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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에 관한 구글의 공식 입장(구글 공식 한국 블로그)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구글의 공식 입장(구글 공식 한국 블로그)
ⓒ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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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이다. 최근 구글코리아가 한국 정부의 강제적인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거부한다고 공식 밝힌 데 이어, "한국에서의 유튜브 동영상, 댓글 등록을 제한한다(유튜브에서 국가를 '한국'으로 설정한 사용자들이 동영상이나 댓글을 올리지 못하게 함-편집자주)"고 입장 발표를 하자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전면에서 '행동대장' 역할을 맡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는 구글에 대해 법률적으로 보복하겠다는 다짐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글에 '압박' 가하고 있는 정부

'제한적 본인 확인제'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0조에 따라 1일 평균 접속자수가 10만 명 이상인 경우 2009년 4월부터 실명인증을 통한 본인 확인을 거쳐야만 글과  댓글을 작성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제도.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구글은 "22개국에서 사이트를 가지고 있으나 본인 확인을 요청받은 곳은 한국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구글은 중국 사업 때도 사상 검열에 동의하면서 해당 국가의 국내법을 존중해 왔다"면서 "방통위는 국내법을 무시하고 있는 구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상업적으로 눈 가리고 아웅한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방통위와 여당이 합세해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꼴이다.

한술 더 떠, 방통위의 황철증 네트워크정책관은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거부한 구글에 대해 "국내에서 하는 여러 서비스들에서 위법사항이 없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해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털어서 먼지 내겠다는 보복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구글이 표현의 자유 제약? 그럼 청와대는

"구글이 오히려 표현의 자유 제약하고 있다"고 주장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구글이 오히려 표현의 자유 제약하고 있다"고 주장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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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방위 소속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표현의 자유와 권리가 우선됐으면 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서라도 올리고 싶다는 이용자의 표현자유를 제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적반하장'이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법제도를 강제하면서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거론하다니.

이미 청와대는 구글의 한국 서비스 제한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유튜브의 계정 설정을 '월드와이드(worldwide)'나 다른 국가로 지정하면, 동영상과 댓글을 등록하는데 지장이 없다.

청와대도 계정을 '한국 이외 국가'로 설정해 계속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례 라디오 연설을 유튜브에서 '월드와이드'로 설정해 게재하고 있는 중이다.

나 의원은 "구글은 중국 사업 때도 사상검열에 동의하면서 해당 국가의 국내법을 존중해 왔다"면서 구글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난했는데, 그것은 출발점이 잘못됐다. 한국과 중국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민주주의적인 가치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인 비약이다.

구글의 입장은 아직 변함없다. 구글코리아 이원진 대표는 1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넷 언론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구글)가 이 규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열어줄 계기를 만들면 국내 인터넷 문화가 더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하며,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원칙적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여론 또한 제한적 본인 확인제의 강제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인터넷의 대표적인 사진동호회 'SLRCLUB'도 제한적 본인 확인제 시행에 관한 공지를 띄웠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은 언론통제 시도로 받아들이며 비판적인 의견을 올리고 있다.

SLRCLUB의 ‘제한적 본인 확인제’ 공지에 대한 회원들의 댓글
 SLRCLUB의 ‘제한적 본인 확인제’ 공지에 대한 회원들의 댓글
ⓒ SLRCLUB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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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15일 구글코리아의 유튜브 업로드 금지 조치와 관련,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포함한 우리나라 인터넷 규제정책 전반을 재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태의 본질은 언론 통제하려는 '정치적 의도'

이번 사태의 핵심에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무리하게 강제하려는 방통위와 현 정부에 비판적인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려는 여권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 이것이 사태의 본질이다.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때, 미온적인 대처를 보였던 방통위가 여권의 강력 대처 주문에 따라 구글 서비스 전반에 대한 불법성을 찾아보겠다고 밝힌 점은 이번 사태를 정치적 의도로 읽어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MBC 신경민 앵커의 무리한 교체, <PD수첩> 담당 PD의 강제구인 등 일련의 사건들도 이런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사회 전반에 걸친 민주주의의 후퇴를 목도하면서 많은 시민들은 당혹해하고 있다.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15일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전 세계에 호소하기 위해 '미네르바와 표현의 자유(Minerva and Freedom of Speech)'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직접 제작하여 유튜브에 등록하기도 하였다.

방통위는 언론 통제에 앞장서기 전에 최근 성접대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자기 앞가림부터 해야 할 것이다. 구글은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단체도 아니거니와 더욱이 한국의 정권에 반대하는 반정부단체도 아니다.

다만 그들은 '사악해지지 말자!'는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을 가진 기업일 뿐이다. 구글의 모토이기도 한 "Don't be evil!". 인터넷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책당국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태그:#구글, #유튜브, #방통위, #언론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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