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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머리를 깎았던 대학생들이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 떴다. 학부모와 시민단체 활동가도 참석해 등록금 문제 해결책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14일 오후 2시 3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고액 등록금때문에 휘청거리는 대학생들의 현실과 타개책, 앞으로 투쟁 계획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청와대 앞 집단삭발식. 길거리에서 머리를 밀어야 하는 마음은 어땠을까? 이원기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의장은 "담담하게 생각했는데 가위소리가 들리는 순간 억울했다"고 했고 박해선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걱정했는데 당일에는 괜찮았다"고 말했다.

 

송상훈 전국예술계열대학생연합 집행위원장은 "예술전공 대학생들도 더 수위 높은 실천을 해야 한다, 삭발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에 따르면, 일부 예술계열 대학생들은 '바(bar)'같은 술집에서 일하거나 유흥업소에서 손님을 끄는 등의 알바(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를 모으는 실정이다.  

 

올해 아들이 대학에 입학했다는 박이선 전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은 "삭발 장면을 보면서 '나도 머리 깎고 싶다'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많았을 것"이라며 "정부의 문제해결 의지가 안 보인다면 학부모들도 (삭발로) 연대할 것이다, 저도 참여하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한아름 홍익대 총학생회장 '학생운동의 김연아'로 떠"

 

그러나 아직까지는 '광장'이 아닌 도서관으로 향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이원기 의장은 "대학생들이 아직 사회의 주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대학생' 하면 딱 떠오르는 단체가 없다"고 지금의 상황을 정리했다.

 

박해선 회장은 "대학생들도 등록금이나 청년실업이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것은 알지만, '스펙'을 쌓아서 해결하려 한다"면서 "지금 20대는 성장기에 IMF를 목격해서 불안감이 많고 안정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조민경 등록금넷 활동가는 "부자 감세는 14조원이나 했는데, 추경예산 3조만 (등록금 인하를 위해) 지원하면 대다수 학생들이 가계 부담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다"면서 장기적 대책으로 등록금상한제·후불제·차등책정제를 제안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삭발에 참여한 한아름 홍익대 총학생회장이 '학생운동의 김연아'로 떴다,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며 "오는 5월 1일 총궐기대회에 많은 분들이 (참석하기로) 약속을 잡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 가정 하나 지키기 어려운 시대지만, 정부의 잘못으로 생긴 고통이라면 언젠가 모여서 저항해야 한다"면서 "국민들이 직접 나서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지지를 부탁했다.

 

다음은 '삭발 대학생, 등록금을 말하다' 좌담회 요약. 이날 좌담회는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 일단 왜 삭발을 했는지 이야기해 달라.
박해선 숙명여대 총학생회장 : "한 가정이 세달 동안 아무것도 안 쓰고 모아야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다. 대학이 의무교육화된 상황에서, 개인이 교육비를 다 책임져야 하나. 삭발할 때는 처음에 걱정했는데 당일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괜찮았다. 엄마는 짠해 하시고, 아빠는 '장하다'고 하셨다."

 

이원기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의장 : "미용실에서 머리깎는 마음으로 담담하게 생각했는데, 가위소리가 들리는 순간 너무 억울했다. 내가 왜 길바닥에서 머리를 밀어야 하나. 삭발하는 동안에도 계속 경찰이 경고방송을 했는데 '무언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박이선 전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 : "제 아이도 올해 대학에 들어갔는데, 학부모들은 등록금으로 인한 고민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 자신의 경제적 여건만 비관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대학생 삭발 장면을 보면서 '나도 머리깎고 싶다'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많았을 것이다. 정부의 문제해결 의지가 안 보인다면 학부모들도 (삭발로) 연대할 것이다. 저도 참여하겠다."

