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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들과 조카들과 함께 물금 모래감자밭으로!

 

몇 주 못 본 동안 부쩍 더 자란 것 같다. 아이들이란, 조금만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도 쑥쑥 자라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미루나무 크듯, 더 자란 지혜의 얼굴에도 어딘가 모르게 좀 더 어엿해진 표정을 읽을 수 있다.

 

금정산 장군봉 등반할 때 본 이후로 처음이다. 그동안 제법 긴 시간이 흘렀나. 못 본 새 지혜가 더 자랐다. 주일 오후예배를 마친 뒤, 함께 모여 물금 감자밭으로 향한다. 남편과 나는 작년에도 물금 모래감자를 캐서 마치 우리가 감자농사라도 지은 것처럼 선심을 써느라고 부산이고 서울이고 붙이곤 했었다.

 

물금 감자 수확 때가 되면 함께 감자밭으로 가자고 약속을 했기에 동생들한테 연락을 했더니 이렇게 모인 것이다. 해는 부쩍 더 길어져서 시간은 충분하다. 지난주에 남편과 함께 물금감자 수확 때가 되었는지 한 번 살펴보기로 할 겸, 바람도 쐴 겸해서 갔는데 우연히 감자수확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여러 사람들이 감자를 이제 막 수확하고 난 뒤의 감자밭에서 가자를 줍거니 호미로 파고 있는 것을 보고 차에서 내려 감자밭에 들어가 우리도 감자를 제법 많은 양을 얻어왔다. 비가 온 뒤라, 예전의 보푼 맛은 덜했다. 한 주간동안 이래저래 바빠서 못 가봤고 오늘, 이렇게 다시 찾은 것이다.

 

출출해 하는 아이들을 위해 집에서 감자를 삶아온 나는 아이들한테 내밀었다. 게눈 감치듯 감자는 없어지고 물금 모래감자밭이 펼쳐져 있는 곳에 도착했다. 지금은 어느 밭에서 감자를 수확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한다. 감자밭 수확을 도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수확한 뒤의 감자밭에서 감자를 캐기 위함이다.

 

조카들은 기대에 부풀어 감자밭으로 뛰다시피 걸어간다. 해는 서녘 하늘 한 귀퉁이에 아직 환하다. 역시 모래 감자밭이다. 포슬포슬 부드러운 모래 섞인 흙을 뒤적인다. 모두들 흙이 참 곱다고 처음 와 본 사람들은 누구나 손으로 흙을 만져보면서 한마디씩 한다. 신기한 모양이다.

 

물금 모래감자밭에서 추억 만들기

 

아닌 게 아니라 이곳 물금 밭들은 바로 옆에 넓디넓은 낙동강을 끼고 있는데다 땅이 좋아 이곳엔 여러 가지 농작물들이 자란다. 당근, 양파, 대파, 부추, 토마토, 감자 등 잘도 자란다. 물금 모래감자 파종 시기는 대체로 2월 말에서 3월초에 하게 되어, 이르면 5월말, 대부분 6월이 되면 여러 날 동안 계속해서 감자수확을 한다.

 

물금감자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비타민 B1이 쌀밥의 4배라 한다. 모래밭에서 깊게 재배하므로 맛이 타박한 것이 특징이다. 수확한 감자는 서울도 가고 전국으로 가지만 개인이 하는 감자밭은 대부분 부산 농산물 시장으로 간다고 한다. 하루 온종일 감자수확을 하느라 땀 흘려서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나 농산물시장에 가서 경매를 한다.

 

어디서 알고 오는지, 이맘때가 되면 감자밭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트레일러로 수확을 하는 감자밭에는 땅 속에 감자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줍거나, 호미로 파서 감자를 거저 얻는 재미가 쏠쏠한 것이다. 바로 어제 수확한 뒤의 텅 빈 밭에도 가만히 호미질을 하면 감자가 심심치 않게 나오니 시간만 있으면 감자를 캐서 삶아먹고 볶아먹고 식탁에 즐겁게 올릴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한 것이다.

