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부르크 SV의 승리 소식을 알리는 유럽축구연맹 누리집(uefa.com) 첫 화면 ⓒ 유럽축구연맹
방문 팀의 선취골이 터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겨우 29초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안방 팀 선수들에게 각성제 역할을 했다. 보기 좋은 3-1 역전승의 서막일 뿐이었다.
네덜란드 출신의 마르틴 욜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함부르크 SV(독일)는 우리 시각으로 10일 새벽 함부르크에 있는 아레나 함부르크에서 벌어진 2008-2009 UEFA(유럽축구연맹) 컵 8강 토너먼트 맨체스터 시티 FC(잉글랜드)와의 첫 경기에서 짜릿한 3-1 역전승을 거두고 4강 진출의 가능성을 높였다. 두 팀은 오는 17일 장소를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으로 옮겨 한 번 더 실력을 겨룬다.
훌륭한 미드필더, 피오트르 트로초프스키
패스와 킥 실력이 안정되어 있는 미드필더 한 명이 팀 승리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를 잘 가르쳐준 한판이었다. 그 주인공은 현재 독일 국가대표팀으로도 활약하고 있는 왼쪽 미드필더 피오트르 트로초프스키다.
축구 경기에서 세 골을 혼자서 터뜨리는 것을 해트트릭이라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며 개인으로서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팀 스포츠로서의 성격을 고려하면 득점과 도움을 골고루 하는 것이 선수 개인에게나 팀에게나 더 큰 의미를 남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바로 하루 전 바르셀로나에 있는 캄프 누에서 벌어진 챔피언스리그 'FC 바르셀로나(에스파냐) - 바이에른 뮌헨(독일)' 경기에서도 입증되었다. 4-0으로 안방 팀의 완승을 이끌어낸 주역은 다름아닌 리오넬 메시였다. 혼자서 2득점 1도움의 기록을 남긴 것. 이를 두고 축구 소식을 전하는 여러 언론에서는 만점 그 이상을 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고 칭찬했다.
세계 축구팬들에게 리오넬 메시만큼 지명도는 높지 않지만 트로초프스키는 그에 못지않을 만큼의 활약을 UEFA컵 8강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보여주었다. 우선, 그의 킥 실력은 보는 이들이 무릎을 치며 감탄사를 낼 정도로 정확했다.
경기 시작 29초만에 상대 골잡이 호비뉴를 막지 못해 선취골을 내줬지만 함부르크에는 그가 건재했던 것이다. 8분쯤 뒤 트로초프스키는 자로 잰 듯한 왼쪽 코너킥을 노련한 수비수 마테이선의 머리에 연결하여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이후에도 그의 발끝에서 많은 슛 기회가 만들어졌는데 방문 팀 문지기 기븐의 선방이 이어졌다. 후반전, 그에게도 득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자신이 찬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마테이선의 절묘한 오버헤드 슛이 나왔고 이를 막던 맨시티의 수비수 리차즈가 배구 코트의 가로막기 장면을 떠올리듯 두 손을 높이 들어 막아낸 것이었다.
이렇게 얻어낸 페널티킥(63분)을 트로초프스키는 침착하게 오른발로 차 넣었다. 뛰어난 순발력을 자랑하며 눈부신 선방을 기록하던 문지기 기븐도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트로초프스키의 킥 실력 앞에서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의 킥 기술이 더 빛나는 장면은 79분에 나온 쐐기골 상황이었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다루던 트로초프스키는 왼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쪽 사각에 자리잡은 교체 선수 파울로 게레로의 오른발 앞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공을 배달했다.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그 순간 넋이 나간 듯 보였다.
잡느냐 놓치느냐 그것이 문제!
이 경기의 승장 마르틴 욜 감독은 초롱이 이영표(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을 때 토트넘 홋스퍼를 맡아 우리 팬들에게도 친숙한 인물이다.
토트넘을 지휘하던 마르틴 욜 감독은 2006-2007 시즌에도 UEFA컵 8강전에 도전했는데 아쉽게도 그 당시 우승팀 세비야(에스파냐)를 만나 두 경기 합산 3-4로 아쉽게 물러난 바 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특히, 그는 감독으로서 맨체스터 시티를 만나서는 한 번도 진 적이 없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우위에서 출발했다. 비록 맡고 있는 팀은 토트넘 홋스퍼가 아니라 함부르크였지만 그의 기록이 7경기 전승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욜 감독의 생각이 적중했다. 경기 시작 후 29초만에 먼저 골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마테이선과 그라브가르트가 중심에 선 수비라인은 그런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상대의 핵심 선수를 잡느냐 놓치느냐의 차이에서 갈림길이 생긴 것이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간판 호비뉴를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숙제였고 적어도 함부르크는 그 숙제의 70% 이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는 경기였다. 반면에 방문 팀은 트로초프스키라는 상대팀의 걸출한 미드필더를 뻔히 보면서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한 쪽은 됐는데 나머지 한 쪽은 이를 알고도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다.
두 팀은 오는 17일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으로 장소를 옮겨 한 차례 더 맞붙게 된다. 과연 현재 분데스리가 2위팀 실력이 잉글랜드에서도 잘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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