛불정국에 등장했던 이른바 '명박산성'으로 명명된 컨테이너 박스들, 이번 조문정국에서 서울시청 광장을 빼곡하게 봉쇄한 '차벽' 등의 상징적 의미는 정권의 '광장공포증'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권 스스로 국민을 이끌어 갈 자신감이 얼마나 결여되어 있는가를 아주 잘 보여준다.

국민의 소리에 귀를 닫고 있으면 민주적 리더십을 형성할 수 없다. 경찰과 검찰의 물리적 폭력, 국세청을 동원한 경제적 보복은 정치적 정당성의 기반을 흔들게 된다. 공권력이 힘 없고 가진 것 없는 국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주는 버팀목으로 기능하지 않고, 투기재벌의 이익을 지켜주는 일에만 몰두해 있는 동안 공권력은 '국가폭력'으로 전화되어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는데도 서민들의 통곡에 귀를 닫고 있는 정부가 이명박 정부 아닌가.  

더구나 이 정부 들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이정표가 되어 온 6.15 선언과 10.4 선언 등 남북 간의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이 사실상 폐기되고, 냉전적 대북정책이 강화됨으로써 남북관계가 심각한 대립과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미숙한 대북정책이 초래한 '안보위기'에 대한 책임을 자성하지 않고, 오히려 위기감을 부추기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국민의 안위보다는 '정권의 안위'에 이 정부의 관심이 더 기울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만든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민족은 영원하다. 국민들은 5년의 제한된 기간 동안만 정권을 맡긴 것이다. 제한된 시기 동안 국민 모두를 위한 정치를 하라고 위임한 것이지 특정 세력만을 위한 대변자가 되라고 권력을 준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어야 한다고 요청하였지 눈물과 통곡과 원한을 심는 정치를 하라고 권력을 준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끝없는 추모 행렬과 하염없는 눈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성찰하고,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국민의 눈물에 대답하길 바라며 우리 작가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정치보복의 결과로 발생한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하여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여야 한다.

1. 특별검사제를 발의해 이번 사태의 진상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관련 책임자를 엄정히 처벌하여야 한다.

1. 헌법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검찰과 경찰을 포함한 공권력에 의한 치안통치를 중단해야 한다.

1. 언론과 인터넷을 포함한 공론장에 대한 공안탄압을 중단하고 각종 미디어 관련 악법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1.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남북 간 합의사항이자 이정표인 6.15 및 10.4 선언을 계승하고, 냉전적 대북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1. 지난 정부의 국정운영 성과를 모조리 부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편협한 정치, 보복정치와 같은 국정운영 방식을 철회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민주적 리더십을 다시 세워야 한다.      

                               2009. 6. 9   (사) 한국작가회의 시국선언 서명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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