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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 사이는 위기 국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고 했던가.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역시 정부와 <조선><중앙><동아>는 참 보기 좋은 '절친(절친한 사이)'이자 '베프(베스트 프렌드)'다.

 

6·10 범국민대회를 서울광장에서 여는 것을 놓고 야 4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조중동'이 9일 일제히 사설로 정부의 서울광장 봉쇄를 두둔하고 나섰다. 사설 제목부터 정부를 향한 조중동의 눈물겨운 애정이 확 느껴진다.

 

"도심(都心) 점거 투쟁에 더 이상 민주(民主)란 말 붙이지 말라" <조선>

"서울광장은 시민 모두의 것" <중앙>

"누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동아>

 

지난해에도 6월 10일 이후 "두 달여 서울 중심가는 경찰관이 옷 벗긴 채 두들겨 맞고 인민재판 당하고 쇠파이프가 난무하고 새총을 쏘아대는 무법천지가 됐기(<조선>)"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이 끝난 다음 날 경찰버스를 곡괭이·각목으로 부수고 버스 안의 전경들을 폭행한(<중앙>)" 좌파 성향 시민들에게 서울광장 불허는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동아>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한총련 출범식(1999년), 한미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서울광장 총궐기 대회(2006년) 등이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됐었다며 이번 서울광장 봉쇄 역시 문제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6·10 범국민대회 서울광장 사용 불허"를 천명한 경찰과 서울시로서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다. 반면 '6·10 민주회복 국민대회'의 평화적 개최 보장을 요구한 야 4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졸지에 곡괭이와 각목 등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좌파 세력이 됐다.

 

조중동의 응원 "서울광장 절대 열지 말라"

 

이처럼 조중동의 가세가 보여주듯, 현재 곳곳에서 서울광장을 차지하려는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전선은 남북 긴장 관계가 불러온 서해 연평도 인근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서울광장의 푸른 잔디 위에도 긴장감이 팽팽하다.

 

경찰은 이미 서울광장을 24시간 감시하며 혹시라도 있을 집회시위에 대비하고 있다. 또 민주노동당과 '촛불시민' 등은 서울광장 바로 옆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경찰의 기습 차벽 설치를 감시하고 있다. 양쪽이 기습적으로 집회시위나 차벽 설치를 강행하면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찰은 서울광장을 불허하며 다른 단체의 행사가 먼저 예약돼 있다는 걸 표면적으로 내세웠다. 10일 서울광장에서는 자유총연맹이 '승용차 자율요일제 참여 캠페인'을, 청계광장에서는 월드피스건립위원회가 '6·25 기념사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역시 "6·10 범국민대회 등의 집회는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 등을 위한다'는 서울광장 사용 및 관리 조례에 어긋난다"며 불허를 통보했다.

 

하지만 6·10 범국민대회 준비위원회 쪽은 "같은 장소에서 행사가 중복되더라도 충분히 조정이 가능한데, 경찰은 무조건 불허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정부 비판 목소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민주주의 압살 정책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광장을 다시 찾아오는 것은 거꾸로 가고 있는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서울광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며 행사 강행을 천명한 상태다.

 

"광장은 시민의 것, 비판 목소리 봉쇄 말라"

 

우선 범국민대회 준비위원회는 "만약 경찰이 차벽 등을 설치해 물리적으로 서울광장을 봉쇄하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신청도 낼 계획이다"고 밝혔다.

 

서울광장 사용 문제로 8일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시장을 면담한 최규식 민주당 의원은 "광장은 서울시민의 것이고 국민의 광장인데 왜 이곳에서 행사를 열기 위해 당국에게 호소를 하고 촉구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광장 사용 조례를 근거로 대며 기계적 답변만 하는 오세훈 시장에게 거대한 벽을 느낀다"고 답답한 마음을 나타냈다.

 

또 지난 4일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부는 지금 시민들이 말도 못하게 하고, 모일 자유도 빼앗고 있다"며 "1987년 6월 피땀 흘려 이룩한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 정부 들어서 계속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과 더불어 6·10 범국민대회 준비위원회는 '서울시 광장조례 개정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활동'으로 국한돼 있는 현행 광장 조례 목적에 '공익적 행사 및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진행'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시민위원회'를 설치해 광장 사용을 불허할 때 의견 청취를 강제토록 하고, 광장을 사용하려면 최소 1주일 이전에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조항도 삭제할 방침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유권자 1% 이상의 서명을 모아야 지방자치단체에 '조례의 개폐 청구권'을 신청할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약 9만명의 서명을 받아야만 신청할 수 있다.

 

"여기서 밀리면 안 돼" - "더 이상 밀리면 안 돼"

 

서울시의회 차원에서도 조례 개정을 추진할 수 있으나 의원 13명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전체 서울시의회 의원은 106명이지만 민주당 등 야당 소속은 6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박래학 서울시의원(민주당)은 "시민들의 참여 없이는 현실적으로 의회 차원에서 일을 처리하는 건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어쨌든 이런 조례 개정 운동과는 별개로 10일을 하루 앞두고 서울광장에서는 '1박2일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차벽 설치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범국민대회 준비위원회는 "차벽을 설치하면 육탄으로 저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조중동의 응원을 받은 정부는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큰 충격을 받은 시민사회진영과 야 4당도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


태그:#서울광장, #6.10민주회복국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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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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