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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당 정치데스크, 정리 : 황방열 기자
사진 : 남소연 기자, 동영상 : 김윤상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2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하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미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하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미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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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 관계와 관련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두(6.15, 10.4) 선언에 대해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두 선언을 이행한다는 전제하에 국무총리를 북한에 특사로 보내서 이 대통령의 진의를 이야기하고 정상회담을 요청해야 한다"면서 "두 사람(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적으로 만나면 풀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소소한 일로는 해결 안 되고, 이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머리 맞대서 해결해야 하는데, 그 전에 두 선언에 대한 태도를 선명하게 한 뒤에 총리를 북한에 보내서 진의를 설명하고 성공적인 정상회담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무총리 특사 제안은) 정부 간에 공식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취지인가"라고 묻자 "북한은 두 공동선언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은 대화를 안 한다"면서 "이 대통령이 '행정부 2인자를 특사로 보내니까 상의하고 그다음에 나하고 직접 만나서 마무리 짓자', 그렇게 하라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대북 특사로 보낼 것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그만큼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에 대한 그의 진단이 엄중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는 "상황은 긴박해지고, 앞으로 서해 연평도 꽃게잡이 철도 오는데, 상당히 불길한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정상회담 해야"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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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너무 악화돼 있어 소소한 일로는 진척이 없게 돼 있다"

김 전 대통령은 22일 오후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5층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70분 동안 가진 인터뷰에서 "남북한 사이에 군사적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는데 어디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하나"라고 묻자 "지금은 상황이 너무 악화돼 있기 때문에, 소소한 일로는 진척이 없게 돼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긴장 상태가 계속되면, 사람이나 모든 것이 다 생물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겨날지 모른다. 북한이 연평꽃게잡이 철에 NLL(서해 북방한계선) 인정 안 한다고 했기 때문에 사태가 커질 수 있다"면서 "이제 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서 통 크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거듭 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대화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대화는 필승의 요체다"고 대화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지금 저렇게(강하게) 하는 것은 약자가 최후로 '너 죽고 나 죽자'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가 자꾸 북한을 자극하고 대화를 게을리하는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국민들 통제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그는 "1994년 (북미)제네바 회담 때 그렇게 하다가 우리가 얼마나 소외되고 손해 봤나"라고 반문하면서 "이번에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도 남북 정상이 서로 만나 대화를 함으로써, 국민에게 안도감을 줘야 한다"고 이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PSI 참여하면 자칫 전쟁으로 갈 수 있다"

그는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지금은 PSI가 필요한 게 아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PSI를 하면 전략물자 싣고 가는 선박을 검문하게 될 텐데, 북한이 반발할 것"이라며 "총격전이 벌어지면 해전이 되고 해안포대까지 가세하면 전쟁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북미관계는 이미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문제가 해결이 돼 있었다"면서 "이제 그길로 다시 가는 것"이라고 북미대화를 낙관했다.

그는 2002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북미대화와 관련 "그때 미국이 평양에 대사관 부지를 물색하는 정도까지 갔고, 북한은 돈이 드니까 유엔본부에 있는 공간을 같이 이용하겠다고 하고 그랬다"고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클린턴 국무장관이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에서 '당신이 대통령 시절에 남편과 내가 함께 협력한 것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당신의 외환위기 극복과 대북정책에 대해 항상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그때 (클린턴과 내가) 잘했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 독립, 링컨의 노예해방과 더불어 3대 혁명적인 사건이라며 "오바마는 정치-경제-외교 면에서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오바마의 등장으로 인한 정치개혁과 경제개혁, 그리고 다극주의 외교 등을 예로 들어 "미국이 앞으로 정치적으로 일대 부흥기를 맞이해 다시 강력한 존재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이다.

