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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 2009년 3월 20일 : 문제의 발단] "적금을 타다"

1년여를 열심히 납입해온 적금을 탔습니다.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지난 1년간 고생한 보람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금액이었습니다. 적금을 타고 나서 재테크에 별다른 소질이 없는지라 원금은 예금상품에 가입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이자였습니다. 모두 적금에 넣기에는 나 자신에 대한 선물(?)이 부족하다 싶었던 게지요.

며칠을 고민하다가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께 TV를 선물해 드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금 집에 있는 TV도 몇 년 더 사용할 만하지만 최근 부쩍 시력이 안 좋아지신 부모님께 이만한 선물이 어디 있겠나 싶었습니다. 지난달 아버지 생신에 집에도 못 간 것이 너무 죄송해 TV로나마 용서를 구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밤, A 오픈마켓에서 큼지막한 PDP TV를 주문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구매취소와 환불 오픈마켓 판매자는 재고가 없음에도 버젓이 판매글을 올려놓고 소비자를 유인하고, 오픈마켓은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다. 환불에 걸리는 3-5일간 결제금액은 누구의 소유일까?
▲ 구매취소와 환불 오픈마켓 판매자는 재고가 없음에도 버젓이 판매글을 올려놓고 소비자를 유인하고, 오픈마켓은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다. 환불에 걸리는 3-5일간 결제금액은 누구의 소유일까?
ⓒ 이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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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09년 3월 22일 : 전반전] "재고가 없네요, 고객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처음 보는 발신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 한 남성이 일방적인 통보를 해옵니다. "재고가 없네요. 고객님, 구매 취소하세요." 항의할 시간도 없습니다. 남자는 전화를 끊었고, 당황스럽지만 취소하는 수밖에요.

그런데 왜 재고가 없는 물건을 판매한다고 한 것인지 구매자 처지에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구매한 체크카드로 금액이 환불되는데 3~5일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제 돈에 대한 권리는 누구한테 가 있는 것일까요? 잘 몰라서 하는 소리인지 모르지만, 5일간 넣어두면 하다못해 이자 1원이라도 생기는 건 아닌지도 궁금하더군요. 결국 환불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이번에는 적금 원금으로 S 오픈마켓에서 상품을 주문했습니다. 결국 예금상품 가입은 환불 이후로 미뤘습니다.

[#3. 2009년 3월 27일 : 작전타임] "아직도 배송 중... 뭔가 이상한데"

이틀이면 도착할 줄 알았던 TV가 여전히 배송 중이라고 뜹니다. 부모님께 전화 드렸더니 전화 받은 것도 없다고 하십니다. 이미 선물이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저도 기다리고, 부모님도 기다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판매자와 전화연락을 시도해 보지만 대개 그렇듯이 전화 연결이 쉽지 않습니다. '배송사고는 아니겠지' 생각하지만 근래에 가장 많은 액수를 들여 구입한 물건이다 보니 잔신경이 많이 갑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챘지만 그래도 대형 오픈마켓이니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여전히 배송중 주문한지 1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배송중이다. 오후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니 이곳도 재고가 없다고 한다. 재고가 없으면서 판매글은 왜 계속 올려놓는 것일까? 결국 낚시질에 당하는 것은 소비자.
▲ 여전히 배송중 주문한지 1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배송중이다. 오후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니 이곳도 재고가 없다고 한다. 재고가 없으면서 판매글은 왜 계속 올려놓는 것일까? 결국 낚시질에 당하는 것은 소비자.
ⓒ 이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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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09년 3월 30일 : 후반전] "<시사매거진 2580> 시청이 남긴 것들"

지난 일요일 밤, MBC <시사매거진 2580>을 시청했습니다. 그 가운데 기분을 씁쓸하게 만드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전화상담원들의 업무 스트레스와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육두문자를 남발하는 고객부터, 이상한 소리를 내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정말 별별 사람들이 전화상담원들을 괴롭힌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받는 업무 스트레스도 상상 이상으로 정상적인 직장생활이 어려울 지경이라는 검사결과에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정말 시청 내내 "난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먹었습니다.

28일 오후, TV를 구매한 오픈마켓에서 배송조회를 해보니 여전히 "배송 중"이라고 합니다. 무언가 이상하다 싶어 해당 오픈마켓 고객센터로 전화하니 이번에도 "재고가 없다"고 합니다. 기가 막히더군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있지도 않은 물건을 판매한다고 올려놓은 것일까요? 궁금증에 해당 판매자 연락처를 받아서 전화를 했습니다. 판매자의 답변이 더욱 가관입니다.

"재고 없다고 전화 드렸는데 전화 안 받으시던데요?"

1분여의 통화를 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습니다. 물건이 없으니 구매 취소하라는 것이 판매자분의 성실한 답변이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다시 S 오픈마켓에 접속해 봤습니다. 재고가 없다는 상품에 대한 안내와 구매하기 버튼은 여전히 저와 같은 고객들을 낚시질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오픈마켓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그분들이 책임질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최대한 화를 억눌렀습니다. 그리고 조목조목 질문을 드렸습니다. 왜 재고가 없는 물건에 대해 판매자가 판매 글을 올려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지난 1주일과 환불까지 걸리는 5일간에 대한 금전적 손실에 대한 사과는 어떻게 할 것인지, 오픈마켓 내 배송추적에 계속 배송 중이라고 뜨는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는 누구한테 있는지… 등등.

책임자와의 통화를 요청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어제 본 방송이 맘에 걸려서 더 큰소리를 낼 수가 없더군요.

[연장전] 고객센터 상담원과 고객만 받는 스트레스

그리고 얼마 후, 저와 통화한 상담원을 담당하고 계시다는 고객센터 관계자분의 전화가 왔습니다. 사과와 함께 포인트를 적립해주겠다고 하시더군요. 사과는 받아들였지만 포인트는 깔끔히 사양했습니다. 그분들이 제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결국 포인트 제공밖에 없을 테니까요.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해봅니다. 오픈마켓의 고객센터는 어떤 곳일까? 어제 방송에서 봤던 것처럼 스트레스 받고, 별별 사람의 전화를 응대하는 곳? 아니면 누군가의 불평불만에 쥐죽은 듯 조용히 자신의 목소리를 감추고 포인트로 입막음하는 곳?

수많은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문제를 제기하면 언제나 대답은 비슷합니다.

"보고 드리겠습니다. 알아보고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네요. 포인트 적립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고객들 가운데 이러한 대답을 원하는 고객은 얼마나 될까요? 결국 고객센터는 고객과 상담원에게 스트레스를 강요하는 공간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제 권리를 주장하고 싶었지만 고객에 의한 파손까지 책임지겠다는 대형 오픈마켓의 무책임한 운영과 일부 비양심적인 판매자 덕에 어느 상담원 분의 스트레스만 가중시켜드린 모양샙니다. 덕분에 예금 가입을 한동안 미뤄야 할 상황이고, 부모님 선물은 다음주에나 보내드릴 수 있겠네요. 그런데 정말 제가 결제한 금액은 지난 7일간 누구의 소유였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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