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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중간고사 시험기간에 있었던 일로 4월 중순 정도 였을것이다. 새벽 4시경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모퉁이에서 "이봐, 학생!!" 하고 누군가 날 부르는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가로등 불에 빛춰진 사람은 오르막길에서 각종 고물과 박스를 가득 싣은 리어카를 이끄는 할아버지와 그 뒤를 밀고 계신 할머니였다. 다급해 보여 우선 달려가서 도와 드리면서 자연스럽게 몇 마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 할아버지!! 왜 이런 위험한 일을 하세요?
"고물 주워다가 팔아서 우리 노부부 생활비하고 용돈하는 거지. 가끔 오는 손자녀석들도 돈 안 주면 할아버니 무릎에 와서 앉을 생각도 안 하고 쳐다보지도 않아."

- 항상 새벽에 나와서 일하세요?
"박스나 줍고 다닌다고 우숩게 볼수도 있지만 이것조차도 지금 이 시간에 하지 않으면 얼마나 경쟁이 심한 줄 몰라. 다른 사람이 다 가져가서 아무것도 없어." 

-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자리는 없으세요?
"세상에 이런 일 아니면 우리 같이 늙은이들은 어딜 가도 받아주질 않아. 이렇게라도 해서 끼니 때우면서 하루하루 보내다 죽으면 그만이지. 또 이런 일 아니면 어디 가서 일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 하루를 살기 위해 종이를 줍고 있는 대전 홍도동 74세 이양숙 할머니.
 하루 하루를 살기 위해 종이를 줍고 있는 대전 홍도동 74세 이양숙 할머니.
ⓒ 민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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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리수거된 박스를 모으러 다니시는 노부부.
 분리수거된 박스를 모으러 다니시는 노부부.
ⓒ 민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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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사이 거리를 지나다 보면 리어카를 끌며 폐휴지, 박스, 고물들을 수거하시는 노인들이 눈에 띄게 많아 졌다. 그럼 왜 자식들의 보살핌 속에서 쉬고 계실 노인 분들이 박스를 줍겠다며 거리로 나오게 된 걸까? 분명 경제적 어려움이 있기에 고된 몸을 이끌고 힘든 일을 하고 계시는 걸거다.

과거에는 산 지식인으로서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로 공경받아 마땅했던 노인들이 정립되지 않은 복지혜택과 사회 그리고 자식들의 눈 뒷편에 가려져 무관심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요즘은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 혀끝을 내차고 안타까워 하는 모습은 점점 보기 힘들어진다. 오히려 이슈가 되지 않는 뉴스기사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점차 증가하고 고령화 사회에 있다지만 그만큼 노인 공경과도 멀어지고 있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사회와 가족들에게 소외된 노인들이 서 있을 곳도 없이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다. 지금 대학생,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노후자금을 마련하기위해 투잡에 펀드에 연금에 눈코 뜰 새가 없을 정도다.

학생에 공부에 찌들고 부모는 일에 찌들어 서로 얼굴을 마주할 시간도 없는 지금, 가족이 점점 해체되고 있고 각자의 살길을 마련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듯 보이기 까지한 현 시점에서, 우리가 비추어 보아야 할 점은 무엇이며, 또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내 아버지, 어머니가 박스와 고물을 계속 주워야 하고, 먼 훗날 나의 모습이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막연한 기대보다는 현재에 올바른 사회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개인과 사회의 기본적인 마음가짐과 행동의 실천 뿐만 아니라 현재에 머물지 말고 더 나은 복지 정책을 위해서 나라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태그:# 할머니, #종이박스,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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