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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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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수원 팔달·4선)이 정치개혁의 깃발을 들었다. 

남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임위 전환을 뼈대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4월1일 국회에 제출했다. 예결특위의 상임위화는 정부로서는 불편한 주제다. 여당 내에서, 그것도 중진 의원이 발의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남 의원은 공천제도 개혁에도 나설 작정이다. '상향식 공천제'와 '의원 상시평가제'를 도입하자고 그는 주장한다.

"예결특위 상임위화는 '예산 주권' 되찾는 일"

남 의원은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와 만나 자신의 정치개혁 구상을 자세히 밝혔다.

먼저 남 의원은 예결특위 상임위화와 관련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정부로서는) 예산 편성에 국회가 간섭하는 것으로 느끼니 예결특위를 특위로 만든 것"이라며 "이제는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이를 두고 "예산 주권을 되찾자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 의원이 이날 제출한 개정안은 예결특위를 상임위로 전환해 국가의 예산안·결산, 기획재정부의 예산·결산·기금결산 심사를 하도록 했다. 상임위의 소관 기관에 대한 국회의 회계조사 제도를 도입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현재 예결특위는 특별위로 위원들이 다른 상임위와 겸임하게 돼 있어 전문성을 쌓기 어렵고 소관 상임위로부터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짧은 심의기간도 부정적인 측면 중 하나다.

당 지도부로서는 마뜩찮은 주장이다. 남 의원이 지난해 말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 때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한바탕 논쟁이 벌어진 일도 있다.

남 의원은 "정부로서는 국회가 예산 편성부터 심의까지 1년 내내 타이트하게 감시하는 게 부담일 수 있으나 국민 입장에서는 국회가 예산을 제대로 감시하도록 하는 제도"라면서 여당이 아닌 국민의 처지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력자 입맛에 공천 좌지우지 돼선 안돼... 상향식 공천제 도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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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제도 개혁도 남 의원이 큰 관심을 갖는 있는 주제 중 하나다. "권력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게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폐단을 없애야 한다"는 것. 그는 지난 18대 공천을 거론했다.

지난 18대 공천은 이른바 '계파 공천'이 가장 극심했던 예다. 공천에서 배제된 '친박' 진영은 "공천이 아닌 사천이었다"면서 반발했고, '친박 무소속'이란 이름으로 출마해 다시 배지를 달고 복당했다. 유례없는 사건이었다.

남 의원은 "지난 공천의 후유증이 지금까지 있어 한나라당은 지금 두 집으로 나뉘어 있다"며 "이런 (계파) 정체성을 정당화한 게 지난 공천"이라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다른 때에 비해 이번 국회의 초선 의원들의 역동성이 떨어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도 공천 파동에서 찾았다. 그는 "상대적으로 이번 초선들이 당론과 다른 생각을 마음대로 토론하거나 외치지 못한다"며 "지난 공천 때 개혁의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이 배제된 걸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활동해도 공천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며 '상향식 공천제'와 '의원 상시평가제' 도입을 제안했다.

남 의원은 경주 재선거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막후에서 친박성향의 정수성 후보(무소속)에게 사퇴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도 공천의 후유증이라고 진단했다.

남 의원은 "경주 공천을 좀더 지혜롭게 해서 '친이-친박'의 갈등 구조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었어야 했다"며 "인화성 있는 사안만 발생하면 불이 커지는 상황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를 막으려면 권력을 가진 쪽에서 좀 더 양보해야 한다"며 주류인 친이 측에서 친박을 포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을 시사했다.

개성공단 억류사태, 북한의 '광명성 2호' 발사 등으로 경직된 남북관계와 관련, 남 의원은  "미사일 국면이 끝나면 '10·4 선언'과 '6·15 남북공동 선언'의 이행을 전제하고 대화의 의지를 진정성 있게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런 방편 중 하나로 남북총리급 회담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연차 리스트, '친박·친노 죽이기' 되면 대통령에 독약 돼"

또한 남 의원은 최근 귀국한 이재오 전 의원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일을 공개한 뒤 "본인도 당분간은 정치 일선에 매여 있기 보다는 그간 정치를 하면서 느꼈던 바를 정리하는 기간으로 삼고 싶어 하더라"며 "지금은 본인이 조금이라도 정치적인 행보를 하면 걷잡을 수 없는 당내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저자세 행보'를 당부했다.

