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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출한 가게지만 멸치회무침만큼은 장안 최고라 할 만하다
 단출한 가게지만 멸치회무침만큼은 장안 최고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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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에 잠깐 동안 미각을 다스려주는 별미를 소개한다. 바로 멸치회무침이다. 머리, 내장, 가운데 뼈를 제거한 살점은 생선 중에서 부드럽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이것을 갖은 양념에 무쳐 향긋한 채소와 곁들이면 별미천국의 문이 열린다. 여기에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우리의 탁주를 곁들여 보시라. 그 시간은 봄날의 추억이 되고도 남는다.

요즘에는 산지직송전문점들이 늘어나면서 서울에서도 신선한 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이 집도 그 중에 한 집이다. 멸치회무침으로는 장안에서 첫손에 꼽아도 좋을 집이다. 내 기준에는 그렇다. 히히…(혹, 가격대비 이보다 더 맛있게 하는 집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라.)

맛이 기막히게 좋다고 해서 맛집으로 블로거들이 소문낸 집도 아니고, 최근에 생겨나 발견된 집도 아니다. 벌써 이집을 드나 든 지가 6~7년이 훌쩍 넘은 듯하다. 그래봤자 횟수로 10여 회가 넘지 않는다. 1년 동안 잊고 지내다가 봄만 되면 이 집의 멸치회무침이 생각나 한 번씩 발걸음을 하곤 했었다. 멸치시즌 전에는 갈치회무침도 선보이지만 아무래도 멸치회무침이 이 집의 맛이다. 그 밖에는 해삼, 홍삼이 있고 간혹 가다 낙지도 있다. 병어나 갈치 같은 조림도 있지만 맛은 보지 못했다.

이 집이 인터넷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독특한 지리적 위치가 한 몫 했다. 옥수역 7번 출구 앞에 있다고 하면 누구라도 쉽게 찾는다. 하지만 옥수역 7번 출구는 이 지역민이 아닌 유동인구가 이용할 확률은 극히 드물다. 앞으로는 옥수역이 있지만 그 너머에는 한강이 가로막고 있다. 뒷쪽으로는 거리도 어두컴컴한 산동네가 있어 상권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니 누가 이 집을 발견하겠는가. 때문에 이 집의 손님들은 거개가 꽤 오래전부터 이용한 단골이거나, 알음알음 얘기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다. 그만큼 골수 단골들이 많다는 얘기이다.

테이블은 총 여섯 개. 부부가 일하는 아주 단출한 가게이다. 항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맘때는 초저녁에 만석이 되고 만다. 때문에 소문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마음속에 꼭꼭 숨겨놓고 나만 편하게 이용하고 싶은 심정 있잖은가. 나에게는 바로 이 집이 그렇다.

소문내고 싶지 않은 식당, 장안 최고의 멸치회무침

생멸치구이 주요리에 앞서 서비스된다. 의외로 비린내가 없다. 멸치회무침의 신선도를 이 멸치구이가 말해주는 듯하다
▲ 생멸치구이 주요리에 앞서 서비스된다. 의외로 비린내가 없다. 멸치회무침의 신선도를 이 멸치구이가 말해주는 듯하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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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5천 원하는 멸치회무침을 주문하면 대여섯 가지 찬이 차려진다. 꼬막무침도 있고, 브로콜리 데친 것… 또 뭐가 있나. 멸치구이도 다른 곳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아이템이다. 생 멸치를 구워서(정확히는 팬에 지짐) 양념장을 끼얹어 나온다. 본 메뉴 나오기 전에 멸치구이에 한 잔 하면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다. 비린내가 날 것 같지만 의외로 꽁치나 고등어구이보다 없다. 이 집의 멸치구이가 멸치회무침의 신선도를 말해주는 듯하다. 멸치를 넣고 끓인 배추된장국도 술국으론 그만이다.

