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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벤처란 사회적 기업(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 중에서도 청년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설립된 곳을 나타낸다. 다수의 청년들이 소수의 안정적인 직장에 몰리며 청년실업이 구조화되는 상황에서 소셜 벤처는 청년실업 문제 해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4차례에 걸쳐 2030세대 소셜 벤처 기업가들을 만날 예정이다. [편집자말]
봉제공장 노동자에겐 공정한 임금을, 인디 디자이너에겐 일자리를, 소비자에겐 친환경 제품을 제공한다는 게 지난 3월 소셜 벤처 오르그닷을 세운 김진화(33·오른쪽) 대표·김방호(31) 이사의 꿈이다.
 봉제공장 노동자에겐 공정한 임금을, 인디 디자이너에겐 일자리를, 소비자에겐 친환경 제품을 제공한다는 게 지난 3월 소셜 벤처 오르그닷을 세운 김진화(33·오른쪽) 대표·김방호(31) 이사의 꿈이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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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들은 NHN(네이버)·다음에서 나와 봉제공장으로 향했을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다. 누구나 선망하는 최고의 인터넷 기업에 다니던 20~30대 청년들이 회사에서 나와 옷 장사를 하겠다니.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도, 100만명에 이르는 청년실업자도, '눈물의 땡처리' 의류브랜드도 이들 눈에는 들어오지 않은 걸까?

바로 지난 3월 오르그닷(Org.)이라는 의류 생산·유통 '소셜 벤처'를 세운 김진화(33) 대표·김방호(31) 이사의 이야기다. 봉제공장 노동자에겐 공정한 임금을, 인디 디자이너에겐 일자리를, 소비자에겐 친환경 제품을 제공한다는 게 이들의 꿈이다.

그 꿈은 가상하나,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 값싼 외국산 의류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봉제공장 노동자에게 공정한 임금을 주는 것부터 쉽지 않을 일. 하지만 이들은 "그곳에 길이 있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미 이들의 무한 도전은 1·2막을 거쳐 3막이 시작됐다.

[도전①] 최고의 직장을 그만두다

오르그닷은 오는 25일 세상과 만난다. 이날 오르그닷의 꿈을 키우는 곳이자 인디 디자이너들의 전시 공간인 '오르그닷 갤러리'가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오픈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오전 현장을 찾았을 때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또한 그곳으로부터 2분 거리에는 친환경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회사의 디자인소품과 공정무역 제품을 모은 편집숍(여러 브랜드 제품을 모아놓은 매장)인 '오르그닷샵'이 공사를 마무리하고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이는 오르그닷의 또 다른 사업 축이다.

갖가지 윤리적·친환경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포털(관문) 사이트 같았다. 김 대표·김 이사의 이력과 겹쳐졌다. 이들이 포털사이트에서 느낀 건 무엇이었을까? 95학번인 김 대표는 대학교 때부터 인터넷의 소통 가능성에 주목했고, 2001년 다음에 입사했다.

"2002년 20대였던 대선 총책임자로 있으면서 사회를 바꿔나가는 흐름에 동참할 수 있어 의미 있었고, 재미있었다. 시민들이 잃어버린 사회에 대한 발언권을 되찾고 사회 변화를 이끌기 위해선 다음이 공공적 미디어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김 대표는 "당시 다음은 포털사이트 업계 1위로서 자신감과 에너지가 충만했다"면서도 "다음은 처음부터 공공적(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디자인되지 않은 곳이었다"고 밝혔다.