"요새 돌아가는 것 보면 상당히 걱정스럽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하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미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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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남북 간의 핫라인을 단절하고, 장거리발사체 실험을 예고한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전면참여 검토의사를 밝히는 등 군사적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어디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하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풀어야 한다. 요새 돌아가는 것 보면 상당히 걱정스럽다. 북한에 대해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개성공단에서 사람 붙들어 놓고, 동해안에 항공로를 제한해도 속수무책이 아닌가. 상황은 긴박해지고, 앞으로 서해 연평도 꽃게잡이 철도 오는데, 상당히 불길한 생각이 든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상당한 결심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6·15 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한다고 했는데, 존중한다는 것은 실천한다는 뜻도 되니까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은 계속 이 두 선언을 계승해서 실천하겠다고 했지 않았나.

지금은 상황이 너무 악화돼 있기 때문에, 소소한 일로는 진척이 없게 돼 있다.

이제는 그(두 선언)점에 대해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이 대통령이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공동선언을) 이행한다는 전제하에 국무총리를 북한에 특사로 보내서 이 대통령의 진의를 이야기하고 정상회담을 요청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만나면 풀릴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여기 오셨었다. 그래서 내가 대북정책과 햇볕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까 네 번 다섯 번 동의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아시아협회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해서, 최근에 한국에 왔다간 (미국의 대북정책 특별대표) 보즈워스씨도 지난해에 만났더니 '이 대통령 연설을 들어보니 당신 생각하고 똑같더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생각이 상당히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제 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서 통 크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래도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 그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그렇게 양보할 것은 다 하고 대화를 요청했는데도, 북한이 안 나서면 우리 국민이 봐도, 국제적으로 봐도 북한이 나쁜 것이다. 또 북한이 두 공동선언을 인정하면 대화하겠다고 해놓고,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그건 말이 안 된다.

이제는 소소한 일로는 해결 안 되고, 이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머리 맞대서 해결해야 하는데, 그전에 두 선언에 대한 태도를 선명하게 한 뒤에 총리를 북한에 보내서 진의를 설명하고 성공적인 정상회담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입장이 어려워진다. 미국은 북한과 다시 대화하려고 하지 않나. 6자회담이나 혹은 직접회담을 통해서 북미관계는 상당히 풀려갈 것이다. 이번에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발사에도 불구하고 벌써 그런 태도가 나오고 있다. 어차피 우리도 그런 상황에서는 6자회담과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만 외톨이가 돼서는 안 된다.

1994년 (북미)제네바 회담 때 그렇게 하다가 우리가 얼마나 소외되고 손해 봤나. 이번에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도 남북 정상이 서로 만나 대화를 함으로써, 국민에게 안도감을 줘야 한다.

내가 6·15때 김정일 위원장 만나고, 노무현 대통령이 10·4때 만났는데 그 10년 동안 우리 국민이 얼마나 마음 놓고 살았나. 과거에는 판문점에서 총소리 하나만 나도 피난 갈 준비를 했는데, 이제는 장거리 미사일 쏜다고 하고 심지어 핵실험을 해도 국민들이 끄덕 안 하지 않나. 그만큼 한반도에서 긴장이 완화됐던 것인데, 이제 다시 긴장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이 걱정하기 시작했다.

지금 다른 사람은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서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지금 다른 사람은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결단해야"

- 그동안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흉중을 잘 아는 핵심측근이 특사로 가서 정상회담을 제안해야 한다고 했는데, 오늘은 예를 든 것이기는 하지만 국무총리를 보내야 한다고 하셨다. 정부 간에 공식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취지인가.
"국무총리는 행정부 2인자 아닌가. 이 대통령이 '행정부 2인자를 특사로 보내니까 상의하고 그 다음에 나하고 직접 만나서 마무리 짓자',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북한은 두 공동선언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은 대화를 안 한다. 우리가 볼 때는 틀림없다.

이런 긴장상태가 계속되면, 사람이나 모든 것이 다 생물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겨날지 모른다. 북한이 연평꽃게잡이 철에 NLL(서해 북방한계선)인정 안 한다고 했기 때문에 사태가 커질 수 있다. 국민도 정부도 경각심을 갖고, 긴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일, 예를 들면 삐라도 보내지 말고, 말도 조심해야 한다. 이건 약한 게 아니고 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유연성 있게 하지 않으면, 개성공단에서 사람들 억류해도 어떻게 할 수가 없지 않았나. 내가 부시 대통령에게도 말했지만, 대화는 마음이 통하는 사이에서도 하는 것이지만, 의심하는 사이에서 오히려 대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소련을 악마라고 했지만 대화했다. 대화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사람과 하는 것이다.