남 의원은 '이재오 역할론'과 관련 "대통령과 나라·당의 성공을 위해 국민의 뜻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자신이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당이나 차기 집권을 위해 어떤 도움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두고는 "수사가 끝나갈 무렵에는 검찰이 정파나 정당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한 모든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각오로 투명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이번 수사를 두고 나오는 'MB의 여의도 다스리기'라는 시각과 관련 "수사가 끝나고 나서도 마치 이것이 '친박 또는 친노 죽이기'였다는 식의 평가가 나온다면 대통령이나 검찰에게 되레 독약이 될 것"이라며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다음은 남경필 의원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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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1일 오늘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로 바꾸는 국회법개정안을 제출했다. 어떤 내용인가?
"국회의 '예산 주권'을 되찾자는 것이다. OECD 국가 중에 예산결산위원회가 상임위가 아닌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국회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 입법과 예산 편성·감시다. 원래 우리나라도 예결위가 상임위였다. 그런데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정부로서는) 예산 편성에 국회가 간섭하는 것으로 느끼니 특위로 만든 것이다. 그러고 나서 30년 가까이 이 제도가 유지되고 있는데, 이제는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 17대 국회 때 한나라당도 당론으로 예결위 상임위화를 밀어붙인 일이 있지만 여당이 되고 나선 미온적으로 바뀐 게 사실이다. 정부로서는 국회가 예산 편성부터 심의까지 1년 내내 타이트하게 감시하는 게 부담일 수 있으나 국민 입장에서는 국회가 예산을 제대로 감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 당내 분위기는 어떤가?
"지도부는 반대한다. 지난 2월에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제안한 적이 있는데 박희태 대표는 '그렇게 되면 예결위가 상원이 된다'면서 반대하시던데 그렇지는 않다. 예결위가 법사위 정도의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항목별로 구체적인 예산 조율은 각 상임위가 하되 큰 틀에서의 편성·감시를 예결위가 하는 것이다."

"권력자 입맛 따라 공천 좌지우지 돼선 안돼... 공천제 개혁해야"

- 당내에서는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법 완화'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나마 (현재의 선거법으로) 금권 선거의 고리를 끊어나가고 있지 않나. 정치에서 금권선거나 부정부패가 완전히 근절되고 난 이후라면 몰라도 지금은 시기상조다. 게다가 선거법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만 원 이상' 조항을 고치면 정치자금법 등 다른 법도 모두 고쳐야 한다. 게다가 지금 '박연차 리스트'로 국민적인 공분이 큰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의 도덕성과 관련된 법의 강제성을 완화시키는 건 적절치 않다."

- 정치개혁과 관련해서 더 준비하고 있는 법안이 있나?
"정치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국회제도 개혁과 정당 개혁이다. 국회제도 개혁은 국회가 상임위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정당 개혁은 공천제도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씀은 진리에 가깝다.

공천권을 당권을 가진 이들로부터 당원들에게, 더 넓게는 국민들에게까지 분산시키는 상향식 공천제로 가야 한다. 의원 상시평가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상시평가제는 경기도당위원장 시절에 시도해본 일이 있다. 주관적인 평가가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로 수치화할 수 있는 평가표를 만들어 평소에 평가해두는 것이다.

이렇게 해두면 공천 때 권력이 공천심사를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의로 의정 활동을 잘한 사람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공천을 날려버린다든지, 거꾸로 형편없는 사람을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 공천을 준다든지 하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권력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게 공천을 좌지우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고 또 누가 보더라도 공정한 기준으로 의원을 평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놔야 한다."

- 공천제 개혁이 시급하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공천의 후유증이 지금까지 오고 있지 않나. 한나라당은 지금 두 집으로 나뉘어 있다. (의원들이) '나는 친이이다''나는 친박이다'라고 (스스럼없이) 얘기한다. 이런 (계파) 정체성을 정당화한 게 지난 공천이다. (복당한 '친박' 입장에서는) 잘못된 공천에 항거했고 내 힘으로 당선돼 다시 당에 왔다면서 친박으로 나뉘는 걸 거리낌 없어 한다.

