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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를 눈 앞에 둔 쌍용자동차 노조조합원 가족들이 지난 11일 평택시청에 모였다. 가족 30여명은 이날 경기도 평택시청 앞 광장에서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이정아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평택시장이 정리해고자에 대한 취업알선 대책마련에만 힘을 쓸 것이 아니라 정리해고를 막고 노동자와 회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였다.

 

가족들을 대표하여 마이크를 잡아든 부인들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쏟아져내리는 눈물 때문이었다. 연설자, 참가자 할 것 없이 기자회견장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어렵게 기자회견을 마친 가족들은 송명호 평택시장과의 면담을 위해 시장실을 방문하였지만 관내출장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발길을 돌려야했다. 

 

평택지역 국회의원이자 지식경제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장선 민주당 의원 사무실도 찾았지만 유럽출장중이라는 답변을 들어야했다.
 

쌍용자동차의 앞날처럼 무엇 하나 속시원한 것 없던 하루였지만 가족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서로를 격려하고 다독여 주었다. 가족대책위원회는 12일 오후5시 쌍용자동차평택공장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하고 그 곳을 거점으로 다양한 선전홍보조직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다음은 기자회견문이다.

 

송명호 시장님!

 

우리 남편, 열심히 일해 온 죄밖에 없습니다. 정리해고 막아주세요!

 

쌍용자동차에 다니는 남편을 둔 우리 가족들은 오늘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평택시청에 왔습니다.우리는 평택시장님이 무슨 권한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너무나 억울한 심정에 이렇게 평택시민을 대표하는 분께 호소하러 왔습니다.

 

우리 남편이 잘못해서 쫒겨나야 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억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2005년 당시 노동자들이 그렇게 반대했지만 정부가 밀어붙여 쌍용자동차를 중국으로 팔아버리지 않았습니까?

 

당시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 팔면 3-4년뒤에 공장이 빈 깡통 된다며 우려했는데, 이제 정말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상하이차는 쌍용자동차 기술만 빼가고 결국, 회사를 법정관리로 몰아넣고는 야밤도주하듯 도망가 버린게 사실 아닙니까?

 

우리 가족들은 너무나 큰 충격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래도 잘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버텨왔지만, 회사는 기어이 어버이날, 부모님께 카네이션도 달아드리지 못하게 노동부에 2,405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사형신고를 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저질러놓은 일인데, 아무도 책임지지도 않고, 왜 착실히 일해 온 우리 남편, 노동자들만 일터에서 쫓겨나야 한단 말입니까?

 

높은데 있는 분들은 너무나 쉽게 말합니다.

 

아픔이 있더라도 고통을 감수하라고 말합니다. 도대체 무슨 고통을 얼마나 더 감수해야 한단 말입니까? 몇 년째 계속된 공장휴업, 법정관리이후 반에반 토막난 난 월급, 저축은 커녕 기본적인 생활조차 힘든 지경으로 내몰린지 벌써 5개월이 넘어서고 있습니다. 남편들이 대리운전을 하고, 일당받는 막일을 나간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카드빚, 주택융자금은 연체되고, 부모님들 용돈 못드리는 것은 고사하고, 아이들 장난감, 외식한번 편히 못하고 있습니다.  빚을 얻어 공과금내고, 아이들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 보내고 있지만, 이제 회사에서 쫒겨나면 이 모든 것도 끊어야 합니다.

 

남편들 얼굴에 웃음기가 없어진지도 오래되었고, 노조일을 하는 남편들은 집에 제대로 들어오지 못한지도 몇 달째입니다. 아이들은 아빠 얼굴 보고 싶다며, 같이 놀고 싶다며, 필요하고 좋은 것은 무조건 사달라며 안달을 내고 있습니다.

 

한달에 한번 나오는 월급밖에는 어떤 생활 수단도 없는 노동자의 아내로 살면서, 그래도 일할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온 몸으로 겪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밤잠을 설치며 생각을 해도 3000명이 짤려야 회사가 살 수 있다는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도대체 둘 중에 한 명을 정리해고 해놓고 자동차공장을 살린다는 말을 어떻게 믿으란 말입니까? 이것은 쌍용자동차 공장문을 닫겠다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송명호 시장님! 쌍용자동차를 살려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시장님도 쌍용자동차를 살리겠다며 다른 도시에 가서 쌍용자동차 판매를 직접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시장님! 지금 3,000명이 한꺼번에 거리로 내쫒기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회생입니까?

 

노동조합은 정리해고만 아니라면 다른 어떤 고통도 분담할 수 있다고 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자기 입으로 이야기한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근무시간을 대폭 줄이는 방안까지도 제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습니다.

 

이제 평택시장님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언제까지 쌍용차 정리해고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계실겁니까? 아닌 것은 아니고,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해주십시오. 4만명의 생존권이 걸렸습니다. 평택지역경제를 위해서라도 법정관리인, 산업은행, 지식경제부, 국회의원, 도지사, 안되면 대통령까지 만나야할때가 아닙니까?

 

이런핑계, 저런 핑계를 대면서 쌍용차 지원을 못하겠다고 하면서 정리해고만을 요구하는 산업은행이 GM대우자동차에 대해서는 지원의사를 밝히는 것도 우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평택이 조그만 도시고, 쌍용이 더 작은 공장이라 지원을 못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정리해고를 막고, 쌍용차를 살리기위해 평택시장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 가족들은 이미 6월 8일 남편을 정리해고한다는 사형선고를 받아놓은 상태입니다. 앞뒤 재고 뭐고 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 엄마들과 아이들은 부당한 정리해고를 막는 길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갈 것입니다. 이에 우리 가족들은 시장님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우리의 요구

 

- 송명호 시장은 쌍용자동차 대규모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

- 송명호시장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와 공적자금지원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 가정경제 파탄난다. 체불임금 해소, 교육비-보육비지원, 각종 공과금 납부유예, 무이자생계대출등 지원대책을 즉각 마련하고 시행하라!

 

2009년 5월 11일

 

정리해고반대!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원회

덧붙이는 글 | 가족대책위 까페
 http://cafe.daum.net/ss-family


태그:#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정리해고, #구조조정, #평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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