북한과 산적한 문제가 있는데, 대화가 아니면 무엇으로 풀 것인가.

지난 1994년 제네바 협정을 맺은 미국의 갈루치는 '북한이 긴장 고조를 해도 참고 대화를 하면 결국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했다. 보즈워스 대북 특별대표가 전화를 해왔을 때도 내가 '인내와 지혜를 갖고 하면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했더니, '동의한다, 긴장을 강화시키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우리가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왜냐하면 뭐라해도 한반도 문제의 주역은 미국이다. 6자회담도 미국이 중국에 요청해서 시작한 것이고, 한반도 문제도 6자회담과 직접적으로는 북미회담을 통해 풀게 될 것이다."

-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고 보나.
"우리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6자회담 대표를 했던 사람에게 들었는데, 남북관계 좋으니까 북한 김계관 수석대표에게 귓속말도 하고, '당신들 그것은 어림없는 소리'라고 충고도 하고, 그리고 북한 대표가 한 말을 미국 대표에게 전해줬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서 미국 대표가 우리 대표에게 북한 태도를 알아봐 달라고 하고, 북한도 미국 생각을 알아봐 달라고 하면서 우리가 한몫을 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태 같으면 완전히 아웃사이더가 된다.

이 대통령이 지금처럼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에 대해 장이야 멍이야 하는 식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강자 아닌가. 북한이 지금 저렇게 하는 것은 약자가 최후로 '너 죽고 나 죽자' 하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백성들 밥도 못 먹이고, 세계에서는 고립돼 있고, 재래식 무기에는 남측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고, 그동안 부시 정권에서는 자기네 정권을 뒤집으려고 하니까 잔뜩 긴장하고 겁먹은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미국과 남한에 대한 적개심 갖고 국민들을 단결시키고 나라를 끌어온 것이다. 우리가 여기에 같이 대응하고 긴장시키는 것은 북한의 수에 넘어간 것이다. 대화 쪽으로 가야 한다. 대화는 필승의 요체다.

미국이 소련을 악마의 제국이라고 하면서 냉전 50년을 했지만, 대화를 했다. 헬싱키 조약을 하지 않았나. 그렇게 화해하고 왕래하면서, 동쪽(동유럽)사람들이 서방(서유럽)와서 보고 '악마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낙원 아니냐'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민심이 동요한 것이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으로, 동유럽의 민주화로 나타난 것이다.

강압으로는 공산주의를 바꾼 예가 없고, 또 대화로 공산주의를 바꾸지 못한 사례가 없다. 그런데 왜 우리가 필패의 길을, 절대 성공하지 못하는 길을 가나. 북한이 개방 못 하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북한 사람들이 세계를 알고, 자신들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를 알면 정부 말을 듣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자꾸 북한을 자극하고 대화를 게을리하는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국민들 통제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평양에 대사관 부지 물색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하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미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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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인데, 미국은 6자회담과 함께 PSI로 압박하는, 강온양면책을 쓰고 있다. PSI참여문제는 어떻게 보나.
"PSI를 하면 전략물자 싣고 가는 선박을 검문하게 될 텐데, 북한이 반발할 것이다. 총격전이 벌어지면 해전이 되고 해안포대까지 가세하면 전쟁으로 갈 수 있다.

지금은 PSI가 필요한 게 아니다. 지금 북한과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 때처럼 화해협력으로 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된 뒤에 대북정책에 대해서 '내 방식은 부시 대통령식이 아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한 것을 보면 내 정책을 잘 알 것'이라고 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한국에 오기 전에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연설하면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철저한 검증을 허용하면 국교를 정상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것은 중요한 이야기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 '북한은 핵을 검증 가능하게 완전히 포기한다, 미국은 북한과 국교 정상화한다, 북한에 대해 식량과 에너지를 지원한다, 동북아 평화체제에 대해 논의한다'고 돼 있다. 북한은 아직도 이것을 지지하고 있는데, 클린턴 장관이 말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거의 합의가 돼 있는 것이다.

