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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를 찾아 떠나는 철새 기러기들.
 둥지를 찾아 떠나는 철새 기러기들.
ⓒ 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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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가족들을 캐나다로 이민 보내고 홀로 한국에서 3년 간 기러기아빠 생활을 하다가 지난 2007년 캐나다로 떠나 현재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장영석(남·건축가)씨는 캐나다가 살기는 편해도 가끔 한국이 그리워진다고 웃음을 지었다.

사업부도로 인해 건축 사업을 접고 일반 건축사원으로 일하며 먼저 이민 보낸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한국에 남아 일하던 장씨를 한국서 마지막으로 만난 건 지난 2006년 5월이고 그 이후 만난 것이 지난 5월 31일 강원도 춘천에서다.

장씨는 2006년 5월 취재할 당시 벌여 놓은 일들을 마무리 짓고 며칠 후면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떠난다며 좋아했지만 이날 만나 얘기를 나눠보니 장씨가 한국을 떠난 것은 2007년 2월이라고 했다. 이유는 거의 마무리 됐던 일들에 문제가 생겨서였다는 것. 출국 이후 이번에 다시 일이 있어 잠시 귀국한 것이라고.

캐나다 복지정책 한국과는 비교 안 돼

장씨 가족이 한국을 떠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소아마비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 때문이다. 아들의 치료를 위해 투자한 병원비도 적지 않은데다가 회사 부도로 빚까지 떠안은 장씨는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 가족들을 먼저 캐나다로 이민 보낸 것이다.

가족들은 캐나다에서 자리를 잡느라 나름대로 고생을 하며 생활을 했고 장씨도 한국에서 벌여 놓을 일들을 마무리하느라 오랜 시간을 힘들게 보냈으며 2007년 1월 경 한국에서의 일을 정리하고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떠남으로서 장씨의 한국생활도 그렇게 끝이 났다.

"먼저 도착한 가족들은 크지는 않지만 작은 집을 얻어 보금자리를 틀었고 그 나라의 시민으로 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장씨는 말하며 "2009년 5월 현재는 어느 정도 자리도 잡혔고 본인도 기술을 살려 계속 건축 일을 하며 생활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장씨가 풀어놓는 캐나다의 복지정책은 듣는 이로 하여금 부러움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먼저, 장씨가 가장 신경 썼던 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 입장에서의 복지 관련 부분은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만족스러웠다고 했고, 그중 가장 좋은 부분이 그곳에서는 장애인이 어디를 가도 한국처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는 것과 장애인 편의시설들이 배려 있게 골고루 잘 마련돼 있다는 것이라고 자랑했다.

특히 일을 할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는 정부에서 일정 금액을 매월 지급해 준다고 했다. 물론 일할 능력이 안 되는 장애인들에게만. 한국에서도 비슷한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질적인 면에서 다르다는 게 장씨의 의견이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차량관련 혜택에 있어서도 한국과는 비교될 정도로 서비스가 잘 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서는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들로 인해 아이도 부모도 마치 죄인 된 것 마냥 낯이 뜨거워야 했지만 그곳에서 아이와 함께 다니면 오히려 오가는 사람들이 환히 웃어주거나 조금이라도 편의를 봐주려는 행동이 느껴져 자연스레 고마운 마음이 들게끔 만들어 준다는 것이 한국과의 큰 차이점이라고 장씨는 말했다.

그밖에도 노년생활에 도움 되는 각종 복지정책과 돈 없으면 공부하기 힘든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느껴지는 그곳의 교육제도는 정말 어느 나라도 안 부러울 만큼 잘되어 있다며 그 나라의 복지정책에 대해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하지만 출국을 삼일 앞둔 장씨는 "그래도 가끔씩 한국이 그리워진다. 아무래도 고향이 있는 고국이라서 그런 것 같은데 나와 같이 복지정책 불만으로 이민 간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아니, 앞으로 이민 갈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선진국형 복지정책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며 우리나라의 미약한 복지정책에 대해서 아쉬운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어 장씨는 "나는 그래도 일명 기러기아빠에서 다시 둥지를 찾아온 아빠로 돌아갔지만 지금도 어렵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기러기아빠들 및 그 가족들의 생이별이 하루빨리 없어지기 위해서라도 한국에 안정되고 바른 정치가 정립돼야 할 것" 이라고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캐나다 이민 후 잠시 일을 보러 귀국한 옛 기러기아빠는 그래도 자신이 나고 자란 고국 땅이 자신과 같은 철새들이 텃새로 살아갈 수 있게 변해달라는 마지막 부탁을 하며 다시 타국을 향해 날개를 펼쳤다.


태그:#기러기, #아빠, #캐나다,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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