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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행사를 가지며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하트 표시를 해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행사를 가지며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하트 표시를 해보이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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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어린이날을 맞아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청와대로 어린이들을 초청했다. 이날 초청행사에는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소년소녀가장, 아동복지시설 및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그리고 우수 방과후학교 참여 어린이 등 260여명의 어린이들이 참석했다.

대통령의 꿈, 어린이의 꿈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어렸을 때는 나중에 커서 초등학교 교장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지금은 대통령을 그만두면 환경운동, 특히 녹색운동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교장이 되겠다는 소박한 꿈이 대통령에까지 이르렀으니, 그 꿈만으로 보면 성공적 인생이라 하겠다.

그러나 퇴임 이후의 꿈인 '환경운동', '녹색운동가'에 대한 그의 포부는 이미 '삽질하는 MB정부'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하여튼 이 대통령은 꿈에 대한 메시지를 어린이들에게 참 잘 전달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어린이날 기념식을 개최했는데, 그 주제도 '꿈'이다. 5일 제87회 어린이날을 맞아 오전 10시부터 경기도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 3층 그랜드볼룸에서 '나도 나만의 꿈이 있어요!'라는 주제로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어린이 여러분이 꾸는 꿈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며 "여러분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복지부가 '어린이의 꿈'이라는 면에서 손발이 잘 맞는 모습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소박한 것이든, 거창한 것이든 꿈을 잃어간다. 그래도 꿈이 있기에 어린이는 행복할 수 있다. 그 어린이의 꿈을 맘껏 펼칠 수 있는 나라, 이 대통령의 말처럼 어린이들의 꿈이 반드시 이뤄지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말, MB정부의 교육정책

청소년 관련 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청소년 관련 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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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행사 중 어린이들과의 대화에서, "어린이들이 너무 공부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어떤 환경에서든 꿈과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런데 이런 대통령의 말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은 왜일까?

적어도 어린이들이 경쟁에 시달리지 않는 사회를 만들려면 그런 교육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다르다. 이미 MB정부 들어 고교 내신 성적 반영은 이런저런 이유로 한물간 이야기가 되었고, 고교등급제는 물론 본고사 실시를 들고 나오는 대학들까지 생긴 실정이다.

사교육을 없애겠다는 말은 그저 구호일 뿐이고, 교과서 위주의 공부로는 도저히 대학입시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정희 정권 때 등장한 고교평준화로 인하여 고교서열 정하기는 그런대로 사라져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MB정부 들어 학력신장이라는 이유로 고교등급제가 현실이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되자마자, 많은 교육정책들을 쏟아냈다. 자율형 사립고 100개 설립, 특목고 추가 설립, 조기 영어교육 실시, 본고사 부활, 수능등급제 폐지, 전과목 영어 몰입 교육, 영어능력평가 도입, 특목고 운영 자율화, 교육부 해체 등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이 모든 정책들이 하나같이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는 정책들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어린아이들 앞에서 '공부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정책이 어떠하더라도 너무 공부만 하지 말라'일까? '지금은 아니지만 그런 교육정책을 펼칠 테니 너무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일까?

아무래도 교육현실을 볼 때 전자가 분명하다. 경쟁위주의 교육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대통령의 말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MB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보더라도, 2100여개의 고등학교 가운데 자율형 사립고 100개, 기숙형 공립학교 150개, 전문계 특성화고 50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다양화라는 미명 아래 15%의 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고등학교 300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이 어린이에게 꿈이 되려면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이 문제라는 지적은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영원한 숙제다. 그래서 대학입시를 없애야 경쟁위주의 교육이 사라진다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다. 입시경쟁교육을 반대하는 이들은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라는 단체까지 결성해 대학입시를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입시자율화' 정책을 들고 나왔다. 이런 교육정책은 자연스럽게 '학생부 및 수능 반영 자율화 ⇒ 대입과목 축소 ⇒ 완전 자율화'로 이어지는 3단계 자율화 방안으로, 결국은 대학이 맘대로 학생들을 뽑으라는 것이다. 3불정책(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를 막는 교육정책)의 포기는 학생들을 어렸을 때부터 경쟁으로 내모는 정책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3월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과학습 진단평가'(이하 '일제고사')는 경쟁위주의 교육이 초등학교 교실에까지 이르렀음을 여실히 증명해 주는 것이다. 초등학교 일제고사는 어린이들의 공부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로 1998년 폐지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10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그래놓고서 '어린이들이 너무 공부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니 이명박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적어도 자신의 꿈을 피력하며 어린이들이 꿈을 펼쳐가는 나라가 되게 하려면 대통령 자신의 말처럼 어린이들이 너무 공부에 시달리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이 어린이들 앞에서 꿈에 부풀 수 있는 말만으로는 안 된다.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교육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세종뉴스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교육정책, #어린이, #꿈,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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