과거 부시 대통령이 네오콘한테 휘둘려서 제대로 가다가도 뒤집고 뒤집고 하면서 상황이 이렇게 돼 버린 것이다.

내가 평양 갔을 때 김정일에게 '당신네한테 제일 중요한 것이 체제안전과 경제발전인데 그것을 해줄 사람은 미국밖에 없다. 당신이 원하면 내가 클린턴과 대화하도록 중개를 해주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에게 동의를 얻다시피 해서 내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말했고, 그 뒤에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에 갔고, 조명록 차수가 미국에 갔다.

그때 미국이 평양에 대사관 부지를 물색하는 정도까지 갔고, 북한은 돈이 드니까 유엔본부에 있는 공간을 같이 이용하겠다고 하고 그랬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ABC(Anything But Clinton)정책을 썼는데, 그 5, 6년 동안 남은 것이 뭔가. 북한은 NPT(핵확산 금지조약)탈퇴했고, IAEA(국제원자력 기구)의 핵 감시 요원을 추방했다. 그리고 대포동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핵실험까지 했다.

그때 클린턴 대통령이 한 것처럼 했으면, 핵 문제는 제네바협정으로 다 끝난 것이었다. 그때는 주로 장거리 미사일이 문제였다. 북한이 사정거리 500km 이상 미사일은 포기하는 조건에 합의를 했고, 정식문서화는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 가서 하기로 했는데, 결국은 그렇게 못됐다. 그래서 클린턴 대통령이 아쉽다고 했었다.

북미관계는 이미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문제가 해결이 돼 있었다. 이제 그 길로 다시 가는 것이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한국 떠나는 비행기에서 나에게 전화했을 때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당신 대통령 시절에 남편과 내가 함께 협력한 것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당신의 외환위기 극복과 대북정책에 대해 항상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때 잘했다는 것 아니냐.

이번에 보즈워스 특별대표도 전화를 해왔을 때 '긴장을 촉진시켜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번에 미사일 발사하고 나면 유엔안보리에서 의장 성명쯤이 나올 것이다. 그것이 지나고 나면 6자회담 국면으로 갈 것인데, 우리만 뒤처지면 안 된다. 결국 우리도 6자회담 참가해야 하고, 미국과 공조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 북한이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미국의 추가식량지원까지 거부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북한은 병적일 정도로 자존심을 강조하는 특성이 있다. 오바마 정권 들어오니까 그런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큰 승부를 벌이려는 일환으로 그렇게 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지난번 한미합동군사훈련도 그런 성격 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당신들이 섣불리 하면 우리에게 이런 힘이 있다 과시한 것인데, 북한도 그런 과시를 한 것으로 본다."

"정부는 개성공단 통행차단 사태에서 아무 대응도 못 했다"

- 북한이 키리졸브 훈련 기간 동안에 3회에 걸쳐 개성공단 통행을 차단했는데, 이 상황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보나.
"아무 대응도 안 했고, 아무 대응도 못 한 상태 아닌가. 우리 국민 수백 명이 볼모로 억류돼 있는데 쳐들어갈 수가 있나, 돈 주고 산다고 할 수가 있나. 그래서 그런 일이 없도록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라는 것이다. 그런 일은 또 있을 수 있다.

북한에게는 압박이나 군사적 위협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 북한은 압력을 가할수록 반박하는 나라다. 우리에게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냉전시절의 소련에게도, 중국에게도 그랬다. 북한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북한은 코너에 몰린 쥐처럼 겁을 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 쳐들어간 것을 보고 북한의 그런 태도가 더욱 강화됐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대화제의하면 체면 상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6·15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고, 대통령을 대신할 수 있는 총리가 북한에 가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북한도 한국이 태도를 바꿨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분위기를 개선하려면 개성과 금강산 관광을 풀어야 한다.

