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찰이 연일 몸개그와 말개그를 쏟아내고 있다. 개그콘서트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추모 민심이 집중되고 있는 대한문 앞 분향소와 서울광장에서다. 제2의 촛불시위를 제일 두려워 했을 것이다. 시민들에 의해 차려진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찾는 기나긴 추모 인파 속에서 불법폭력 집회시위를 획책하는 시위꾼들을 발본색원하고자 했을 것이 틀림없다.

 

MB식 법치 이후 지난해 촛불시위 강경진압, 지난 1월 용산 철거민 참사, 대전 화물연대 집회시위로 인한 국가브랜드 손상 발언, 집회 원천봉쇄, 도심 집회금지와 같은 사건들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탄압했다.

 

제2의 촛불시위를 치르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서울광장 원천봉쇄와 대한문 앞 분향소 차벽설치라고 믿었다. 경찰버스를 동원해 서울광장을 봉쇄하고, 시민분향소가 차려진 대한문 앞 도로에 차벽을 설치하여 시위꾼들의 진입을 막으면, 국민 여론이 MB 경찰의 몸개그를 지지하고 나올 것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지나친 '과잉충성' 몸개그를 선보였나보다. 반응이 썰렁하다 못해 MB식 법치에 도움은커녕 오히려 역효과만 낳았다. 국민들의 크나큰 분노만 샀다. 이때 작렬한 말개그다. "경찰버스가 분향소를 막아주니까 오히려 아늑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부끄러운 체면을 가리는 썰렁 개그다.

 

2009년 5월 30일 새벽 '서울광장 재봉쇄'와 '대한문 앞 분향소 강제철거' 작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전경들의 너무나 지나친 살신성인의 몸개그로 분향소를 부수고 짓밟아버리고 추모객을 잔인하게 강제해산하는 바람에 더욱 수습하기 어려운 후폭풍을 가져다 주었다. "작전지역 반경을 조금 벗어난 일부 의경들이 그런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대한문 앞 분향소 강제철거에 대한 서울지방경찰청장의 해명 멘트다. 백주 대낮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짓말이다.

 

경찰을 풍자하는 노래 가사 내용에도 정신을 놓아버린 듯 너무나 민감하게 반응해서 체면을 완전히 구겨버렸다. "인도에 서 있다고 연행하는 나라, 경찰이 집창촌을 운영하는 나라, 경찰이 민간인을 폭행하는 나라, 인터넷에 글 썼다고 구속하는 나라, 경찰이 강도질에 살인하는 나라", "돌아와요 민중의 지팡이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호, 멋있는 민중의 지팡이 기대해요" 등의 노래 가사 내용이 경찰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가 공권력을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고 그 음반 제작 및 유통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다가 보기 좋게 법원에 의해 기각 당하였다.

 

민사 가처분 신청과 함께 노래 가사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며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경찰이 피해자로 고소를 하고 경찰에서 이를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이쯤 되면 공권력의 횡포가 도가 지나쳐 그로 인한 인권침해가 가혹하기 이를 데 없다.

 

'과잉충성'에 경찰의 꼴이 말이 아니다. 명예와 위신을 아예 내던져 버린 듯하다.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 탓일 게다. 궤변을 늘어놓기 십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민심에 화들짝 놀라 버린 경찰의 모습에서 좀체 공권력의 품위를 찾아볼 수가 없다.

 

"이쯤 되면 막하자는 거지요?", 민심을 알지 못하는, 체면 없는 경찰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경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울광장을 재봉쇄했고 분향소 강제철거를 자행하였다. 몰락해가고 있는 식물 정권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공권력을 틀어쥐고 매달려서 국민들을 위협해 보려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든지 파탄의 구렁덩이에서 살아남으려는 절망적 몸부림이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최후의 발악에 지나지 않는다.

 

체면을 헌신짝처럼 내던져 버린 공권력의 국민에 대한 불법적, 강압적 공포조성과 인권침해로 우리의 민주주의 앞길에는 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부당한 공권력의 횡포에 맞서는 게 쉽지는 않다. 설사 핍박을 받더라도 우리 조상들과 우리들이 피땀 흘려 지키고 가꾸어 온 민주주의는 우리들의 단합된 힘으로 더욱 발전되고 완성될 것이다.

 

민심은 서민을 배반하고 특권층을 대변하는 정권에 대한 불복종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민심의 거듭되는 경고를 외면하고 일방 독주한다면 민심은 촛불이 되어 정권을 철저히 심판할 것이다. 국민주권의 민주국가에서 국민은, 마치 투우사가 미친 듯이 날뛰다 힘이 빠져가는 투우의 숨통을 끊어 놓는 것과 마찬가지로, 날로 체면을 있는 대로 구기다가 겁에 질려 최후의 발악을 시도하는 부당한 공권력을 단숨에 쓰러뜨릴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경찰은 민심에 역행하여 일방 독주하는 정권의 공안탄압과 인권탄압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것인가, 민심을 거스르지 않고 국민의 편에 서서 멋있는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 MB식 법치의 미명 아래 추락하고 손상된 공권력의 체면과 위신을 바로 세울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역사는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저항권이야말로 국민을 숨죽이게 만들었던 그 어떤 독재 권력의 칼보다도 더 무섭고 강하다는 것을 똑똑히 증명하여 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장경욱씨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공안경찰, #서울광장봉쇄
댓글

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이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