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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유튜브에 동영상과 댓글을 대한민국 국적으로 올리지 못하는 것 때문에 논란이 크다. 인터넷은 21세기 인간의 사유를 담는 중요한 도구이다. 이성을 통하여 사유하는 인간은 언제든지 자신의 사상과 이념을 담을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개발해왔다. 통제받지 않고 자유롭게 말하고, 글을 쓸 수 있는 방법과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인간은 다른 동물과 구별된다.

 

인간은 생각을 말로만 전하지 않고, 글을 통하여 전하고자 했다. 고대 이집트는 파피루스를 만들었고, 중국은 인류 역사가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인 '종이'를 만들었다. 종이는 인간 자신이 사유한 결과물을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 아니 후세대에게도 전할 수 있게한 혁명이었다.

 

그럼 '종이' 이전 중국은 무엇으로 자신의 사유 결과물을 전했을까? '간독'(簡牘)이다. 간(簡)은 대나무를 뜻하는 것으로 대나무를 세로로 쪼개어 만든 것으로 모양이 길고 납작한 것을 이름하여 '죽간'이라 했다. 독(牘)은 나무를 쪼개어 만들어 '목독'이라고도 한다. 

 

간독이 어떻게 중국인들 사유를 담았는지 살핀 책이 있다. 북경대학 철학과에서 명말 청초의 철학자인 왕부지(王夫之)의 역학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임형석이 쓴 <중국간독시대, 물질과 사상이 만나다>이다.

 

간독은 정확히 언제부터 쓰였는지 알지 못하지만 멀게는 '은나라'부터로 추정하고, 전국 시대(BC5세기)부터 동한 시대 말(2세기)까지 종이에게 자리를 내 주면서 약 7백년 동안 중국인들 사유를 담았다. 종이가 출현하고 보급됨에 따라 간독은 종이에 주도권을 내주게 되지만 종이에 담긴 기록은 간독의 형식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점을 지은이는 강조한다.

 

임형석은 '간독시대'와 '중국 사상'이라는 두 개의 열쇳말로 고대 중국의 사상적 상황을 살피면서 사상과 그 사상을 담고 있는 물질이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 지 말한다. 인간의 사유와 사상은 담은 물질과 형식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고 임형석은 생각한다.

 

"사상은 무형이지만 사상을 담은 것은 유형이다. 유형의 물질이 가진 성질에 대하여 모르는 것은 반쪽짜리 성공일뿐이다."(9쪽)

 

임형석은 간독시대의 도래가 제자백가라는 자유사상가의 등장과 동시대에 이루어졌다는 점에 강조한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간독은 사상이 권력인 궁정을 벗어나 세상, 곧 일반 사람들도 사유한 결과물을 기록할 수 되었기 때문이다

 

2장에서 간독 시대 대강을 파악할 수 있는 두 사례를 통하여 간독시대, 물질과 사상이 어떻게 만났는지 살핀다. 1973년 발견된 '마왕퇴 한묘에 발견된 <마왕퇴 백서>와 1993년 '곽점초묘'의 <곽점초간>이다. 간독시대에 포함된 진한교체기에는 간독뿐만 아니라 비단도 드물지 않게 사용되었는데, '마왕퇴 백서'는 대표적 유물이다.  

 

백서에는 <백역><노자><오행> 따위가 포함되어 있다. <백역>은 쾌서와 방위가 기록되어 있어 한나라 상수 역학 기원이 상당히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고, <노자>는 유가 사상이 지배하던 시대에도 도가 사상도 함께 사유하는 방식임을 알게 한다.

 

곽점에서 발견된 초나라 때의 간독은 지금까지 발견된 어떤 간독보다 이른 시대인 전국시대 중반기 이후의 작품들이 주종을 이룬다. 여기에는 <노자> <태일생수> 따위가 있다. 이는 곽점 시대가 도가와 유가가 행복한 밀월관계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자료을 알 수 있다.

 

지금 간독을 생각하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간독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그 옛날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사유했는지 알 수 없다. 우리 생각을 담을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있다는 것은 생각하는 인간에게 더 할 나위없이 기쁜 일이다.  우리는 후세대에게 우리 생각을 제대로 담아 전하고 있는지 <중국 간독시대, 물질과 사상이 만나다>는 묻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중국 간독시대, 물질과 사상이 만나다> 임형석 지음 ㅣ 책세상 펴냄 ㅣ 4,900원


중국 간독시대, 물질과 사상이 만나다

임형석 지음, 책세상(2002)


태그:#간독,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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