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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중령으로 예편한 한기진(왼쪽)씨가 마을과 저수지, 장독대가 보이는 집 마당에서 부인 주성희 씨와 함께 찻잔을 든 채 얘기를 나누고 있다.
 육군 중령으로 예편한 한기진(왼쪽)씨가 마을과 저수지, 장독대가 보이는 집 마당에서 부인 주성희 씨와 함께 찻잔을 든 채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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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과일나무가 많았다는 전라남도 무안군 삼향면 임성리 과동마을. 좁다란 마을길을 따라 구불구불, 저수지 옆 소나무숲 속 황토너와집. 매화가 활짝 피고 동백과 천리향이 꽃망울을 머금은 이 곳은 31년 동안의 군(軍) 생활을 마치고 육군 중령으로 예편한 한기진(56)·주성희(55)씨 부부의 전원생활 공간이다.

주변 환경에 반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 터를 잡고 흙집을 지었다는 이들 부부는 어느새 살가운 남도와 남도사람들 그리고 흙집 예찬론자로 변했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그려오던 이들 부부는 전역 1년을 앞두고 주어진 사회적응기간을 활용, 새 둥지 물색에 나섰다.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좋은 땅을 찾아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던 지난 2004년 지인으로부터 지금 살고있는 터를 소개받은 것.

"주변 환경이 너무 맘에 들었어요. 단박에 계약을 하고 흙집동호회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2년 동안 흙집을 지었죠. 주말과 휴일엔 도회지에 나가있던 아이들까지도 거들었습니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흙집이야말로 전원생활을 하는데 최적의 조건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처음엔 '왜 이런 고생 사서 할까' 후회

 한씨 부부가 사는 황토너와집의 거실에서 대형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 장독대와 저수지,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한씨 부부가 사는 황토너와집의 거실에서 대형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 장독대와 저수지,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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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전원생활을 꿈꿔왔던 한씨 부부였지만 준비과정은 버거웠다. 군생활만 해본 그들에게 흙집 짓기는 막노동에 다름 아니었다. 부부싸움을 모르고 살았지만 티격태격 싸우는 일도 잦았다.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할까? 후회도 많았어요. 부부싸움도 많이 했죠. 흙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면서 너무나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모두 좋아하구요." 부인 주 씨의 얘기다.

너와로 지붕을 얹은 흙집은 소나무 숲이 감싸고 있다. 집 주변에는 밤·감·살구·자두·앵두 등 과일나무가 부지기수다. 봄부터 가을까지 직접 키운 과일의 맛을 볼 수 있도록 심었는데, 그 종류가 30종이나 된단다. 새잎을 틔운 차나무도 눈에 띈다. 텃밭엔 온갖 푸성귀가 초록의 색을 머금고 있다. 촌닭과 강아지도 여러 마리 보인다.

소나무를 촘촘하게 박은 흙벽이 튼실해 보이는 거실 유리벽 너머로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가뭄에도 물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저수지도 눈에 들어온다. 누런색으로 곱게 자란 잔디 너머에는 햇살을 머금은 장독이 줄지어 서있다. 그러고 보니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그림이 달라진다.

같은 창이지만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니 거실 안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커다란 소나무 몇 그루와 파란 하늘과 겹친 하얀 구름, 거기에 거실을 들여다보려는 내 모습만이 보일 뿐이다. 대형 거울에 다름 아니다. 신라 때 화가 솔거가 그렸다는 〈노송도〉에 견줄 만한 풍경이다.

"가끔 새들이 날아와 유리창에 부딪칩니다. 유리 속에 비치는 소나무를 향해 날다가 그런 것 같은데 마음이 아프죠. 새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겠는데, 아직 뚜렷한 방법이 생각나질 않네요." 한 씨의 얘기다.

