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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8일 낮 오마이뉴스 이종필 시민기자의 기사 <그들은 '제2의 노무현' 탄생이 싫었다>가 현수막으로 제작되어 내걸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8일 낮 오마이뉴스 이종필 시민기자의 기사 <그들은 '제2의 노무현' 탄생이 싫었다>가 현수막으로 제작되어 내걸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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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잘 썼구만!"
"요즘은 국민들이 공부 안 하면 당한다니까. 아주 좋은 기사네."
"기사는 저렇게 써야 돼! 기자라는 '놈'들이 이상한 글만 써대니 엄한 사람이 자살을 하지."

8일 오후 1시 30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가 차려진 덕수궁 대한문 바로 옆. 머리가 벗겨지거나 하얗게 새버린 60대 노인 셋이 현수막에 새겨진 기사를 천천히 읽고 있다. 눈으로 기사를 쫓으며 장기판 훈수 두듯 한 마디씩 던진다.

다소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서로 돕기도 한다. 머리 벗겨진 노인이 "저 건 무슨 뜻이야?"라고 물으면, 모자 쓴 노인이 "왜 그것도 몰라. 안 보이는 거야? 이해를 못하는 거야?"라고 조금 타박한 뒤 설명을 해준다.

"우리 사회 힘 있고 돈 많은 기득권층이 계속 이 나라를 주무르기 위해서, 노무현을 모욕주고 다시는 '제2의 노무현'이 나오지 못하게 한다는 거잖어. 그래서 우리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는 거야."

세 노인이 기사를 다 읽는 동안 덕수궁 앞을 지나던 사람들도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 모습이 마치 언론자유가 없던 80년대 대학가에 붙은 대자보를 읽는 사람들처럼 진지하다.

덕수궁 거리에 걸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기사

이들이 본 기사의 제목은 그들은 '제2의 노무현' 탄생이 싫었다. 이종필(38)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지난 4일 쓴 기사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서 큰 인기를 끓었다.

해당 기사에는 8일 오후 5시 현재 댓글이 121개 달렸고, '좋은 기사 원고료주기'에는 총 1097건 360여만 원이 모였다. 현재 시민기자 기사에 붙은 좋은 기사 원고료는 전액 해당 기자의 몫이다.

결국 좋은 기사는 독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반응을 보인다는 명제가 제대로 입증된 셈이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도 똑같은 반응이 나타났다. 기사를 현수막에 옮겨 8일 오전 거리에 건 '시민분향소 상황실' 측은 "좋은 기사를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국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걸었는데, 시민들의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8일 낮 오마이뉴스 이종필 시민기자의 기사 <그들은 '제2의 노무현' 탄생이 싫었다>가 현수막으로 제작되어 내걸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8일 낮 오마이뉴스 이종필 시민기자의 기사 <그들은 '제2의 노무현' 탄생이 싫었다>가 현수막으로 제작되어 내걸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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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읽은 장영희(38)씨는 "무슨 내용인가 싶어 약 10분 동안 자세히 읽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사건을 잘 꿰뚫고 있는 기사"라며 "바쁜 걸음을 멈춰 읽은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정명호(40)씨도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예상하지 못한 점을 짚어줬다"며 "표면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이면을 생각해 보게 하는 기사"라고 평가했다.

자신의 기사가 거리에 전시 된 소식을 들은 이종필 기자는 "나로서는 무엇보다 영광스럽고 고마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현직 과학자로서 지난 2006년부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해 왔다.

지난 4월에는 그동안 <오마이뉴스>에 써 온 글을 모아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글항아리)를 펴냈다. 이 책은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우리 사회와 정치의 단면을 담고 있다.

이 기자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5월 23일 학회 일 때문에 출국을 했고, 국민장도 모두 끝난 31일에 입국을 했다"며 "너무 어이가 없고, 가슴 아픈 사건이라 '할 말은 해야한다'는 심정으로 기사를 썼다"고 당시의 심정을 나타냈다.

이어 이 기자는 "정부를 비판하는 내 글을 읽고 주변에서 '너 괜찮냐?'라고 많이 물어보고 염려를 한다"며 "그런 말을 많이 들으면 사실 조금 위축되는데, 이런 게 바로 요즘 이야기하는 '민주주의 후퇴'의 한 사례 아니겠냐"며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이 기자는 기사에 붙은 좋은기사 원고료 360여 만원을 전액 사회에 기부할 방침이다.

그는 "돈을 보내주신 분들의 사연을 읽어보면 모두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슬픈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며 "그 돈은 처음부터 내 돈이 아니었다, 훗날 '노무현 기념사업회' 같은 게 생기면 그쪽으로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태그:#이종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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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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