멸치회무침 쑥갓에 올려먹는 멸치회무침은 설설 녹는 맛이다
▲ 멸치회무침 쑥갓에 올려먹는 멸치회무침은 설설 녹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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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회무침이 뚝딱 만들어져 나왔다. 어른 주먹 두 개 만한 멸치회무침이 접시 3분의 1을 차지하고, 나머지 3분의 2는 줄기에서 뜯어 낸 쑥갓잎과 끄트머리 부분이 놓여진다. 채소와 함께 버무리면 곧 물기가 나와 질척해질 뿐만 아니라 비린내 나기 십상이다. 그런 이유로 채소와 무침을 분리해서 놓는 센스.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집보다 달포 앞서 인천의 한 산지직송 전문점에서 멸치회를 시식할 기회가 있었다. 멸치회무침이 나오는 순간, 주인장에게 대고 말해버렸다. 무침이 잘 나오지 못했다고. 제 아무리 신선하고 손질을 잘 했다고 하더라도 멸치는 멸치! 미나리나, 깻잎, 쑥갓 같은 향채에 무쳐야 함은 지극히 상식이다. 헌데 향과는 거리가 먼 양배추를 넣고 무쳤다니. 더군다나 양배추는 수분이 많은 채소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한 젓가락 입에 넣는 순간, 비린내부터 퍼졌다.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었다. 그래, 음식이란 첫 경험을 어디서 하느냐가 참 중요하다. 처음으로 맛보는 음식에서 절망하면, 다시 그 음식과 친해지기는 쉽지 않으니 말이다.

 봄철의 별미로서, 미각을 다스리는 요리로서 이만한 게 또 있으랴. 봄철이 되면 이 맛이 생각나 1년에 한번씩은 그 집을 찾곤 한다
 봄철의 별미로서, 미각을 다스리는 요리로서 이만한 게 또 있으랴. 봄철이 되면 이 맛이 생각나 1년에 한번씩은 그 집을 찾곤 한다
ⓒ 김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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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으로도 붉은 무침과 녹색의 채소가 강렬한 대비를 이뤄 먹는 내내 시각을 끌어당긴다. 무침은 멸치회에 잘게 썬 양파를 넣고서 갖은 양념으로 무쳐냈다. 눈대중으로 보면 양이 적을 수 있겠지만, 순 멸치회무침이라 먹다보면 꽤 많은 양이다. 2~3인이 술안주 하기에 적당하다. 다른 테이블 보니 쑥갓은 리필 가능하나 보다.

 멸치회무침 한 젓가락 맛보고 탁주 한모금 들이키다 보면 그 순간은 봄날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멸치회무침 한 젓가락 맛보고 탁주 한모금 들이키다 보면 그 순간은 봄날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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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나온 접시에 한 입 분량의 쑥갓을 깔고 위에 무침을 올려 함께 먹는다. 쑥갓의 향긋함이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설설 녹고 만다. 이 때 탁주 한 모금 마시고 나면, 내가 먹었던 게 멸치회라는 인식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잡맛이 싹 사라지고 만다. 멸치회는 맛도 맛이지만 비린내 제거가 관건이라는 우리들 얘기를 듣고서 주인 아주머니가 한 마디 한다. 비린내는 비늘을 확실하게 제거해야 된다고. 대화는 자연스레 이어졌다. 아주머니 고향은 통영이라고 한다. 어쩐지….

어린시절부터 멸치회무침을 즐겨 먹었던 그 미각이 고스란히 우리가 먹고있는 멸치회무침에 녹아들지 않았나 싶다. 아주머니는 끝으로 원래 멸치회무침은 통영이고, 그 이후로 대변항 등지에서도 시작되었다는  애향심도 발휘한다. 그 집은 옥수역 7번 출구로 나와 왼쪽 편에 있는 만두집 옆 골목으로 30여m 들어가면 있다. 헛걸음 하는  일 없이 메뉴가 준비되었는지 전화로 묻고 나서길 바란다.  전화: 02) 2293- 1952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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