이 대통령께서 포용하는 입장에서 북한에 대해 어른스럽게 대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삐라는 한 마디로 김정일 위원장을 중상하는 것인데, 북한사회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어떤 존재인가. 그러니까 북한이 발칵 뒤집혀서 화를 내는 것이다.

정부는 법률상 이것을 막을 수 없다고 하는데, 6·15 이후에 남북 간에 상호비방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지 않았나. 또 정부는 안 되고 민간은 가능하다면 그게 무슨 합의인가. 그리고 북한입장에서는 정부가 이것을 못 막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뒤로 시키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대북삐라를 막는 법이 없으면) 법을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또 직접 삐라 날리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 지난 연말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강연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원한다면 함께 무릎을 맞대고 남북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하셨는데, 혹시 이에 대해 청와대에서 어떤 반응이 있었나.
"못 만났으니까 오늘 <오마이뉴스> 통해서 이 대통령이 좀 들으시라고 이렇게 얘기하는 것 아닌가."(웃음)

"나는 대북특사 적임자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하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미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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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의원이 지난 1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의 초청과 우리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방북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는데, 남북관계 타개를 위해 직접 나설 계획은 없나.
" 정부가 6·15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한다고 하면 고려해 볼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보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동일인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 그러니까 총리나 총리 같은 사람이 가는 게 효과가 있고, 또 그 사람이 계속 이 대통령 곁에서 북한과의 합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갈 생각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적임자가 아니다."

- 북한은 최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실시해 후계체제 문제에 관심을 끌었다. 향후 북한의 후계체제 구도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그건 내가 잘 모른다. 일반적 입장에서 이야기하면 북한은 김 위원장이 아버지 때부터 수십 년 동은 권력을 장악한 가운데 군부, 당, 행정 분야의 각 요직에 자기 사람을 심었다. 이번 대의원 선거에서도 40% 넘게 교체해서 친정체제를 더 강화했다. 북한의 지도자들은 전부 다 김 위원장의 편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뜻이 그대로 관철될 것이라고 봐야 한다.

완전히 추측이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자기 아들 중 하나를 내세우고, 당과 군부, 행정부 사람들 중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일종의 연립내각 식으로 그 뒤에 포진하는 방식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지금 김 위원장이 건강이 좋아졌다고 하니까 그렇게 서두르지는 않을 것 같다."

"오바마는 전 세계적으로 '모개흥정' 중... 미국은 그의 당선으로 다시 부상할 것"

- 지난 1월 15일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꺼번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대담한 일괄타결의 '모개흥정'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세스를 염두에 두고 한 말씀인가.
"우선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얘기를 좀 하겠다. 나는 지금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 세계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본다. 아프리카계가 미국 대통령에 선출된 것은 미국으로 보면 미국독립, 링컨의 노예해방과 더불어 3대의 큰 혁명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3억 인구 중에 1억6천만명의 백인이 통치해왔고 나머지는 아웃사이더였다는데, 이번에 아웃사이더 중에서 대통령이 나왔기 때문에 나머지 1억 4천만명도 의욕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중요한 것이 백인들이 오바마 당선에 앞장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앞으로 정치적으로 일대 부흥기를 맞이할 것이고, 그래서 미국이 다시 강력한 존재로 부상할 것이라고 본다.

두 번째로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에서 하는 것을 보면 공화당 정권과 반대로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부자감세를 통해 투자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인데 그 결과 미국의 빈부격차가 아주 심해졌다. 공화당 정권은 감세와 시장자유화, 정부간섭 일체 배제정책을 쓰면서 우리가 보는 것처럼 주택문제, 기업부패, 모럴해저드까지 나와도 정부가 방임했다.

