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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에서 출발하여 청와대 근처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 30분 정도된 시각이었습니다.

 

집에서 오전 11시에 출발하여 오후 1시에 도착, 오후 6시까지 1인시위를 계획했으나 피켓 제작이 늦어져 출발이 많이 늦어졌었습니다.

 

경복궁 옆길로 들어서서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 거의 도착할 무렵, 경호관계자들로부터 호출을 받았습니다.

 

"잠시만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자전거 마니아인데요 산책 나왔습니다"

"아 그러세요? 혹시 가방 좀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네"

 

가방 안에야 저녁에 서늘해질 것을 대비해서 점퍼 하나, 수건, 우유와 빵과 지루할 것을 예상하여 넣어놓은 책 두어권 뿐이었습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 도착하니 외국인 관광객들이 청와대 단체 관람 왔더군요. 벤치에 앉아 담배 한 대 피워물고 빵하고 우유를 먹고 나서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근처에 사시는 연인들께도 부탁하고 외국인 단체관광객 가이드께도 부탁하고 몇 컷 찍었습니다.

 

옆길이나 샛길에는 청와대 경호원들보다는 파견나온 경찰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 진입하는데 방해가 심하거든요. 그래서 청와대가는 정통코스로 진입, 성공입니다.

 

외국인들하고도 간단한 인삿말도 건네고 자연스럽게 사진도 찍고, 자전거타고 분수대 공원을 왔다갔다하니까 경호관계자들이 당황하고 여기저기서 무전기 들고 뛰어오기 시작합니다.^^

 

"여기 청와대 앞이고 예민한 곳이라... 선생님, 가만히 계시는 것은 좋은데요..."

 

"네, 잘알겠습니다. 경호원들님들 곤란하지 않게 최대한 조용히 있다가 갈테니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어디서 오셨습니까? 혹시 성함을 여쭈어봐도 괜찮을까요? 연세는?..."

 

오후 3시쯤, 저는 제가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하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해주시는 분들께 중간소식을 알려드리고자 잠시 청와대 분수대 광장을 나왔습니다.

 

" 효자동 가는 길이 저기 연무관 지나서 맞지요?"

 

"네. 가시게요?"

 

반색을 하고 좋아합니다.

 

"아니요. 볼일 좀 보고 다시 오겠습니다."

 

인상이 순간 변합니다. 무척 난감해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주말마다 자주 놀러올거니까요,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곤란하게는 안할테니 너무 걱정마세요."

 

"네 그럼 다녀오세요"

 

지인들 몇 분과 전화통화를 하고 오마이뉴스에 1인시위 장면을 찍은 사진 몇 컷만 송고하고 나서 다시 청와대 분수대 광장 근처에 도착한 때가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얼굴이 낯선 경호관계자분이 저를 불러세웠습니다.

 

"오늘은 그만하시고 돌아가주셔야겠습니다."

 

한참을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했습니다. 아무리 헌법과 각종 법률을 가지고 조용히 항의를 해도 도저히 저의 주장을 들어줄 기미가 없습니다.

 

"그냥 자전거만 타고 산책하시면 괜찮은데 피케팅을 하는 것은 곤란합니다...(생략)"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상당히 온화하고 합리적인 분처럼 느껴지는데 상부의 지시로 어쩔 수 없는 그 분의 입장을 아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저는 할 수 없이 가능하면 주말마다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자리를 물러나왔습니다. 때 마침 저를 걱정하신 지인 한 분이 오셔서 그 분과 자전거를 끌고 인사동으로 해서 청계천변으로 해서 시청앞 광장에서 살아가는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늦은 귀가를 했습니다.

 

현 정권의 권위적이고 "민간독재"같은 모습을 보면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외칠 수 있다는 것을 다짐합니다.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결심하게 된 동기

제가 1인 시위를 결심하게 된 동기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지난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대검찰청사에 소환되던 날 저 역시 일찌감치 외근업무를 마치고 서초동으로 향했었습니다.