 

해서 해마다 이때쯤이면 우리 집도 감자농사라도 지은 것처럼 제법 많은 감자를 두고 먹게 된다. 부스러기 은혜다. 조카들 손에도 호미가 하나씩 들려져 있다. 재롱둥이 막내 지혜는 고모부 손을 꼭 잡고 가더니 마주보고 앉아서 감자 캐는 시늉을 하고 있다.

 

다른 때 같으면 감자 캐기에 열을 올릴 남편도 오늘은 지혜의 재롱에 손뼉 맞추며 함께 놀며 감자 캐는 시늉만 할 뿐이다. 지혜는 고모부랑 감자 캐다가 등에 업혀 어리광을 부린다. 아이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잘 도 알아채고 마음껏 어리광을 부리다. 조카 서연이와 도현이는 감자를 캐다가 아주 어린 감자알을 발견했는지, 도현이가 소리친다.

 

"앵두감자가 있어요!"

 

손바닥에 올려놓은 감자를 보니 정말 앵두만큼이나 작은 감자다. 서연이는 몇 번 호미질을 해 보더니 감자가 나오지 않는다며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손에 쥔 빈 봉지가 바람에 부풀어 오른다. 이번에 만난 감자밭 주인은 마음이 넓은 사람인 것 같다.

 

간혹 아직 수확하고 있는 감자밭에 들어가면 이미 수확하고 난 장소에서 감자를 줍는데도 소리치며 쫓아내는 사람들도 있는데, 오늘 우리가 만난 밭주인은 여러 사람들이 몰려 온 것을 그냥 모른 척 한다. 오히려 감자가 잘 나올 법한 장소를 가르쳐 주기도 해 마음 편하게 해 준다. 마음 넉넉한 사람들이다.

 

모처럼 함께 온 동생들과 어린조카들한테도 마음 놓고 할 수 있게 돼서 내 마음도 기쁘다. 감자를 캐다가 눈을 들어 보니 저 멀리 금정산이 보이고 바로 등 뒤에는 오봉산이 보인다. 멀리서 그리고 가까이서 산산이 에워 둘러싸고 있다.

 

어린조카들은 모래 흙 속을 호미로 뒤적이며 감자 캐는 시늉을 해보지만 생각보다 실적이 없는지 시들해져서 '감자가 없어요' 한다. 조카 도현이는 괜히 호미 탓 하더니 자꾸만 내게 호미 바꾸자고 따라다니다 지친다. 푸훗~

 

물금모래감자, 이제 추억 속의 맛으로 남을까

 

해마다 6월 이맘때쯤이면 물금감자밭에서 수확하고 난 자리에서 모래감자를 캐는 재미도 쏠쏠한데, 물금감자의 주산지인 이곳도 올 초부터 추진하는 정부의 4대강 재탄생 선도사업과 양산시의 대규모 휴식 레저공간 조성사업과 맞물려 생태공원으로 조성되는 관계로 이제 곧 추억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 한다.

 

양산1지구 생태하천조성사업은 물금읍 물금리와 증산리 일원의 낙동강변 면적 276만㎡ 길이 4.1km 규모의 둔치를 오는 2011년까지 603억 원을 들여 생활체육시설, 생태습지, 산책로, 자전거도로, 야외무대, 초화원 등을 갖춘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 한다.

 

 

집에서 차를 타고 조금만 가면 닿을 수 있는 물금 모래감자밭, 넓은 땅 만큼이나 인심 좋고 맛도 그만인 물금모래감자밭, 감자 캐는 재미도 재미지만 모래흙을 만지는 그 재미도 있건만, 이제 추억 속으로 묻혀야 하나보다. 어쩌면 이곳 사람들의 감자농사도 올해가 마지막 수확이 될 것 같다. 이제 후로 물금모래감자는 추억 속의 맛만 기억하게 될까.


태그:#물금, #모래감자, #양산시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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