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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대한민국은 'ㅇㅇ 리스트' 정국이다. 그 중 하나가 '고 장자연 리스트'였다. 리스트는 아니지만 청와대 행정관이 성매매를 했다. 사실 '성매매'는 2009년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역사 이래 끊임없이 지속되어왔다.

 

성매매를 '매매춘'로 정의할 수 있을지  좁게 정의하면 잘 모르겠지만 넓게 해석하면 매매춘에 포함될 수 있다. 성매매가 은밀하게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매매춘은 지정된 장소에서 많은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2001년 김강자 당시 서울경찰청 방범과장은  미성년과 노예 매춘을 줄이기 위해 공창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펴 논란이 한창 붙어었다. 그 중 하나가 이성숙씨가 쓴 책세상 문고 우리시대 예순 한번째로 나온 <매매춘과 페미니즘, 새로운 담론을 위하여>이다.

 

이성숙은 매매춘을 자본주의의 산물로 보지 않고 그 보다 훨씬 이전부터 역사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행한 삶의 양식으로 이해한다. 특히 남성 위주의 성 담론 해체의 일환으로 여성의 매춘을 노동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따위의 새로운 개념 정립을 시도는 놀랍고, 충격이다. 읽는 이로서는 동의하기 힘들었다.

 

매춘 여성은 그녀의 성적 부분과 육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성적 서비스 형태를 판매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 노동자로서 매춘 여성과 다른 직종의 노동자나 서비스 판매자 간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매춘부는 단지 자신의 신체상 재산에 대해 외적 관계에 서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매춘 여성은 자신의 신체와 자아를 파는 것이 아니며, 그녀의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과 아무 손해 없이 거래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다.(20쪽)

 

이성숙은 공창제가 서구에서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매매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된 시도들 가운데 가장 위험한 발상이자 정책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기존의 페미니스트 담론들도 매춘 여성들을 억압하는 또 다른 형태라고 비판한다.  이성숙이 하고 싶은 말은 매매춘 자체가 아니라 매매춘을 바라보는 우리의 적대적이고, 위선적인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매매춘은 인정하면서 매춘 여성은 사회적 존재로 인식하기 거부하는 남성 위주의 도덕주의자들의 견해가 비논리적이듯이, 매춘 여성은 사회적, 경제적 존재로 인식해야 하지만 매매춘은 추방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비논리적이다.(30쪽)

 

이성숙은 건전한 매매춘 형성에 필요한 페미니스트 이론은 매춘 여성들이 성병 감염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남성 고객의 성기를 검사할 수 있는 권리, 남성 고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남성 고객의 폭력에 저항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 강조, 매춘 여성은 곧 성 노동자라는 개념 인식, 그리고 섹슈얼리티의 다양성 따위를 강조한다.

 

이성숙은 매매춘 이미지를 재창조하기 위해 사회적인 가치와 태도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으며 매춘 여성들의 거주 공간과 노동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일들이 이루어져 매매춘에 대한 우리 인식이 변화되면 매춘 여성에게 가해지는 여러 가지 폭행과 인권 유린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며.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매매춘 문제가 아니라 성격이 완전히 다른 범죄 행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이성숙이 주장하는 논리를 따라가다보면 충격이 크다. 솔직히 이성숙 주장을 마지막까지 동의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매매춘에 대한 새로은 시각을 접했다는 점에서 큰 소득이었다.

덧붙이는 글 | <매매춘과 페미니즘, 새로운 담론을 위하여> 이성숙 지음 ㅣ 책세상 펴냄 ㅣ 3,900원


매매춘과 페미니즘, 새로운 담론을 위하여

이성숙 지음, 책세상(2002)


태그:#매매춘, #페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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