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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대법관 사퇴를 놓고 사법부가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이 서청원 대표 등의 최종심을 앞둔 친박연대에 "신 대법관 관련 언급을 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폭로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부대변인은 20일 공식브리핑을 통해 "친박연대 측이 지난 3월 17일 신 대법관 비판 논평을 낸 직후 대법원 고위 간부가 친박연대 고위당직자에게 신 대법관 관련 언급을 하지 말도록 요청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대변인에 따르면, 대법원 고위 간부가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한 이후 친박연대의 신 대법관 관련 논평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실제 친박연대는 3월 17일 이전까지 총 3건의 논평을 통해 신 대법관의 행태를 비판했지만, 그 뒤로는 관련 논평이 전혀 없었다.

 

대법원, 재판을 협박 도구로 사용... "누가 거절할 수 있겠나"

 

이는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법원이 정치에 개입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치 못할 일이다. 더구나 당시 친박연대는 서청원 대표, 김노식·양정례 등 3명의 비례대표 의원들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 부대변인의 폭로가 사실일 경우, 대법원은 공정해야 할 재판을 '협박'의 도구로 사용한 셈이다.

 

이 부대변인은 "최고지도부를 포함한 3인이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느냐, 의원직 박탈과 실형확정이 확정되느냐를 최종 결정하는 대법원은 친박연대로서는 천당과 지옥을 가르는 염라대왕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태에서 대법원 고위간부의 '요청'은 재판권을 담보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위협으로, 혹은 이익을 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면서 "누가 대법원 고위 간부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친박연대도 이 부대변인의 폭로를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나서 파문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은 이날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서청원 대표의 재판을 앞두고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이 노철래 원내대표에게 '신영철 대법관 관련 논평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었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또 "지난 3월 17일 오전 서 대표가 '저쪽(대법원)에서 연락이 왔다'면서 신 대법관에 대한 논평 수정을 직접 지시했고, 그 이후로 내가 관련 논평을 내지 않았다"고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진실은 오직 하나"라며 대법원의 압력 행사가 있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친박연대는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신 대법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서 대표 등은 끝내 실형을 받고 구속됐다. 서 대표가 수감 직전 "사법부에 속았다"고 말한 것도 김 처장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김 처장의 요청을 받아주면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결국 배신당했다는 얘기다.

 

서청원 "사법부에 속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김 처장의 압력 행사가 사실이라면 서 대표 등 3명이 왜 끝까지 비례대표를 사퇴하지 않았느냐는 의문도 자연스럽게 풀린다. 대법원 확정판결 전에 비례대표를 사퇴하지 않을 경우, 실형이 선고되면 8석이 5석으로 줄어든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김 처장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에 끝까지 버텼던 셈이다.

 

김 처장이 재판권을 담보로 친박연대를 협박하고 흥정을 벌였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재판 중인 대법원의 고위 간부가 재판권을 담보로 피고인과 정당에 정치적 요구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3권 분립 위반이자 헌정질서 문란행위"라며 "재판권을 악용한 정치협박이자,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정치개입"이라고 비난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폭로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며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은 신영철 대법관 탄핵안을 공동발의하기로 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제 (신 대법관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주장할 단계가 넘어섰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시점에서 신 대법관의 탄핵발의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친박연대도 사실상 동참하기로 해 신 대법관의 사퇴 여론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등 야당의 의석을 모두 합쳐도 법관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킬 의석(재적의원 과반수)은 채울 수 없다. 하지만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가 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신 대법관에게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김용담, #친박연대,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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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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