지난번 공천 때문에 우리 당 안의 역동성이 떨어지게 된 면도 있다. 다른 국회 때보다 이번 초선 의원들이 당론과 다른 생각을 마음대로 토론하거나 외치지 못한다. 이는 지난번 공천과 무관하지 않다. (당론과 다른) 개혁의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이 배제된 걸 봤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여당으로서 국민에게 계속 사랑을 받으려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데 이런 역동성은 초선들의 건강한 문제제기에서 비롯된다. 그런 의미에서 열심히 자기 목소리를 내고 활동해도 공천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 '친이'인 이명규 의원이 이상득 의원의 '전갈'을 받고 경주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 정수성 후보를 만나서 사퇴를 회유한 일은 어떻게 보나.
"경주 공천을 좀더 지혜롭게 해서 '친이-친박'의 갈등 구조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었어야 했는데 그걸 못하다 보니 치유는 안되고 구조는 계속 남아 있게 됐다. 인화성 있는 사안만 발생하면 불이 커지는 상황이 계속 반복될 것이다. 국민에게는 계파의 이익을 위한 싸움으로 비치니 양쪽에 큰 타격이 되고 결국은 공멸의 길로 가게 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더 큰 큰 재앙이 올 것 같아 걱정된다. 이를 막으려면 권력을 가진 쪽에서 좀 더 양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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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총리급 회담 제안으로 대화 물꼬 터야"

- 개성공단 내 현대아산 직원 억류, 광명성 2호 발사 문제 등으로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도와 관련해 군사적 대응에 반대하고, 개성공단도 유지하겠다고 밝힌 점은 늦었지만 높이 평가한다. 북한문제는 미국과 공조하지 않고는 해결이 어렵지만 현재 오바마 행정부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6개월~1년 정도 공백기가 있을 텐데 이때 남북관계에서 우리 정부가 잘 역할을 한다면 향후 남북문제도 우리의 의도대로 끌고 갈 수가 있다.

이번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로 나갈 필요가 있다. 미사일 국면이 끝나면 '10·4 선언'과 '6·15 남북공동 선언'을 전향적으로 이행하겠다고 선언하고 우리의 대화의 의지를 진정성 있게 보여줘야 한다. 그런 방편 중 하나로 남북총리급 회담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10·4 선언 이후 하지 못한 남북총리급 회담을 우리가 먼저 제안해 대화의 고리를 트자는 것이다. 북측에 대한 식량 지원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이재오 전 의원이 귀국했다. 당분간 조용히 지내겠다지만, 이 전 의원을 중심으로 당내 권력지형이 개편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당분간은 뭐 정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본인이나 당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닌가 싶다. 본인도 그럴 생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언론에는 공개하지 않았는데, 작년 말쯤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만났다. 얘기를 해보니 본인도 당분간은 정치 일선에 매여 있기 보다는 그간 정치를 하면서 느꼈던 바를 정리하는 기간으로 삼고 싶어 하더라. 나도 그게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본인이 조금이라도 정치적인 행보를 하면 걷잡을 수 없는 당내 분란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정치를 완전히 끊을 수 있겠나."

"이재오, 대통령에게 '민심 전달자' 역할 해야"

- 정치에 복귀한 뒤 이 전 의원의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나.
"대통령께 정책 방향에 대한 민심을 가감 없이 전할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은 그런 고리가 많이 끊어져 있다. 과거에 대통령을 도왔던 세력이 사분오열돼 있고 마치 (내부) 권력 투쟁을 하는 것처럼 비쳤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선 그런 (측근들의) 진언은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심으로 대통령의 성공, 나라의 성공, 당의 성공을 위해 국민의 뜻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이 전 의원이 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당이나 차기 집권을 위해 자기가 어떤 도움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 '박연차 리스트'로 시끄럽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사정을 통한 여의도 다스리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수사 끝나고 난 뒤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수사해야 한다. 거기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수사가 끝나갈 무렵에는 검찰이 정파나 정당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한 모든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각오로 투명하게 수사해야 한다. 수사가 끝나고 나서도 마치 이것이 '친박 또는 친노 죽이기'였다는 식의 평가가 나온다면 대통령이나 검찰에게 되레 독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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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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