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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격의 맛과 향으로 맥주의 이상을 실현했다는 평을 받는 에비스 생맥주
 고품격의 맛과 향으로 맥주의 이상을 실현했다는 평을 받는 에비스 생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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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전략 컨설턴트 '리처드 왓슨'은 미래는 '양극화'와 '공존'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했다. 어중간한 중간지대는 없어지고, 도저히 공존하기 힘든 극과 극의 공존(共存)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이 전망에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게 현재 일본의 맥주시장이다. 최근 일본의 맥주동향은 '더 고급으로'와 '더 싸게'이다. 기네스급 프리미엄맥주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한쪽에선 제3의 맥주인 발포주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양극화와 공존이다.

발포주, 저가경쟁과 높은 세금이 만들어 낸 제3의 맥주

일본에서는 1989년 주류 판매 면허가 완화되어 대형 할인매장에서 맥주를 취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로인해 소매점에서 정가판매가 줄어들게 되었고, 대형매장사이에 저가격 경쟁이 일어났다. 그러한 경쟁으로 인해 도매업자나 맥주회사에 가격 인하 압박이 되었지만, 원래 맥주는 소매가격 중 46.5%가 세금이어서 가격 인하는 어려운 상품이었다. 또, 자국 맥주의 가격 인하가 어렵기 때문에, 해외의 싼 수입 맥주를 취급하는 가게가 급증했다. 대기업 맥주회사들은 위기감을 더해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맥주를 가격 인하할 가능성을 각사에서 연구하게 되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발포주였다. 당시의 주세법에서는 맥아의 비율이 67%(3분의 2) 이상의 것을 맥주, 그것 미만은 발포주로 분류했다. 맥주와 비교하면 세율이 큰 폭으로 싸게 정해져 있었다.

그 흐름에서, 1994년에 산토리가 맥아율을65%까지 내린 발포주'홉스'를 판매해, 저가격을 실현시켰다. 다음 해에는 삿포로 맥주가 맥아 비율25% 미만의 '드라후티'를 발매, 새로운 저가격으로 설정하였다. 발포주는 본격적인 경쟁의 시대로 접어든다.

맛은 맥주에 뒤떨어진다는 평을 들었지만 저가격이 공을 세워, 발포주의 매상은 갈수록 호조를 띠었다. 맥주 판매가 부진하게 되자 정부는 1996년 가을 주세를 개정하게 된다. 맥아율 50%이상의 발포주는 세율을 맥주와 같게 했다. 발포주를 겨냥한 개정이었지만, 대기업 맥주메이커는 상품개발을 실시하는 기업 노력을 무시한 행위라면서 반발했다.

산토리는 가을의 주세법 변경에 대해, 맥아 사용율을25% 미만으로 한 '스파홉스'를 동년 5월부터 시장에 투입하고 있다. 갈수록 정통맥주에서 멀어지고 있는 게 오늘날 일본 발포주의 현주소이다. 따지고 보면 발포주는 우리가 한 발 앞서있는 게 아닌가 싶다. 높은 탄산과 낮은 맥아함량은 국내산 맥주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으니 말이다.

질로 승부한다! 프리미어급 맥주전쟁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프리미엄급 맥주 중에 하나인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프리미엄급 맥주 중에 하나인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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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포주와 대척점에선 프리미엄급 맥주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사히생은 프리미엄급에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 국내 편의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아사히의 프리미엄 타임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마실만한 가치가 있다. 맛객이 맥주 한 번 맛있게 마셔보자 할 때 한 캔 따는 게 프리미엄 타임이다. 하지만 프리미엄급에서 단연 압권은 에비스 생맥주였다.

이 아름다운 맥주를 접한 장소는 카가와현 타카마츠시에 소재한 한 스시집(小松). 미백의 거품은 기네스와 견줘도 손색없을 정도로 고왔다. 맛에 비하면 거품의 수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독일에는 '맥주 순수령' 법이 있다. '맥주 순수령'이라 하면 맥아 100%로 만들어야 하며 홉과 효모 외에 그 어떤 재료의 첨가를 불허한다. 이것만이 진짜 맥주 타이틀이 붙고 그 외는 맥주라 할 수 없다. 이 '맥주 순수령'에 필적하는 게 에비스이다. 부재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맥아를 100% 사용한다. 통상보다 긴 시간을 숙성시켜, 맥주의 이상을 실현시키는 중이다.

부드럽고 섬세한 거품 속에 숨겨진 맛을 봤다. 장기간 숙성에 의해서인지 맛에 품위가 있었다. 쓴맛은 일방적이지 않고 다양하게 다가왔다. 기분 좋은 쓴맛이다. 비결은 독일 바이에른産의 아로마 호프를 엄선해서 사용하는데 있다. 이것이 양질의 쓴맛 비결인 것이다.

스시는 맥주와 궁합이 잘 맞는다
 스시는 맥주와 궁합이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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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는 기대에 밑돌았다. 시각적으로 품위가 떨어져보였고, 장어는 바스락거릴 정도로 딱딱했다. 일본이라고 해서 스시가 다 괜찮은 건 아니었다. 아직 주문한 스시가 절반도 나오지 않았지만 더 이상 먹어야 할 의미를 찾지 못했다. 스톱시켰다. 실망은 했어도 큰 불만은 없다. 에비스 생맥주를 맛본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찾았으니까.

고가의 프리미엄급과 저가의 발포주가 공존하는 일본의 맥주동향이 국내 맥주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맥주 애호가에게 흥미로운 관심이 아닐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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