 

송상훈 전국예술계열대학생연합 집행위원장 : "예술계열 등록금은 인문사회계열보다도 200만원이 더 높다. 그런데도 실습환경은 열악하다. 조소작업에 쓰는 기계가 낡고 안전장치도 미흡해서 손가락이 잘리는 일이 1년에도 몇 번씩 생긴다. (석조작업의 경우) 돌가루가 나오는데 방진 마스크도 없고, 실습실 마룻바닥이 튀어나와 있어 무용 연습하다가 다치고…. 예술 전공 학생들이 더 수위높은 실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삭발도 생각하고 있다."

 

- 시민사회도 등록금넷이라는 연대체를 만들었다. 어떻게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생각인가.

조민경 등록금넷 활동가 : "등록금 상한제는 등록금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고, 등록금 후불제는 학기 중에 국가가 등록금을 대납해주고, 대학생이 졸업한 뒤에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등록금 차등책정제는 가계소득에 따라 등록금을 정하는 제도다. 각자 형태는 다르지만 이미 18대 국회에서  안민석 의원과 권영길 의원이 발의했다."

 

"성장기에 IMF 목격한 20대, 불안감 많고 안정 추구"

 

- 학생들은 어떻게 등록금을 마련하고 있나.

송상훈 : "'알바'를 많이 한다. 요즘 일부 여학생들은 '바(bar)' 같은 술집에서 일하는데, 새벽 3시까지 손님과 이야기하고 1교시 수업을 듣는다. 졸업은 하는데 (돈이 없어서) 졸업작품 영화도 못 찍고 고향에 돌아가 유흥업소에서 손님을 끄는 일을 하는 선배도 있다."

 

조민경 : "29조 추경 예산안 중에 등록금 지원 관련예산은 2072억원뿐이다. 학자금 대출이자를 지원하고 상환을 유예하는 정도의 대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부자감세는 14조나 했는데, 추경예산 3조만 (등록금 인하를 위해) 지원하면 대다수 학생들이 가계부담 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다."

 

- 대졸초임 삭감 정책에는 전국 대학생들이 들고 일어서겠다 싶었는데 그렇지 않더라. 기대만큼의 활동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원기 : "대학생들이 아직 사회의 주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대학생'하면 딱 떠오르는 단체가 없다. 지금 대학생들은 아등바등 알바하면서 4년 내내 취업 준비해도 취업이 안 된다. 그런데 '내가 무능력해서 그렇다'는 패배주의가 만연하다. 제가 보기엔 지금의 대학생들이 건국 이래 가장 똑똑하다. 남의 나라 말 하나씩은 다 할 줄 안다."

 

박해선 : "대학생들도 등록금이나 청년실업이 사회구조 문제라는 것은 알지만, 도서관에서 토익과 토플로 '스펙'을 쌓아서 해결하려 한다. 지금 20대는 성장기에 IMF를 목격한 세대다. 멀쩡한 가장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목격해서 불안감이 많고 안정을 추구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씩 해달라.

박해선 : "지금 대학생의 요구들은 '더 잘 살자'가 아니라 '살려달라'는 것이다. 절박한 상황이다. 많은 분들의 관심 없으면 해결이 안된다."

 

이원기 : "이명박 정부 시대에 서민 생존권을 찾아오려면 정부 정책과 CEO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한대련이 그렇게 싸워나가겠다."

 

박이선 "학부모들도 경제적 처지를 비관하는 것보다 대학생들과 함께 고통을 드러내고 함께 연대하는 자세로 변해야 한다. 등록금 문제는 내가 못살아서 생긴 것이 아니다. 정치권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송상훈 : "아버지가 부산 대우버스에 다니는데 파업 중이다. 회사가 작년에 흑자를 내고도 비정규직을 채용하려고 한다. 지금 직장폐쇄에 들어갔고, 공권력도 투입한다고 한다. (이런 비정규직의 삶이) 앞으로 대학생의 현실이다. 적당한 개선으로 해결책이 나올 때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바꿔내지 않으면 안된다."

 

조민경 : "이번에 삭발하고 스타가 된 학생도 있는데, 그 친구 홈페이지에서 많은 분들의 지지글을 봤다. 오는 5월 1일 총궐기대회에서 그 분들을 만나보고 싶다."


태그:#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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