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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 'LG-삼성 세탁기 전쟁'... 검찰의 심판은?

 김도균의 '전쟁의 재발견'
ⓒ 추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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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조선일보> '유용원 기자의 군사세계'를 기웃거린다. 아직은 '어린 남자'라 그런가. '군사 이야기'에 대한 '로망'이 되살아날 때가 있다. 국내 최고 군사정보 사이트란 명성답게 '향수'를 맘껏 푼다. 눈에 익은 군부대가 등장하면 마냥 반갑고, '근사한' 총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친구 블로그에도 '전쟁 이야기'가 연재되고 있었다. 허나 정작 친구가 쓴 '전쟁 이야기'를 제대로 읽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블로그 방문자 숫자만 확인하고 빠져 나왔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군사 이야기'에는 '혹'하면서 '전쟁 이야기'는 왜 외면했을까. 어쨌든, 미안하다, 도균아.

'김도균'이 책을 냈다. 블로그에 연재하던 전쟁 이야기를 '주축'으로 '세계사를 뒤흔든 전쟁의 재발견(추수밭 펴냄)'이란 책을 내놨다. '전쟁 이야기'를 외면하던 친구에게 경고하듯, 저자는 서문에 트로츠키의 말을 인용했다.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어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말이다.

이 말은 다시 첫 장에서 '한국식'으로 살아난다. "10584571. 내 아버지의 군번이다. 이 책을 아버지께 바친다"고 말이다. 인상적이었다. 나도 군번이 있고, 아버지도 군번이 있다. '이놈의 전쟁'이 아버지를 넘어 아들에게까지 관심이 뻗쳐있다는 증거다. 어쩌면 미래의 '아들'도 마찬가지일 게다.

'게이 폭탄'을 무력화시킨 '세계 최초의 동성애 부대'

 세계 최초의 동성애 부대는 테베의 신성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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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부자'를 관통하는 전쟁의 본질을 서문에 박아놓은 친구가 재발견한 '세계사를 뒤흔든 전쟁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 첫 이야기에서부터 '상식'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2007년 미 공군 라이트 연구소의 일명 '게이 폭탄(Gay Bomb)' 개발 소식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극도의 동성애 감정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을 넣은 폭탄으로 상대 병사들의 군율 문란과 사기 저하를 초래한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허나 이와 같은 '상식'은 '세계 최초의 동성애 부대'로 뒤집혔다. 그리스 도시국가인 테베에는 신성대(神聖隊)가 있었다고 한다. 연인 150쌍으로 구성됐으며 돌격대 역할을 맡았고, 스파르타와의 전투에서 잇따라 승리를 거둔 것은 물론, 마케도니아와의 '마지막 전투'에서 300명 중 254명이 전사했을 정도로 그 용맹함이 뛰어났다고 한다.

저자는 "과연 사랑의 힘은 위대했다"고, "병사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비겁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전장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웠다"고 적고 있다. 그래서 '게이 폭탄'은 "동성애자는 전쟁 와중에도 전투는 뒷전이고 다른 남자나 유혹하는 존재라고 여기는 미국 정부의 편견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일본계 미국인 2세들의 2차 대전 참전 구호 "끝장을 보자"

잠깐 문제. 인류 최초의 핵폭발 실험장 이름은 무엇일까? 정답은 아래.

이처럼 상식을 깨는 '전쟁 이야기'는 군대·무기·전투·군가를 재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계속 '약진'한다. 베트남 민중을 이끌고 한나라에 저항했던 고대 베트남의 여전사 '쯩자매' 이야기를 읽으면서, 얼마나 서양 중심 전쟁 이야기에 익숙했는지 확인하게 된다. 분명 잔다르크만큼의 '포스'인데, '쯩자매'란 이름은 난생 처음 들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2세로 편성된 미군이 있었다는 사실도 뜻밖이다. 유럽 전투에서 혁혁한 전과를 수립한 442연대, '니세이(2세) 부대'라고도 불린 그들의 구호는 '끝장을 보자(Go for Broke)'였다고 한다. 인종차별적인 시선을 뿌리치려는, '충성심'을 입증 받으려는 절박함이 풍겨나는 구호 아닌가.

 미국 최초의 흑인 전투비행부대 '터스키기 비행대'와 무스탕 비행기. 책을 읽다보면 '프라모델'을 조립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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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을 위해 싸웠던 흑인들' 이야기도 나온다. 남북 전쟁 판도를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최초의 흑인부대를 소개하면서 저자는 "미국 사회에서 흑인이 백인과 동등한 권리를 누린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이만한 권리를 누린 배경에는 그들이 흘린 피와 땀의 대가가 있었다"면서 이렇게 단정한다. "말 그대로 '자유는 공짜는 아니"라고 말이다.

