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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어탕 한술에 마늘김치를 턱 하니 걸쳐먹으니 그 맛에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
| ⓒ 조찬현 | 관련사진보기 |
맛에 관한 한 쉬 명함을 내놓을 수 없는 곳이 이곳 남도다. 맛이 유별난 남도에서는 아무 음식점이나 그냥 무작정 들어가도 본전은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남도에는 맛있는 음식점이 많다는 방증일 게다. 이곳 여수 역시 마찬가지, 이번에는 추어탕을 소개할까 한다.
지인에게서 점심 무렵에 연락이 왔다. 추어탕 맛있게 잘하는 음식점을 소개하겠노라고... 내심 가을도 아닌데 생뚱맞게 무슨 추어탕이냐고 반문했다. 아무튼 후회하지 않을 거라며 빨리 오란다, 계절에 아랑곳없이 오직 하나 추어탕만 고집하는 진짜 맛있는 곳이라며.
"여수시내에서 아마 제일 나을 거요. 밑반찬이 죽여줘, 할머니 반찬이여 옛날 반찬, 여수에 내놓으라는 추어탕집이 많지만 이곳과는 비교가 안 돼."
메뉴는 달랑 하나... 밑반찬이 입맛에 딱 들어맞아 메뉴는 달랑 하나, 추어탕 전문점이다. 1인분 가격은 6천 원, 가격도 제법 착한 편이다. 상차림을 처음 보는 순간 밑반찬의 가짓수에 놀랐다. 또 한 번 놀란 건 찬도 찬이지만 상큼한 매실장아찌와 마늘김치, 묵은지, 부드러운 감칠맛의 열무김치, 겉절이 등이 입맛에 딱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뚝배기에 담아내온 추어탕에는 푸른 방앗잎이 살포시 놓여있다. 방앗잎은 향기가 진해 추어탕이나 국밥, 찌개 등에 향신료로 사용하는 풀이다.
추어탕에 산초가루와 잘게 썬 청양고추, 다진 양념을 넣어 잘 저으니 추어탕 맛이 제대로다. 산초 특유의 향이 정말 좋다.
맛에 흠뻑 빠져 추어탕을 먹고 있는데 할머니가 곰삭은 무김치를 가져와 직접 썰어주며 맛보란다. '마늘김치도 맛있어'라고 말하며 가위로 싹둑 잘라준다. 봄에 담가 숙성시켰다는 마늘김치의 맛에 반했다. 추어탕 한술에 마늘김치를 턱 하니 걸쳐먹으니 그 맛에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묵어봐, 요거(무김치) 2년 됐어."
"마늘김치도 겁나게 맛있어, 입맛 없을 때 먹으면 좋아."
-이집 추어탕은 좀 독특해 보이네요."미꾸라지를 삶아가지고 체에 쳐가지고 그놈을 요렇게 담아놓으면 우무같이 돼 부러, 들깨 갈고 무청(시래기)하고 집된장하고 버무려."
-비법이 된장에 있나요?"시골된장을 직접 담가요. 뒤뜰 장 그릇이 있는 곳에 가보세요."
-많은 무청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가을에 무청을 사방에서 구해와 가마솥에 삶아 말려요. 보통일이 아니여, 창고에 무청 말린 것이 태산같이 있어."
동네방네 입소문, 은근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 추어탕의 은근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미꾸라지를 잘 갈아 거칠지 않고 부드럽다. 이따금씩 미꾸라지의 뼈가 씹히는 것이 미꾸라지가 제대로 들어갔음을 느끼게 해 준다.
식당경력이 20년, 추어탕 끓인 지 15년 됐다는 할머니는 식당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탕 등 육류를 주로 취급했었다. 어느 날 동네 사람들이 논배미에서 자연산 미꾸라지를 잡아왔는데 어찌나 탐이 나던지 그걸 구입해 추어탕을 끓여냈다. 때마침 식당에 찾아온 사람들이 추어탕을 먹어보고 맛있다며 소문을 퍼트려 할머니는 추어탕과 인연을 맺게 됐다.
딸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할머니는 고생도 많았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산다. 오직 외길 추어탕만 고집, 추어탕은 가을에 먹는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추어탕과 밑반찬에는 할머니의 경륜과 정성이 어우러진 옛 추억의 맛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집의 추어탕은 고운 채에 으깬 미꾸라지에 삶은 시래기와 집된장을 버무려 국물 맛이 아주 담백하다. 시원하고 구수한 으뜸 보양식 추어탕을 사계절 내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www.jeonladonews.com),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