이게 경제가 망가지는 원인이 됐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중산층 중심으로 경제를 운영하려고 하고 의료보험 등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사회개혁정책을 하고 있다. 공화당 정권은 돈이 위에서 아래로 가는 방식이었는데, 오바마는 밑에서 위로 가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우리도 돈이 위에서 밑으로 가게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밑에서 위로 가는 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우리도 공화당 정권 때처럼 실패할 우려가 있다.

세 번째로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유일주의, 일극주의를 버리고 다극주의로 가면서 세계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오랫동안 미국의 숙제였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기존의 이스라엘 지지에서 양자가 모두 독립국가로 공존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란과도 대화하겠다고 하고, 이란도 응하겠다고 한다. 러시아와도 동유럽 MD문제로 신냉전 분위기까지 갔는데, 이걸 바꿔서 협력분위기로 가고 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가 단일국가로는 세계최대 이슬람 국가인데,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찾아간 것을 봐라. 아주 기가 막힌 외교적 제스처다. 이슬람하고도 관계 개선하겠다는 것이고, 한반도에서는 북한과 대화해서 해결하겠다, 6자회담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분쟁을 한 번에 포괄해서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그 기조는 일방주의가 아니라 상호주의, 일극주의가 아니라 다극주의와 공동승리주의로 가고 있기 때문에 세계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큰 역할을 시작한 것이고, 한반도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모개흥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모개흥정은, 아까도 말했던 것처럼 힐러리 장관의 아시아 소사이어티에 연설에 나와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철저한 검증에 동의한다면 북한과 국교를 맺을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이것은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선언이다."

-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방한해 유명환 장관 등과 회담하면서 통미봉남은 안 통한다고 강조했는데.
"통미봉남을 않겠다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이 아무리 힘이 세도 한반도 문제를 한국의 협력을 받지 않고 해결하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 우리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1994년에 그런 일이 실제 있지 않았나. 미국 국무성에서 '한국과 말하는 것이 북한과 말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한탄하지 않았나. 미국이 통미봉남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제네바 회담 때처럼 돼 버린다.

우리만 당한 게 아니고 일본도 당했었다. 일본이 그렇게 북한이 납치문제 해결하지 않으면 테러지원국해제는 안된다고 그렇게 매달렸는데, 결국 미국이 해제하지 않았나. 국제관계에서는 이해가 갈리면 항상 우리말을 듣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클린턴 장관의 전화, 한국 정부에도 북한에도 메시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하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미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하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미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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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린턴 장관이 떠나면서 비행기에서 전화를 해와서 10분정도 통화를 하셨는데,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게 있나.
"클린턴 내외와 우리 내외 사이가 좋다. 내가 1998년 6월에 미국에 가서 햇볕정책 설명할 때 클린턴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전적으로 지지한다. 당신이 말고삐를 잡아라, 나는 조수석에서 돕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철저히 지켰다.

그리고 우리도 평양에 정상회담 갈 때 미국에 자세하게 설명했다. 내가 '미국에 숨소리까지 알려주라'고 했다.

클린턴 장관이 "당신의 외환위기 극복과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정부에도 메시지가 되는 것이지만, 북한에도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같이 했던 것을 지금 다시 하겠다는 것이다."

- 당시 1998년 6월에 백악관에서 초청자들을 접견할 때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의 바지가 벗겨지는 일이 있었는데, 그걸 일종의 행위예술로 보셨는지, 어떻게 봤나.
"아직도 모른다. 퍼포먼스인지 무엇이었는지…. 그런데 이 양반이 빤스를 안 입었더라.(웃음) 우리 내외와 클린턴 대통령 내외와 나란히 있었는데, (바지가) 확 내려갔다. 같은 한국 사람이라 당황해서 그걸 안보고 클린턴 대통령 얼굴을 봤는데, 클린턴 대통령이 아주 재밌다는 얼굴로 웃고 있었다. 그래서 안심했는데 지금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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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is free, but facts are sacred! 팩트의 위대한 힘을 믿는다. 오마이뉴스 정치데스크를 세 번 맡았고, 전국부 총괄데스크, 뉴스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 편집주간(부사장)을 거쳐 현재는 국정원과 정보기관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