소일거리로 시작한 솔잎된장 만들기

 한기진·주성희씨 집 장독대 항아리에서 장이 익어가고 있다. 유기농 콩으로 메주를 쒀 황토방에서 띄우고 솔잎과 고추씨 가루를 첨가한 장이다.
 한기진·주성희씨 집 장독대 항아리에서 장이 익어가고 있다. 유기농 콩으로 메주를 쒀 황토방에서 띄우고 솔잎과 고추씨 가루를 첨가한 장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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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된장을 담그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군생활을 할 때도 된장만은 직접 만들어 먹었던 주 씨는 집 주변에서 묻어나는 솔잎 향에 매료됐고, 솔잎과 황토방을 활용해 메주를 쑤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종갓집이었던 친정의 장맛을 되살려보겠다는 욕심도 슬그머니 생겼다. 된장의 특화를 위해 지천인 솔잎과 고추씨를 분말로 만들어 넣었다.

수차례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만들어낸 게 지금의 '솔잎황토방된장'이다. 첫해 콩 80㎏들이 4가마로 메주를 만들어 황토방에서 띄우고 온갖 정성을 다해 된장을 담갔다. 알음알음으로 팔기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다 팔렸다. 소득도 쏠쏠했다. 이듬해에는 콩 15가마로 메주를 빚어 된장을 만들었고, 생산량을 해마다 조금씩 늘리고 있다.

한씨 부부는 메주를 쑬 때도 전통방식을 고집했다. 최근 된장을 담근 메주도 가마솥에 장작불을 피워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짚으로 매달아 소나무 숲에 말린 것이었다. 메주 띄우기도 황토방에 장작불을 지펴서 했다.

"농약 한 방울, 화학비료 한 줌 치지 않고 재배한 우리콩에다 무안의 맑고 깨끗한 지장수와 신안에서 생산된 천일염을 활용해 메주를 쑤고 고추씨 가루와 솔잎 분말을 넣어 옹기에서 자연에 맡겨 숙성을 시켰습니다. 내 식구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직하게 만든 것은 말할 필요도 없구요. 한번 와서 본 사람이면 누구나 믿음을 갖더라고요."

된장이 익어가는 항아리를 하얀 천으로 감싸놓고 뚜껑을 열었다 덮었다 하면서 통풍을 시키는 게 번거로운 일. 하지만 이 때가 가장 뿌듯하고 행복하다는 게 주 씨의 얘기다.

텃밭에서 찬거리 해결... 뿌듯하고 행복

 장 담그는 날. 중령 예편 후 남도에서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는 한기진·주성희씨 부부의 1년 중 가장 바쁜 날이다. 메주에다 솔잎분말과 고추씨 가루를 섞어 버무리고 있는 모습(왼쪽)과 다 버무린 된장을 숙성시키기 위해 항아리에 넣고 있는 모습(오른쪽)이다.
 장 담그는 날. 중령 예편 후 남도에서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는 한기진·주성희씨 부부의 1년 중 가장 바쁜 날이다. 메주에다 솔잎분말과 고추씨 가루를 섞어 버무리고 있는 모습(왼쪽)과 다 버무린 된장을 숙성시키기 위해 항아리에 넣고 있는 모습(오른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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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틀 때부터 질 때까지 온종일 햇볕을 받으며 숙성된 이 된장은 지난해 10월 제1회 콩산업전에서 전통식품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일반 된장에 비해 많이 비싸지만 입소문을 탄 주문이 밀려들면서 판로 걱정도 없다.

"돈에 연연할 정도의 형편은 아니어서 소일거리로 된장 만들기를 시작했다"는 주 씨는 "전통의 방식을 고집하다 보니 힘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텃밭에 상추며 고추를 심어 반찬으로 만들어 먹고, 과일과 음료수도 직접 심은 것을 따먹거나 만들어 마시면서 하루 세끼 먹는데 지장 없기에 마음만은 늘 풍족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욕심이 하나 있다면,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만큼만 된장 생산량을 늘려갔으면 좋겠습니다." 한 씨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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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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