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물적 생활 여건 개선으로 삶의 목적이나 의미로 관심이 이행하면서 삶의 질의 중요성은 전 지구 차원에서 증대해 왔다. 그래서 삶의 질은 사회 발전의 기본 가치가 되고 있다. 고도성장 시대의 삶의 질의 향상은 달성해야할 또 하나의 목표였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심각한 경제사회적 위기 상황에 당면해 있다. 이런 상황은 주관적 복지의 차원이 적극 반영된 삶의 질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사회학회와 통계개발원 주최로 '한국의 사회동향과 삶의 질'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개최돼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첫 번째 '사회의 질과 삶의 질 : 사회발전의 지표의 측정'을 발제한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발전은 과거요소 투입형, 고지 탈환형 돌격작전 같은 양적 성장전략만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경제성장과 더불어 문화적으로 세련된 시민의식, 신뢰와 합의에 기반한 정치시스템,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 등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진국의 시스템적 특징은 다양한 요소들 간의 균형이 유지되면서 성장의 활력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역동적 균형'이라 할 수 있다"면서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조화로운 통합, 성장과 분배,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대기업과 소기업, 미래세대와 현세대, 인간과 자연, 남성과 여성 등의 대립 항들이 역동적 균형을 이루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회가 역동적 균형을 갖기 위해서는 ▲경제발전 ▲이념적이고 문화적 측면 ▲사회의 질 ▲ 생태적 환경과 맺는 관련성 등 최소한 4가지 사회발전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경숙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의 시회지표는 경제적 생활수준뿐만 아니라 여가, 사회활동, 문화생활과 같이 넓어진 삶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물질적 정신적 생활의 풍요로움으로 발전의 내용이 심화되는 방향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삶의 질 지표로 ▲소득과 소비의 안정성 ▲사회, 생태, 환경안전 및 쾌적성 ▲정치, 경제 사회적 통합 ▲친밀성 ▲공동체 소속감 ▲돌봄의 교환 ▲교육기회의 충족감 ▲건강 ▲취업 ▲주관적 만족감 등이라고 밝혔다.

 

최성욱 통계청 통계정책과장은 "한국인의 행복도는 소득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95년 88%-> 05년 74%)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GDP, GNI 등 소득관련 경제지표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과 행복에 영향을 주는 포괄적 지표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교육과 삶의 질'을 발제한 강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객관적 조건과 낮은 주관적 만족도 사이의 간극으로 인해 비교적 선명한 부조화 현상이 목도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면서 "국민의 교육기회 신장이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민간부문 교육비 지출이 과중되고, 교육여건 자체가 OECD 평균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의 질 향상과 관련한 과제로 ▲개괄적 수준이라도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대한 정보제공 필요 ▲사교육비에 대한 정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제공 필요 ▲시계열 비교를 위해 일관된 지표 적용 필요 등을 강조했다.

 

'노동과 삶의 질'을 발표한 방하남 한국노동교육원 선임연구위원은 "한 사회에서 노동의 과정과 구조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떠하냐에 따라 그에 속한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질은 결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근로생애는 축적된 인적자원의 구현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노동과 삶의 질 부분을 ▲참여와 기회 ▲고용의 안정 ▲능력개발과 고용서비스 ▲임금보상과 소득(소득평등) ▲근로시간 및 조건 ▲차별과 평등(고용평등) ▲일과 가정의 양립 ▲참여와 발언 ▲사회보장과 노동복지 등 9개 부문에서 상대적 지위와 결정적 지표들이 나타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소득과 삶의 질'을 발표한 이현송 한국외대 영어통번역학부 교수는 "소득은 직접적으로 소비생활을 통해 물질적인 삶을 개선시키고 주관적 삶의 만족을 높인다"면서 "소득은 소비 외에도 건강, 여가, 지적활동, 안전 등 다양한 영역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90년대 이후 연장자 순의 질서의 붕괴로 40대와 50대 사람들의 객관적 소득규모 및 주관적 소득인식 모두 크게 후퇴했다"면서 "반면 기혼 여성의 소득활동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 20년 사이에 세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가난한 사람의 상대적 소득지위가 더욱 추락했다"면서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에서 못배운 사람들은 생활을 위해 필요한 지출을 소득으로 메우지 못해 적자생활에서 허덕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가족과 삶의 질'을 발제한 정기선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정책기획실장은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등 가족관계가 사람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삶의 질을 결정하는데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과거 부모 부양의 의무가 사회나 국가가 나눠맡아야 한다는 생각이 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 91년 이래 17년간 가족의 삶의 질을 조사한 결과 90년도에 비해 최근 들어 가족생활의 전반에 대해 만족도가 전체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면서 "여성보다 남성의 만족도가 높아가고 있다"고 피력했다.

 

특히 "가족관계 연령대가 높아갈수록 만족도가 떨어진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혼경험이 과거만큼은 아니라도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보다 어려움이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밝혔다.

 

'사회 안전과 삶의 질'을 발제한 민수홍 경기대 경찰행정학전공 교수는 "안전은 위험이나 손실로부터 보호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인간의 생존과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한국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불안요소로 범죄발생, 경제위기, 환경오염 등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사회통합과 삶의 질'을 발제한 정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20년간 지속돼온 신자유주의의 일방독주와 그 패러다임 종언의 서곡처럼 들리는 세계적 경제위기의 한복판에서 이제 사회성의 진보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면서 "이제 사회성의 진보를 통해서만이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바로 사회통합이 가장 핵심적 영역"이라면서 "한국사회통합양상은 남미 내지는 동구권 국가들과 함께 분류되고 순위로는 27개 국가 중 12위에 머물고 있다. 향후 사회통합문제가 한국사회에서 갈수록 중요한 과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포지엄은 지난 2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사회발전과 삶의 질, 교육·노동·소득과 삶의 질, 가족·사회안전·사회통합과 삶의 질 등 3가지 세션으로 이뤄졌다. 이날 오전 심포지엄에 앞서 김문조 한국사회학회장이 개회사를, 이재형 통계개발원장이 인사말을 했다.


태그:#삶의 질, #한국사회학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