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채로운 모습이 전파를 탔다. '2009 국제레저항공전'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행사에서 김문수 경기지사가 레저항공 체험에 나선 장면이었다. 언뜻 보기에 비행기인가 싶을 정도로 작은 초경량비행기에 탑승한 도지사 모습은 분명 낯설었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일 게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옆에 앉은 남자가 궁금했다. 도지사 '안전'을 책임진 조종사는 누굴까 하고 말이다. 붉은 얼굴에, 억센 풍모, 뭔가 '남자 이야기'가 기대됐다. 신문을 찾아보니 그랬다. 통 큰 사나이였다. 사재를 털어 500m 활주로와 비행장을 만들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를 '대장'이라 불렀다.

아름다운 금강 비행장에서 만난 '사나이'

 김문수 경기지사가 탑승했던 CH-601

김문수 경기지사가 탑승했던 CH-601 ⓒ 이정환


이준호 대장(47·공주경비행기 대표)을 만나려고 지난 28일 충남 공주를 찾았다.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아니, 금강변에 있는 그의 비행장은 근사했다. 비행기 십여대만 없었다면, 비행장이란 사실을 잊을 정도로, 주변 풍광이 아름다웠다. 강변에 앉아 소주 한 잔 기울이면 '딱'이다 싶을 정도였다.

허나 안 될 말이었다. '대장'의 꿈이 서려 있는 곳이었다. "고향 땅 다 팔아먹고, 불과 2, 3년 전까지도 계속 '꼴아박은' 비행장"이었다. 그럼에도 "욕심 부려 뭐 하느냐"고, "떼돈 벌 생각도 없고, 나중에는 후배들에게 줘 버릴 것"이라고 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 "평생 비행만 하면 된다"고 했다.

'대장'다운 말이었다. 휴대폰도 대장다웠다. 다만 무뚝뚝한 주인과 달리 참 시끄러운 '놈'이었다. 질문 하나에 어렵게 입을 열라치면 '부르르르르', 간신히 '자랑'하나 하려 하는데 다시 '부르르르르'. 짐작건대 통화 내용은 대부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였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올해로 16년째, 하늘에서 보낸 시간만 7천시간이라고 한다. 고정익항공기에, 회전익(프로펠러) 항공기 비행교관 자격증까지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다고 한다. 여기에 금강환경항공감시단과 산불항공감시단 일까지 하고 있으니, 뭐 어쩌겠는가.

"하던 일 때려치우고, 고향 땅 팔아먹고, 허허"

 이준호 대장

이준호 대장 ⓒ 이정환

- 처음 어떻게 비행을 시작하게 됐습니까.
"1995년인가? 초경량항공기가 국내에 막 소개되기 시작할 때였어요. 아는 사람 소개로 알게 됐는데, 처음부터 끌리더란 말이죠. 굉장히 자유롭잖아요.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고, 일단 (하늘로) 올라가면 시원하고, 자유롭고, 가슴이 뻥 뚫리고, 골치 아픈 일 싹 날아가지 않습니까. 그 양반(소개시켜준 사람) 때문에 망했지. 업이 됐으니까. 하던 일 다 때려치우고, 고향 땅 있는 거 다 팔아먹고. 허허."

태생이 '자유인'이었던 모양이다. 그 징조는 일찍부터 나타난 듯하다. 중학교 시절부터 오토바이를 즐겼다고 한다. 나중에는 '최민수 오토바이'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런 사람이 '비행기'를 만났으니,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을 것이다. 도로를 따라 달리는 오토바이가 주는 '자유'보다는 더 컸을 테니까. 슬슬 배가 아파왔다. 대뜸.

- 죄송한 말이긴 한데, 집이 잘 살았나 봐요?
"뭐 먹고 살 만한 정도지, 꼭 그렇지도 않은데…"

가정 형편에 대해 '대장'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꼭 그렇게만 볼 수 없다는 것을 나중에 비행장에 나타난 아내 송춘화(47)씨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보험까지 깼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도 "사나이 중 사나이"라며 동갑내기 남편 자랑에 열중하는 아내, 뭐 어쩌겠는가. 그냥 부러워할 수밖에.

돈벌이 때문 아냐 … "나의 꿈은 할아버지 비행사"

이렇듯 아내의 전폭적인 신뢰를 '낙하산'으로 업은 남편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장성, 광주, 함평, 영광, 삽교천 등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그냥 놀러 다닌 것이 아니었다. "아는 동생이 레저비행 클럽을 해보겠다고 하면, 자신이 갖고 있는 비행기를 모두 몰고 가는" 식이었다. 아예 '금강 홈그라운드'를 떠나 1년 정도 객지에 머무른 적도 있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또 새로운 일을 벌였다. 공주시 협조를 얻어 다른 하천 여유부지에 활주로와 격납고까지 지을 예정이다. 격납고는 레저비행 동호인들의 숙원 중 하나다. 비싼 '자가용'에 눈비를 맞히거나, 남의 손을 타도록 놔두고 싶어하는 주인은 결코 없을 테니 말이다. 이번에는 아예 이사도 할 예정이다.

 이준호 대장

이준호 대장 ⓒ 이정환

-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돈벌이 때문인가요?
"사실 돈벌이는 안 돼요. 그저 한 달 '똔똔(수지를 맞춘다는 뜻)'이면 만족하지. 요즘은 그래도 좀 낫습니다만, 2∼3년 전까지는 계속 '꼴아박았으니까요'(웃음). 초창기에 고생 많이 했어요. 지금도 누가 돈벌이 때문에 이 일 한다고 하면 말리는 것도 그래서죠. 이제 자리는 잡혔으니까, 앞으로 벌어야지. 물론 큰 돈 벌 일은 안 되고, 떼돈 벌 것도 아니고, 지금 현재도 만족스럽습니다."

