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번 4.29 보궐선거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자의적인 법해석이 이슈가 되고 있다. 울산  북구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간의 후보단일화를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에 대해 울산 북구 선거관리위원회가 갑자기 선거법 위반이라며 중단시키는 바람에 큰 논란이 벌어졌다. 결국 민주노총 총투표는 무산되었고, 두 당간의 후보단일화는 아직도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또한 경기도 시흥에서는 선관위가 야3당(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의 무소속 후보지지 표방을 금지해서 논란이 되었다. 정당들이 공식기구를 통해서 무소속 시민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는데, 선관위가 나서서 이런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알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선관위의 자의적 결정이 엄청난 파장 일으켜

 

게다가 두 사안 모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적인 공식 유권해석은 적법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더욱 문제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울산 북구 선관위와는 달리 민주노총 총투표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시흥시의 경우에도 당대표자의 무소속후보 지지유세가 가능하다고 해석함으로써 사실상 야3당의 지지표방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지역선관위가 불법이라고 한 것을 중앙선관위는 적법이라고 하고, 실무자가 구두로 안 된다고 한 것에 대해 공식질의를 하면 뒤늦게 가능하다고 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짧은 선거운동기간(13일)으로 인해 한번 잘못된 해석이 나오면 그것이 선거운동에 미치는 피해가 너무 크다는 데에 있다. 울산 북구의 경우에는 지역 선관위의 잘못된 법해석 때문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간의 단일화에 큰 차질이 생겼다. 또한 경기도 시흥시의 경우에는 선관위의 불허방침으로 인해 무소속 시민후보가 선거운동에 상당한 손해를 보았다. 선거홍보물에 야 3당의 공식지지 사실을 표시하지 못했고, 선거운동 전반부에 정당대표들이 지지유세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선관위의 경직된 법해석은 결국 기득권 정당들에게만 유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한나라당, 민주당과 같은 기득권 정당들은 선관위가 선거공조나 선거운동의 자유를 방해하면 할수록 이득을 보지만, 새로운 정치적 시도를 하려는 세력들은 이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선관위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이 핫이슈였다. 그래서 헌법에 선거관리위원회에 관한 규정까지 두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권한남용이 문제로 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의 위임을 받아 선거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법해석권한을 가지고 선거를 좌지우지할 위험성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치활동이나 선거운동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선거법과 맞물릴 때에 그런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이번 울산 북구나 경기도 시흥의 사례들이 그런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지금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고 방대한 조직을 가지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는 그동안 독립기구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선거관리위원회의 횡포가 계속된다면 새로운 정치적 시도는 싹도 틔우지 못하게 될 것이다.

 

비록 후진적인 선거법과 신뢰할 수 없는 선거관리의 틈바구니에 있지만, 그래도 새로운 정치적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 가치나 정책을 중심으로 한 연대나 선거공조 같은 시도도 계속되어야 한다. 지역주의와 이해관계·조직으로 표를 모아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당들에 맞서기 위해서는 그런 방법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기득권이 없는 세력들은 새로운 정치적 시도를 통해서만 스스로를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시도들만이 정치적 무관심과 회의에 빠진 시민들을 다시 정치의 공간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하승수 기자는 제주대 법학부 교수이자 변호사입니다. 


태그:#시흥시장, #선관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