 

그를 지지하고 아끼는 국민들은 도착예정시각인 오후 1시 이전부터 한 명 두명 몰려들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노 전 대통령께서 대검찰청사 안에서 조사를 받고 계시는 동안  밖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조사를 마치고 봉하마을로 향하는 노 전대통령을 배웅하려고 기다리며 지루한 것을 잊으려고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는 등 문화행사 비슷하게 진행되는 동안 13명의 시민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것을 목도하고 말았습니다.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날 모여든 사람들은 집회도 시위도 아니고 어느 단체에서 조직적으로 시위를 주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어떤 구호도 외치지 않았습니다. 다만, "노무현!"을 연호하고 그 분 오가시는 길을 보려고 온 자발적 지지자들일 뿐이었습니다. 노사모가 단체적으로 온 것도 아니고 여러 지지자들 그룹이 삼삼오오 모여든 것 뿐이었습니다.

 

구호를 외치고 노 전대통령에게 계란을 던지는 등 불법과 폭력행위를 한 것은 오히려 낮에 집회를 했던 보수단체 노인분들이셨습니다.

 

저는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때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무리한 공권력의 비상식적인 행사를 보면서 그런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틀후인 5월 2일 오후 저는 오랜만에 시청앞 광장에 바람을 쏘이러 나갔었습니다. 그 날은 주말이자 연휴이기도 많은 시민들이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하이서울페스티벌"행사를 관람하고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날도 비상식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또 경험해야했습니다.

 

잔디밭에서 서울시 페스티벌 행사를 관람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구호를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각종 깃발을 앞세우고 페스티벌 행사 시가행진그룹의 한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그것은 서울역에서 예정되었던 촛불집회 1주년 기념집회가 경찰의 집회불허와 원천봉쇄로 인하여 무산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집회 참가 예정자들이 서울역에서부터 행진하여 서울시청 앞에 다다른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처음에 경찰은 그 시위대를 도로교통을 위반할 소지가 있으니 인도쪽으로 올라서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시위대는 경찰의 요청대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때부터 발생하였습니다.

이미 페스티벌 행사 무대가 차려지고 한창 진행을 하던  행사관계자들과 관람시민들과 시위대가 광장 잔디밭에서 섞이고 말았습니다.

제 보기에 2천 여명의 시위대와 1만명은 되어보이는 관람시민들이 뒤섞여 엉망이 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자 시위대 한 분이 행사장 무대위에서 마이크를 들고 상황을 알리고 구호를 외치는 등 무대를 점거 비슷하게 한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어스름 저녁이 되자 전투경찰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서울시청앞 광장 한 복판에서 그들은 마치 집회 진압훈련을 하듯이 중대단위로 이리뛰고 저리 뛰면서 관람시민에게 반강제적으로

귀가를 종용하면서 시위대와 관람시민들을 분리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겁에 질린 관람시민들은 서둘러 귀가를 서두르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간혹 호기심 많은 시민들은 서울시청사 정문 앞의 또 다른 무대위나 근처에 서서 경찰과 시위대의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였습니다.

 

약 7시 30분경부터 남대문경찰서장이 행사마이크를 통하여 시위대로 인하여 행사가 중단되고 취소되었으니 관람시민들에게 귀가를 서둘러 달라는 방송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일 귀가하지 않으면 시위대로 간주해서 전원 체포해서 사법처리하겠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러한 광경을 지켜보면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남대문경찰서장의 그러한 발언은 행사장 안에 있는 모든 시민들을 범법자로 취급하는 참으로 안하무인격인 경고성 발언이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 날 시위대는 그 때까지도 그 어떤 폭력행위도 하지 않았었습니다.

 