- 그럼 레저항공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인가요?
"그런 셈이죠. 계속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비행기 숫자나 레저비행 인구도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헌데 격납고도 격납고지만, 활주로가 턱없이 부족해요. 누가 사유지를 쉽게 내주겠어요? 정부 땅도 쓰기 쉽지 않고요.

내가 어느 정도 기반을 만들어놔야 할 것 아니에요. 그래야 후배들이 좋은 여건에서 비행할 수 있지.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겁니다. 나중에는 법인 만들어서 후배들에게 줘 버릴 생각이에요. 나는 할아버지 돼서 비행기 타고 다니는 것이 꿈이거든. 나는 평생 비행만 하면 돼요."

"하늘의 맛을 돈 많은 사람만 느끼란 법은 없으니까"

그래도 '쫌생원'이니 어쩔 수 없다. 좀처럼 '사나이의 마음'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현재 '공주 경비행기' 회원은 약 백여 명, 그 중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은 40여 명이라고 했다. '대장'의 책임감에 비해서는 다소 부족한 '숫자'다. 그런데 재미없는 주제를 벗어나자, 그들과의 재미있는 경험을 청하자, '힌트'가 나왔다.

"동호인들과 1박2일로 놀러가곤 합니다. 주로 서해 쪽으로, 비금도나 금일도 쪽에 자주 가요. 물론 비행기를 타고 가지. 그쪽에 있는 섬들은 별도의 활주로가 필요 없거든요. 썰물 때는 착륙이 가능할 정도로 땅이 딱딱해져요. 그냥 해변에 내려앉으면 됩니다.

그렇게 자주 가는데,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게 되잖아요. 한 번씩 태워드립니다.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좋지. 그럼 섬 주변을 한바퀴 돌아드리곤 하죠. 헌데 그 감흥이 참 크신 것 같더라고요. 언제 자기가 살고 있는 섬을 공중에서 볼 수 있었겠어요? 안 그래요?"

- 좀 더 많은 사람이 비행을 즐겼으면 하는 생각이 강한 것 같습니다.
"여기 체험하러 오는 분들에게 가끔 그럽니다. 어른들은 굳이 탈 필요 없다, 아이들은 꼭 한 번 태워주면 좋다. 철이 좀 든다고 할까? 조금 어른스러워져요. 하늘에서 보는 세상은 다르니까 그런가봐요. 레저항공이 활성화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가격도 내려가고, 더 손쉽게 접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을 거 아닙니까. 하늘의 맛을 돈 많은 사람만 느끼란 법은 없으니까요."

 무뚝뚝한 남편과 든든한 아내 송춘화씨

무뚝뚝한 남편과 든든한 아내 송춘화씨 ⓒ 이정환


에어쇼, 체험비행 … '안산 하늘이 활짝 열린다'
5월 1일부터 어린이날인 5일까지 '2009 국제레저항공전'
이제는 '하늘의 맛'에 다소 덤덤해졌다고 하면서도, 이준호 대장은 좀이 쑤시는 듯했다. 오는 1일부터 열리는 '2009 국제레저항공전'에 동호인들과 함께 참가하기 때문이다. 행사 개막 하루 전날인 30일, 그는 CH-601을 몰고 공주를 출발하여 안산에 '착륙'할 예정이다.

경기도와 안산시가 주최하고 경기관광공사(국제레저항공전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2009 국제레저항공전'이 1일부터 어린이날인 5일까지 경기도 안산시 한국해양연구원 앞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동안 에어쇼, 각종 체험프로그램 및 문화행사, 레저항공산업전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일단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에어쇼다. 세계적인 곡예 비행팀으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파이오니어팀(Pioneer Team)의 곡예비행을 비롯, 초경량항공기, 모터패러, 스카이다이빙, 무인항공기, 인명구조 시범 등 다양한 형태의 볼거리가 마련된다.

체험프로그램도 '인기 품목'이다. 초경량항공기 탑승 체험, 열기구 체험, 행글라이더 지상체험, 패러글라이더 지상체험, 항공기 분해 조립 체험 등이 눈에 띈다. 일부 체험은 홈페이지를 통해 응모가 끝났으나, 주최측에서는 행사기간 중 행사장에서도 추가로 탑승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문화행사도 다채롭게 열린다.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어린이날인 5일에는 군악대와 의장대 퍼레이드가 진행된다. 레저항공전 포토존, 페이스 페인팅 그리고 항공전 관련 그림 그리기 및 글짓기 대회도 행사 시작 당일부터 5일까지 개최된다.

레저항공산업과 레저항공 스포츠의 관심 증대를 위한 '레저항공산업전'도 열린다. 전국 레저항공 관련 기업 홍보존, 항공기 제작 및 항공기술 관련 항공교육존, 항공역사 관련 및 실물이 전시되는 항공역사존 등이 꾸며진다. 모형항공기와 RC항공기도 전시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레저항공과 관련한 조종사 강연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각종 대회 참가 및 입장권 예매 그리고 더 자세한 내용은 2009 국제레저항공전 홈페이지(www.skyexpo.or.kr)을 참조하면 된다.

레저항공 초경량 항공기 이준호 금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