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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부 발표 '2009년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기준 확정' 설명자료.
 교육과학부 발표 '2009년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기준 확정' 설명자료.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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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급은 예년과 같이 A, B, C 3개 등급으로 나뉜다.
▲ 단위 기관의 장은 차등지급률을 30∼50%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결정한 내용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서 지급률 결정에 학교장의 책임감을 갖게 한다.
▲ 차등지급률이 최대 50%로 결정될 경우 A등급과 C등급의 금액차이는 98만원이 된다.
▲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을 4월 중으로 지급한다.
▲ 2010년부터는 교원성과금 운영을 다양화하고, 단위 기관의 자율성을 확대하며,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낸 '2009년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 기준 확정'이라는 '설명자료'의 주요 내용입니다. 이 지급 지침에 의하면 'C등급'인 저는 오는 4월, 많게는 261만710원(차등지급률이 30%일 때), 적게는 242만5640원(차등지급률이 50%일 때)을 받게 됩니다.

다른 직종과 상여금 지급체계가 다른 교사들은 연말이면 두둑하게 상여금을 받는 회사원들을 무척 부러워했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드디어 교사들도 성과금을 받게 됐습니다. 애초 교과부가 내놓은 성과금 도입 취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고, 학교 현장에선 성과금을 놓고 교사들 간 갈등도 빚어졌지만, 마음은 '이게 웬 떡이냐' 싶었습니다. 처음 상여금 제도가 도입됐을 때 교사들은 'C등급이라도 좋다, 상여금만 다오'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물건도 아니고... A·B·C등급으로 나뉘는 교사들

그러나 '웬 떡이냐' 생각한 것도 잠시 뿐, 교사 등급에 따라 A등급을 받은 교사는 C등급 교사보다 적게는 58만8880원, 많게는 98만1470원을 더 받게 됩니다. '돈 앞에 장사 없다'고 남보다 돈 적게 받는 것에도 마음이 상했지만, 더 마음을 상하게 만든 건 동료 교사들이 A, B, C등급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저는 C등급 교사입니다. 지난해까지는 평가 대상인 교사들이 모두 이동한 뒤 성과금 기준을 정했습니다. 그러니까 2007학년도에 대한 평가를 2008년 2학기 정도에 했던 것이죠. 그런데 이게 올해부터 바뀌었습니다. 2008학년도에 대한 평가를 교사들이 흩어지기 전인 2월에 한 것입니다. 

하지만 제 경우는 좀 특이합니다. 저는 서울교육청 소속 교사이지만, 현재 경기도 학교에서 교환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로 온 건 2008년 3월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난해 근무에 대한 평가를 지금 학교가 아닌 전 학교에서 받았습니다. 제가 지난해에 어떤 일을 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평가를 받은 것이지요.

상황이 이러니, '선생님 성과금 등급은 C등급입니다. 7일 이내에 이의 신청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자를 받고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수밖에요. 사실 따져보면 교사가 단지 그 학교만의 교사도 아닐뿐더러, 제가 지난 1년 동안 해낸 일만 따져 봐도 서울 학교에서는 3명의 부장이 매달려서 하는 일인데, 'C등급'이라니 솔직히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제가 왜 C등급을 받게 됐는지 근거라도 따져 묻고 싶었지만 'C 받고 말자'하고 그만두었습니다. 제가 적극 항의를 해서 B나 A등급을 받으면 저 대신 다른 누군가가 C등급으로 내려와아합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니 차라리 C받은 것이 마음 편했습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 만드는 '교사 성과금 제도'

지난 해 1년동안 제가 처리한 공문. 모두 20권이 넘습니다. 작은 학교에 교환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저는 부장이 아닌데도 서울에서 세 명의 부장이 하는 일을 혼자서 다 했고, 1년동안 만져볼까할 공문을 하루동안 처리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부장과 부장 아닌 교사가 하는 일이 거의 비슷합니다.
 지난 해 1년동안 제가 처리한 공문. 모두 20권이 넘습니다. 작은 학교에 교환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저는 부장이 아닌데도 서울에서 세 명의 부장이 하는 일을 혼자서 다 했고, 1년동안 만져볼까할 공문을 하루동안 처리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부장과 부장 아닌 교사가 하는 일이 거의 비슷합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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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가 낸 설명자료에 있는 '차등 성과금 지급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단위기관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근무하는 교원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교원들도 있습니다. 성과상여금을 지급함에 있어 한 해 동안 들인 노력과 열정에 관계없이 동일한 금액을 받거나 그 보상의 크기가 너무 작다면 이는 열심히 근무한 교원의 사기를 저하시키며, 나아가 교직사회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교과부에 '열심히 근무하는'과 '그렇지 못한'의 기준이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학교마다 여러 항목을 정해 점수를 매긴 뒤 모두 더한 점수가 많은 차례대로 등급을 정합니다. 이때 점수가 많은 항목은 목소리 크고 칼자루를 쥔 사람들, 그러니까 대부분 경력이 많은 사람과 부장직을 맡은 사람, 승진을 위해 이런저런 연구점수를 따고 있는 사람에게 돌아가도록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많고 직책 있는 교사들이 모두 그렇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일부 그런 교사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학교 현장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이렇듯 경력이 있고 나이가 많은 교사들이 높은 점수를 받을 경우가 많을 것으로 가정하면, 반대로 낮은 점수를 받게 되는 교사들은 경력이 짧고 젊은 교사들입니다. 이들은 월급도 가장 적게  받고 교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고학년 담임도 도맡습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작기 때문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성과금 지급 기준을 정할 때 제가 가장 참기 힘들었던 것은, 어렵사리 각 항목을 정하고 나서 항목마다 3점, 5점, 10점… 이렇게 자신의 점수를 매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다행히도 올해 이 점수를 매기지 않았습니다. 대신 C를 받아들였습니다. '열심히 한 교사'와 '그렇지 못한 교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교사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등급기준을 정할 때도 A, B, C 등급을 매길 때도 관심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C등급을 받은 교사들 마음도 불편하지만, 불편하기로 따지면 A등급을 받은 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직장에서 서로 나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A등급을 받은 교사는 결국 C등급을 받은 교사의 몫을 가져간 셈이니까요.

A등급 교사 "성과금 나눴더니 마음 편하더라"

전교조에서는 일단 등급을 정해놓고, 성과금이 지급된 뒤 균등배분하자는 원칙을 세우고 있고 학교에 따라 전교조 조합원인가 아닌가와 상관없이 균등분배를 약속하기도 합니다. 제가 옆에서 본 한 교사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A등급을 받은 것이 못내 불편해서 스스로 차이나는 금액을 떼어 같은 학교에 있는 C등급 교사에게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교육과학부에서는 이런 균등배분조차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 직원에 대한 배려로 진행한 일에 대해서도 처벌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교사들은 늘 아이들에게 '자신이 많이 가진 것은 적게 가진 사람과 나누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르치고 있는 것을 실천할 뿐입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쳐야 하나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서든 남보다 더 잘나고 뛰어난 일을 해서 다른 사람 몫을 빼앗아 와야 한다. 내가 많이 가졌다고 해서 절대로 적게 가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 안 된다'고 말해줘야 하나요?

교사들은 교원 성과금 지급시기가 돌아올 때마다 마음이 불편합니다.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기도 하고 악몽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교과부는 '교사들 사이에 경쟁력이 생겨, 열심히 하는 교사들 사기가 진작된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교사들간 갈등이 일어나 오히려 사기가 저하됩니다.

성과금을 차등 지급하면 교사들이 성과금 몇 푼 더 받으려고 서로 경쟁하며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교과부가 과연, 교육 현장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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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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