다음날 안 사실인데 5월 2일 시위대는 시청앞 광장을 통과하여 청계광장쪽으로 진출한 것을 경찰측에 요구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경찰은 그  요청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제 보기에는 그것은 분명 평화집회 자체를 강제로 봉쇄한 경찰의 공권력 남용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의식의 문제요, 그 날 시위대를 인도로 올라가라고 하면서 반 강제적으로 시청앞 광장안으로 몰아넣다시피 해놓고 관람시민들과 엉키게 만들고는 불법시위의 모습처럼 유도했단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사실 학생시절을 거쳐 2002년도 미선이 효순이 미군장갑차 사망사건 등 때부터 시민집회나 촛불집회에 종종 참여 혹은 시민기자로서 취재를 해온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분명 5월 2일 경찰들의 행동은 그런 의구심에 증폭을 더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나서 그 날 경찰은 서울시민들과 시위대를 소위 마치 토끼몰이하듯 이리몰고 저리몰면서 시위대와 시민들을 흥분시켰습니다. 이 때부터 경찰에 강력 항의와 욕설을 하는 소리들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 시위대와 경찰들의 밀고밀리는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간간히 일부 시위대 분들을 연행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서서  20여 년 전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 정확히 20여 년 전의 학생 때 제가 그 자리에 서 있는 착각을 느꼈더랬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죽음"을 떠올렸습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각종 집회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았지만, 폭력시위도 아닌 평화집회에 대하여 경찰의 그러한 행동과 작전은 분명 공권력 남용의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확신합니다.

 

5월 2일 그날 저 또한 오후 9시 경에 귀가하면서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들어가려는 시청역의 출구가 온통 전경들의 인의장막으로 막혀있었습니다.

 

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군요. 시민의 귀가도 강제로 막으려는 경찰들의 행태에 대해 서울시민이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강력 항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약 5분 정도 저의 항의에 대해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스크럼을 짜고는 다른 출구로 돌아가라는 일방적인 답변뿐이었습니다.

 

만일, 그 날 경찰에 항의하는 모공중파 카메라 기자가 경찰에 항의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할 수 없이 포기하고 다른 출구로 돌아가거나 다른 교통편을 찾아가야할 상황이었지요.

 

그리고 그 다음날인 5월 3일 각종 인터넷 매체들을 통하여 그 날 경찰들이 무려 100여 명이 넘게 체포하여 강제 연행했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피가 거꾸로 솟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분명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후퇴이며, 죽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결심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것을 굳게 믿는 사실이기에 저는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통해서라도 현 정권에 강력 항의하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과 경찰 관계자들께 대한민국 서울에 사는 국민이자 서울시민으로서 여쭙겠습니다.

 

집회및 시위에 관한 법률, 경찰관공무집행에 관한 법 등 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법들이 과연 헌법을 능가하는 상위법입니까, 아닙니까?

 

그리고, 또 묻습니다.

 

역시 헌법 제 21조 1, 2항에 의하면 "각종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되어있으며, "각종 집회는 허가사항이 아니다"라고 되어있는데 그러한 법들이 집시법보다 하위법입니까?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폭력행위나 불법이 아니라면, 왜 무슨 자격으로 공권력을 남발하고 폭력을 행사하면서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자체를 봉쇄하는 것입니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가능성"에 대하여 그것도 경찰측의 임의적 판단으로 "폭력행위가 예상된다"는 예상만으로 "신고제"로 되어있는 각종 집회를 "불법집회"로 간주하여 "사실상의 허가제"로 돌리고 있는 것입니까?

 

대하민국 헌법을 비롯하여 각종 법률에 근거하여 "사법행위 등의 공무를 담당하라"고 공권력을 허락한 것이지, 경찰 당신들에게 어느 누가 마치 "사법부"가 되어 법을 임의로 해석하여 집행하는 권한까지 부여한 것입니까? 그러면서 어찌 "검찰로부터의 사법독립권"을 주장하는 것입니까?

 

백번 양보해서 당신들 눈엣가시인 시위대는 차치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을 "잠재적 폭력행위자"로 간주하고 그런 방송을 하라고 어느 누가 당신들에게 허락했습니까?

 

저는 이 지면을 통하여 대한민국 경찰과 최종적으로 경찰지휘권이 있는 대통령께 분명 항의하고자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한민국 주권은 분명 국민에게 있습니다."

 

과거 유신시대와 군사정부도 아니고 민간정부가 들어선지가 언제인데 군부독재보다도 더 폭압적이고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민간독재"를 자행하려하십니까?

 

세계 만방에 대하여 제발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따라서,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덧붙이는 글 | 자전거 타고 청와대 분수대 앞에 1인시위하러 온 사람이 처음이랍니다.

이런 자전거 1인시위가 합법의 테두리안에서 평화적이면서 새로운 1인시위의 모델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태그:#청와대1인시위, #자전거1인시위, #1인시위, #김태섭, #국민이대통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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