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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아침 자택 앞에서 체포된 뒤 3일 동안 갇혀 있다 나온 현덕수 YTN 기자. 그는 전 노조 위원장이면서 노종면 현 노조 위원장(구속)과는 회사 동기다. 그가 노조 위원장이던 때 YTN 노조는 '낙하산 구본홍 사장 반대 투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24일 밤 늦게 석방됐다. 하지만 쉴 틈이 없었다. 25일 아침 집회부터 시작해 서울중앙지법 앞 집회 등에 참석하고 선후배들과 총파업 상황을 점검한다. 노종면 위원장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남대문 경찰서로 노 위원장을 수시로 면회, 수발하기도 한다.

2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언론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한 YTN노조 현덕수 지부장이 노종면 노조위원장 구속에 항의하며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2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언론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한 YTN노조 현덕수 지부장이 노종면 노조위원장 구속에 항의하며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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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덕수 기자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경찰의 체포와 구속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으며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다"며 "이번 사태가 YTN 사태의 본질을 조합원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종면 구속 사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회사가 구차하고 실망스럽다"면서 "총파업은 물론 YTN 투쟁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현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22일 체포 상황은 어땠나?
"그날 아침 7시 30분 무렵, 집에 있다가 회사에 나오려는데 후배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조승호 선배가 체포됐다는 얘기가 있고 노종면 위원장하고도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급히 집을 나서는데 탁탁탁 구둣발 소리가 들렸다. 형사 2명이 다가와 '이렇게 됐다. 차로 함께 가자'고 하더라. 체포 과정이 강압적이지는 않았다. 담담하게 경찰서로 갔다. 조승호 선배의 경우 마라톤 연습을 위해 부인과 운동하러 가는 중에, 운동복 차림으로 부인이 보는 앞에서 체포됐다."

- 체포될 수도 있다는 예상은 전혀 못했나?
"전혀 못했다. 고소고발 초기에는 출두 요구가 개별적으로 왔다. 하지만 그것을 노조 사무실로 일괄 발송하게 했고 노조 관계자와 담당 형사들이 일정을 다 조율해 왔다. 지난 세 차례 출석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네 명 사이에서는 '26일 출석한다'는 내용이 공유되어 있었다. 다들 알다시피 YTN 노조는 그동안 경찰 조사를 성실히 받아왔다. 조사 거부할 필요 없다. 오히려 고소 부당성을 당당히 밝히자는 생각이었다."

- 체포 영장에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는데?
"경찰에 이끌려 차에 타면서도 경찰이 파업 직전에 겁을 주려고 하나보다 했다. 임의동행식으로 잠시 데리고 가는 줄 알았는데 차에서 체포영장 보여주더라. 정말 황당했다. 나를 비롯한 모든 조합원이 자진 출석해 모두 성실히 조사를 받아 왔다. 그런데 체포영장? 그것도 가족과 함께 있는 주말에... 그런데 전날 밤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이미 우리 네 명의 동선을 다 파악하고 있더라."

- 남대문경찰서 경찰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체포하면서 뭐라고 하던가?
"'26일 출석하기로 되어 있는데 왜 이러냐, 웬 체포영장이냐'고 줄곧 따졌다. 아무 말도 못하더라. '우리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만 하더라. 그러고는 미안해 하더라. 특히 남대문서 지능팀 담당 형사가 굉장히 곤혹스러워했다. 하지만 수사팀에 불만은 없다. 윗선에서 기획되어서 내려온 것이 뻔한 상황인데 그들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다."

- 총파업 하루 전날 체포됐는데, 연관이 있다고 보나?
"이번 사태는 검찰이 사법부를 완벽히 기망한 사례다. 출석날짜 조정한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1회 출석 불응에 영장이 발부될 수 있나? 짜맞추기해서 체포한 것이 명백한 것 아닌가.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완전히 왜곡한 뒤 사법부를 기망한 완전히 '사법 사기'다."

- 임장혁 기자를 제외한 세 명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됐었다. 예상했나?
"내 생각엔 영장 청구, 두 명 정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랑 노 위원장. 하지만 조승호 선배까지 영장 청구한 것 보면 노종면을 옭아 넣기 위한 최대한의 작업이었다고 본다."

지난 22일 아침 각자 자택 (인근)에서 긴급체포된 노종면 YTN 위원장과 현덕수 조승호 임장혁 기자(오른쪽부터)가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권석재 YTN 노조 사무국장 등과 면담하고 있다.
 지난 22일 아침 각자 자택 (인근)에서 긴급체포된 노종면 YTN 위원장과 현덕수 조승호 임장혁 기자(오른쪽부터)가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권석재 YTN 노조 사무국장 등과 면담하고 있다.
ⓒ YTN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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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노종면 위원장이 못 돌아왔다.
"24일 밤에 석방되고 늦게 집에 들어갔다. 3일 동안 보지 못했던, 자고 있는 두 아이에게 볼을 부비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종면이 부인과 아이들이 생각났다. 잠이 도저히 오지 않더라. 오늘 오전에도 종면이 부인이 면회를 왔었는데 결국 눈물을 보였다. 그 장면을 차마 못 보겠어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종면이가 강한 만큼 부인도 강하니까 잘 이겨낼 것이다."

- 경찰이 이번 수사에서 '경제가 어려울 때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해도 괜찮다고 보나'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나에게 그런 질문은 없었다. 그런데 임장혁 기자와 조승호 선배에게 그 질문을 했다고 하더라. 그래도 되는 건가. 혐의 사실과 전혀 관계 없는 질문이다."

- 회사에선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회사 일부 간부들은 '어차피 위원장이 다 감수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한다. 선배들이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싶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15년간이나 함께 회사생활을 한 후배가 영어의 몸이 됐는데 침묵하는 것은 기본적인 선후배 관계를 저버리는 것이다. 비인간적, 비인격적이다. 정말 한심해 보인다. 노 위원장의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배석규 전무가 특히 이 상황을 풀어내야 하는데, 개인의 노욕 때문에 오히려 질곡을 조장하고 있다. 구차하고 실망스럽다."

- 네 명 체포, 세 명 영장청구, 한 명 구속에 이른 이번 사태가 YTN 총파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오히려 총파업 대오를 더욱 굳건히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가 이것을 이용할 생각이 추호도 없지만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이 YTN 사태의 본질을 아주 정확하게 보게 된 계기가 됐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24일 밤 석방된 현덕수 기자가 25일 아침 10시에 열린 결의대회에서 노종면 위원장 구속의 부당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24일 밤 석방된 현덕수 기자가 25일 아침 10시에 열린 결의대회에서 노종면 위원장 구속의 부당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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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YTN, #현덕수, #노종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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