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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입니다.

 

하지만 만개한 벚꽃을 보는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면서 정말 대한민국이 감시 공화국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입니다. 근거는 이렇습니다.

 

지난 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감청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내용은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지난해 KT나 SKT 등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 등에 협조한 감청 통신 사실 확인 자료를 보면 아실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 감청 건수가 사상 최초로 9천 건을 돌파했는데. 놀라운 건 전체 9004건의 감청 중 국가정보원이 실시한 감청이 98.5%에 이른다는 점입니다.

 

국정원 감청 98.5%

 

세부 내용을 보면 검찰 24건, 경찰 94건 이어 군수사기관은 19건인데 반해 국정원은 대다수인 8864건을 기록했습니다. 유독 국정원만 해마다 감청 건수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감청은 납치나 유기 등 긴급 범죄 상황일 때처럼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수사기법입니다.

 

국정원의 이 같은 행태는 월권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원세훈 국정원장은 청문회 때부터 공공연히 국내 정치 사찰 업무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걸로 기억합니다. 테러나 국가 안보, 방첩 등 본연의 업무가 있는데도 굳이 우표를 찍듯 남발되는 감청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국정원 본연 업무는 테러나 국가 안보 방첩

 

더욱 우려스러운 건 민의와 배치되는 국회입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달 임시 국회에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시도할 태세라고 합니다. 개정안은 온통 지뢰밭입니다.

 

먼저 감청 범위입니다. 기존 유선 전화에서 이제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휴대폰 심지어 생활이 되어버린 인터넷 메일을 통해서도 국정원은 그 내용을 동의 없이 속속들이 감시할 수 있습니다.

 

또 간접 감청 부분에서는 이 땅이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권리가 보장된 민주주의 공화국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국정원이 외국인에 한해선 대놓고 감청하겠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감청 당하는 당사자가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는 국정원 밖에 모른다고 합니다.     

 

이런 나라가 어디 있을까요. 민주주의 국가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에 따라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2009년 대한민국 정부는 이런 신성한 의무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국민에 대한 의무 저버린 2009년 대한민국 정부

 

사법부는 어떤가요. 허탈할 따름입니다. 가장 공정한 심판자여야 할 법원은 철저하게 권력에 기울었음을 보여줍니다. 감청으로 인한 영장 기각률이 고작 5% 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힘없는 소수자,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개인은 강고한 국가 감시 통제 체제에 종속될 수 밖에 없음을 항변하고 있는 듯합니다.

 

방통위의 해명도 궁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능화, 첨단화된 강력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에 맞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통신 수사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같은 국가 기관인 방통위 스스로가 국정원 존립 이유와 역할의 의미를 왜곡해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가장 염려스러운 건 이 땅의 언론입니다. 제4부로 군림하며 언론 자유를 누려온 기자들은 오늘날 자본과의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보여 온 일련의 언론 장악 논란은 이들을 더욱 지치고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겨레> 제외한 대다수 언론, 침묵 아니면 무관심?

 

그렇다고 해서 면죄부가 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국정원 감청이 보여주는 폐해는 너무나 명백한데도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국가 권력이 이명박 대통령이나 지배 체제를 비판하는 시민들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감청하고 투옥시키려 하는데 어느 누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권력 감시와 비판이 생명인 언론이 아쉽습니다.

 

다만 <한겨레>가 9일자 '국정원, 도감청 괴물로 부활하는가' 제하의 사설에서 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일견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전국 단위 일간지 어디를 검색해 봐도 국정원의 빅브라더 전략에 제동을 거는 곳은 보이질 않습니다.

 

검찰의 박연차 수사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요즘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어리석지 않습니다. 어둠의 권력이 지휘하는 이런 여론 조작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국정원의 감청 권한 확대는 분명 우리 생활에 엄청난 파급을 몰고 올 중대 사안입니다. 시민 단체들도 이미 거리로 나가 싸우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우리 모두가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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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 자녀를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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