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빛 좋은 계양산 정상에 누웠더니...
|
ⓒ 이장연 |
관련영상보기
|
지난 5일 어린이날은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立夏)였습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날이 더워 고생을 했는데, 올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지 걱정입니다. 그래도 오랜동안 기다려온 여름입니다.
지난해 짧은 자전거여행에 이어 올해도 조만간 자전거방랑을 떠날 예정이라, 날이 추운 것보다 더운게 제게는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방랑길에 텐트없이 노숙을 할 생각이라, 날이 추우면 길에서 자기가 쉽지 않습니다.
장기간 노숙을 위해 꾹꾹 압축팩에 넣으면 정말 손바닥보다 조금 큰 콤팩트 침낭도 하나 장만했습니다. 작년에는 가지고 있던 침낭을 짊어지고 다녔는데, 무게는 그럭저럭 견딜만 했지만 부피가 워낙 커서 이래저래 불편했습니다.
그 침낭을 테스트 삼아 그리고 사전에 노숙을 몸에 익히기 위해 지난 7일, 도서관 종이 울린 뒤 밤 10시30분께 불꺼진 계양산공원관리소로 향해 하느재고개에서 잠시 쉬고 계양산 정상으로 바로 올라 다음날인 8일 새벽 1시30분까지 2시간 가량 누워 있었습니다.
둥근 달이 너무 좋아 손전등을 켜지 않아도 짙은 녹색이 얼핏 보이는 숲길을 맘편히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산 어딘가에서 정겨운 소쩍새 소리도 들려왔고, 늦게 산에서 내려오는 등산객들과도 마주쳤습니다. 산 위로 부는 바람은 흘러내리는 땀을 식혀주었고, 달빛보다 요란한 도시의 수많은 불들도 한 눈에 멀리까지 들어왔습니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눈을 감고 바람소리를 채집하기도 했습니다. "쓰르르륵 싸아아악"하고 나무를 춤추개하며 나뭇잎 사이로 빠져나온 산바람의 소리는, 잿빛 도시위에 덩그러니 떠있는 달빛과 함께 세상살이의 시름을 잠시 잊게 해주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