소련 여성 폭격기 연대 이야기의 결론도 인상적이다. 저자는 독일 공군에게 '밤의 마녀들'이라 불리며 '악명'을 떨쳤던 여성조종사들의 활약상을 전하면서 "미국에서 여성 조종사가 전투기의 조종간을 잡은 것은 밤의 마녀들이 활약한 때부터 50년이나 지난 1993년"이라고 끝맺는다. 어떤 사회를 평가하는데 있어 '부'가 절대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 아닐까.

되살아나는 일상 속의 전쟁, 되살아나는 미군 오폭 뉴스

정답. 트리니티 사이트(Trinity Site),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를 뜻한다고 한다.

상식은 일상을 규정한다. 저자는 '상식 밖의 전쟁 이야기'를 통해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전쟁을 드러내는 데 성공한다.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살벌한 국가가 프랑스의 '라 마르세예즈'라는 것을, "적은 우리의 아내와 사랑하는 이의 목을 자르러 다가오고 있도다! 무기를 잡으라, 시민동지들이여!"란 '살벌한' 가사를 처음 알게 됐다.

미군이 조종사들에게 강력한 중추신경 흥분제인 암페타민 성분이 든 각성제를 처방한다는 이야기는 더욱 '섬찟하다'. '오폭 뉴스'가 되살아난다. 또 순대나 햄버거가 몽골 군대 전투식량에서 비롯된 음식이라거나, 나폴레옹 군대의 놀랍도록 빠른 행군 속도가 음식 조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통조림' 때문이었다는 대목에 이르면, 전쟁과 일상은 더 이상 '따로국밥'으로 보이지 않는다.

비로소 저자가 아버지에게 바친 '헌사'가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아버지의 군번과 함께 저자는 이런 말도 적어놨었다. "아버지, 당신께서 살아오신 평생이 전쟁터였다"고 말이다. 인류가 이뤄낸 문명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피비린내 나는 전장과 관련 있음. 이것이 저자가 '세계사를 뒤흔든 전쟁을 재발견'한 결과다. '유용원의 군사세계'에서 아쉬웠던 '2%'였다고 할까.

전쟁을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량 살상의 '전주곡', 미국 발명가 맥심과 그의 기관총. 책을 읽으며 톰 크루즈가 주연했던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의 한 장면, 기관총 앞에 허무하게 쓰러져 가던 사무라이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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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지뢰 매설 면적은 여의도에 3.8배에 달한다.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파주, 연천, 철원, 양구 등 민통선 인근 주민은 하루하루 불안 속에서 지내야 한다. 멀쩡하게 논일을 나간 아버지가 발목이 잘리고, 산나물을 캐러 간 할머니가 지뢰에 목숨을 잃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뉴질랜드, 아일랜드, 코스타리카 그리고 부산. 인구가 4백만 명 정도인 나라와 도시 이름이다. 한 나라 또는 대도시에 해당하는 인명피해가 일어난 전쟁이 바로 한국전쟁이다. 아직 수습하지 못한 한국군 전사자 시신만도 무려 10만3천구에 이른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너무 '전쟁'을 쉽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아니, 그런 사람들이 있다. 불과 60년도 되지 않았는데, 동족 상잔의 비극이라고 하면서도 '전쟁'을 운운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저쪽에서 저러니, 이쪽에서도 이렇게 한다는 식의 '대응'이 유행하는 모양이다. "전쟁사를 읽을수록 전쟁이 얼마나 비참하고 무익한 일인지 자각한다"는 저자의 말이 더욱 와 닿는 요즘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국가의 자주권을 지키며 미래 세대에 생존의 터전을 물려줘야 하는 우리에게 전쟁을 이해하는 것은 그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공존과 평화를 이어가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군가의 재발견' 대목에 나오는 아옌데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 칠레 군부 쿠데타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다큐멘터리 '칠레전투'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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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주관적인 평점

이정환 ★★★★☆
전쟁·군사 이야기는 이른바 '우파' 몫이라 여기는 사람 ★★★★★
밀리터리 마니아 ★★★★
남성들 군대 이야기 잔치에 '일침'을 놓고 싶은 여성 ★★★☆
역사 공부는 잘 안 되는데, 전쟁 이야기는 재미있는 학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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