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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세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 위치한 파우더스노우로 유명한 스키리조트지이다. 삿포로에서 차로 2시간, 기차로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좋은 눈이 내리는 시즌일 땐 일본인보다 호주인을 비롯한 외국인이 더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고 관광객뿐 아니라 이주해 와서 사는 외국인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이면서도 일본이 아닌 것 같은 독특한 느낌을 가진 곳이다.

 

스키장 주변의 음식점이나 바만 가보더라도 영어 메뉴판은 기본이고 종업원이 외국인인 곳도 있다. 하지만 스키리조트라고만 단정 짓기엔 아쉬운 면이 있다. 타고난 자연환경을 가진 이곳은 여름엔 래프팅, 등산, 카누 등을 즐길 수 있고 다양한 온천도 분포되어 있는 4계절내내 즐길 수 있는 리조트지이기 때문이다. 

 

니세코의 간략한 설명은 여기까지. 이제는 "나의 니세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난 한국에서도 스키장 한번 가본 적 없었고 그래서 이런 곳이 세상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었다. 그런 내가 왜 지금은 니세코에 푹 빠지게 되었을까?

 

2006년 6월 난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일본 삿포로에 있었다. 처음 도착한 삿포로는 시원하다 못해 추웠다. 6월 말인데도 긴팔 옷이 필수였을 정도로. 그런 첫 느낌으로 시작한 삿포로에서의 나의 생활은 여느 도시에서의 생활과 다를 것 없었다. 저녁엔 이자까야에서 알바하고, 아침엔 호텔에서 알바하고 쉬는 날엔 친구들이랑 놀거나 혼자 돌아다니거나.

 

그렇게 불만도 없이 조용히 흘러가던 어느날, 구운 생선이 먹고 싶어 혼자 정식집에 들어갔었다. 음식이 나왔을 때 생선 옆에 무 간 것이 있길래, 어떻게 먹는거지 고민하다 옆에 혼자 식사하시던 아주머니께 물어보게 되었다.

 

아주머니께선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고 그게 계기가 되어 식사를 하며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지금 이 곳에 있다고 말하자 니세코로 가보라는 말씀을 하셨다. (니세코? 니세코? 일본말이야?)

 

그 곳엔 나같이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온 사람이 많은 인터내셔널한 곳이라는 게 아주머니의 설명. 그래도 홋카이도에 왔는데 스키장에서 일은 한 번 해봐야는 거 아니냐고. 이 얘길 들을 당시엔 삿포로 생활이 너무 즐거워 떠날 맘이 없었기에 그냥 그런 곳도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끝이었었다.

 

하지만 흘려 들었다고 생각했던 그 단어 "니세코"는 그 날 이후 가끔 머릿속에 떠오르는 정도였지만, 삿포로 생활도 어느덧 그저 평범한 도시 생활로 빛바래져 갈 때쯤 "니세코"가 내 안에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스키장... 스노보드라면 한번은 타보고 싶기도 했지, 눈... 지겹게 보겠네, 기숙사 생활... 집세도 안 들고 좋겠네, 외국인 많다니까 내친김에 영어공부? 등등

 

끝도 없이 니세코에 가야만 하는 이유들이 생겨 났고 모든 조건들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마음이 향한 이상 행동으로 옮기는 건 시간문제. 인터넷을 검색해서 모집공고를 찾아내고 이력서를 우편으로 보냈다.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다. 이 전화통화로 가는 날이 결정되었고 알바를 그만두는 등 삿포로 생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환경, 그것도 자연환경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너무 기대가 컸기에 5개월의 삿포로 생활을 접는 것엔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그렇게 난 니세코로 떠났다.

 


2007년 11월 20일부터 시작되어 2008년 5월 초까지 6개월 간의 니세코 생활은 정신 없이 흘러갔다. 난 스노보드를 탈 수 있게 되었고, 몸무게가 7Kg 불었고, 친구와의 이별에 눈물 흘릴 줄 알게 되었고, 인생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사람을 통해서 실감하게 되었고, 추운 겨울에도 바깥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원했던 대로 눈이 내리는 환경에 질리게 되었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사람을 변화 시키는 건 사람과의 만남이라는 낡은 진리와 같은, 새삼스러운 깨달음이었다.

 

그래서 내겐 니세코라는 곳은 유명한 스키리조트가 아닌 그저 사람이 사는 눈 내리는 마을이었다.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그들에게 니세코는 정착지 이기도 했고, 나와 마찬가지로 여행지이기도 했다. 비록 일을 하고 생활하고 있음에도 언제나 여행지인...

 

난 지금은 친구라는 이름이 된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일본 각지에서 홋카이도 니세코까지 날아와 우리가 만나게 된 그 필연 같은 우연 같은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는 니세코 이야기. 그래서 그들에게 새삼스럽고 쑥스럽게 말 걸어본다. 너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평범하지만 평범할 수 없었던 너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나의 니세코 이야기는 이렇게 사람의 이야기로 완성되어간다. 이것이 내가 니세코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지금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려한다.


태그:#니세코, #일본, #스키장, #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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