2004년 엠파스에서 지식검색 서비스를, 2007년엔 NHN에서 네이버 오피스를 담당한 김 이사는 "커뮤니케이션·교류에 관심 있어 엠파스·NHN을 선택했다"면서 "영리기업으로서 한계가 있었다, 하는 일이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곳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10여명의 20~30대 청년들로 이뤄진 오르그닷의 구성원들 역시 안정적인 직장을 박찬 이유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3년 5개월 동안 국내 1위 인터넷 서점인 예스24(Yes24)에 다녔던 이미정(28)씨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그만뒀다"며 "주변에선 '거기 밥은 먹여주냐'는 반응이 많았지만, 20대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도전②] 봉제공장을 세우다

친환경 등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는 회사의 디자인소품과 공정무역 제품을 모은 편집숍(여러 브랜드 제품을 모아놓은 매장) '오르그닷샵'의 모습. 오는 25일 공식 오픈 예정이다.
 친환경 등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는 회사의 디자인소품과 공정무역 제품을 모은 편집숍(여러 브랜드 제품을 모아놓은 매장) '오르그닷샵'의 모습. 오는 25일 공식 오픈 예정이다.
ⓒ 오르그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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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길을 가던 이들이 만나게 된 건 '봉제공장'에서다. 2006년 9월 다음에서 나온 김 대표는 의류사업을 하는 친구와 같이 일을 하다, 의류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눈을 뜨게 됐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과 봉제공장 노동자들의 삶이 매우 열악했던 것이다.

김 이사는 '전태일'에 관심을 뒀다. 그는 "대학생들은 대기업에 못 가면 큰일이라지만, 분명 다른 길이 있다"며 "전태일이 꿈꿨던 봉제공장처럼 8시간 노동에 임금을 많이 주는 등 사람을 중요시하면 더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순옥 박사를 만나 '참 신나는 옷'이라는 봉제공장을 세워 2008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이곳 노동자들에게 월 140만~250만원을 지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10~12월에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천연 소재·염색의 유니폼이 입소문을 타면서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수준의 이윤을 얻게 됐다.

"자신감을 얻었다"는 김 대표와 김 이사는 이후 더 큰 뜻을 품었다. 브랜드를 가진 대기업과 열악한 생산업체들이 일방적인 하도급 관계를 유지하는 후진적 의류산업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 이는 생산·유통을 할 수 없어 좌절하는 수많은 디자이너와 다단계 하청에 열악한 경영환경에 내몰린 봉제공장 모두를 살리는 길이다. 김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을 중간에서 연결시켜주고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를 지원·유통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십개의 디자이너 그룹이 수십개의 의류를 소량 생산하는 것을 한 곳에서 팔게 되면, 소비자는 국내 그 어떤 의류브랜드보다 더 다양하고 유니크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공단 지역 등 서울의 역사를 담은 곳에서 예술가와 함께 매장을 꾸밀 것이다."

[도전③] 사회적 기업을 전파하다

지난 14일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있는 오르그닷샵에서 한 손님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있는 오르그닷샵에서 한 손님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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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와 김 이사는 친환경 의류를 기획함으로서, 윤리적인 생산과 소비를 강조할 예정이다. 이는 이들이 오르그닷을 설립하면서 친환경 디자이너 이경재(30)씨를 합류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SBS의상팀 출신의 이경재씨는 옥수수전분·한지 등으로 만든 친환경 웨딩드레스를 만들고 결혼식을 친환경적으로 꾸미는 에코웨딩 사업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또한 유명 생활용품 제조업체의 친환경 제품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그는 "세상에 순응하기 싫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안정적인 직장에서 나왔다"며 "윤리·환경적인 것은 '옳은 것'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준다, 가격이 싸지 않지만 만족도가 높다,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현재 오르그닷 투자비는 6천만원이다. 10여명의 직원들이 갹출했다. 앞으로 모두 2억원을 투자해 1년 안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9년 매출 목표는 12억2천만원. 2010년에는 50여개 디자인팀과 함께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에코웨딩 사업 등에서도 2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김 대표와 김 이사의 바람은 많은 젊은 인재들과 만나는 것. 김 이사는 "성공함으로써 많은 청년들이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90년대 학번인 김 대표는 "창조적인 20대와 일하고 싶다"며 2000년대 학번인 88만원 세대에게 손을 내밀었다.

"386세대가 IT붐을 일으켰다면, 지금의 20대는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경제 구조에서는 종신고용도 안되고, 99%는 안정된 직장을 못 가진다. 돈을 좇는다고 돈을 벌 수도 없다. 기성세대에게 기대지 말라. 20대들은 창조적인 사회적 기업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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