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올 들어 급속한 경기 침체에 따른 실물경기 악화 조짐이 커지자, 정부가 시중은행을 비롯한 보험, 카드사 등 모든 금융회사를 상대로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이들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향후 건전성 악화가 우려될 경우에도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금융안정기금'이라고 불리는 이번 자금의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별도의 구조조정기금 40조원도 만든다. 이 돈으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나 구조조정에 오른 기업들의 자산을 사들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20조원 규모의 은행자본확충펀드를 비롯해, 정부가 금융권의 구조조정을 위해 공적자금 형식을 빌어 조성한 자금은 60조원 규모로 늘었다. 여기에 금융안정기금까지 합해질 경우 이 금액은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이 같은 대규모 공적자금이 중구 난방식으로 조성되면서, 서로 중복되거나 이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너무 허술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이를 위한 별도의 공적자금특별법을 만들거나, 이들 자금을 통합해 관리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든 금융사에 공적자금 선제적으로 투입... 은행도 위험하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하고, 금융안정기금을 만들어 은행뿐 아니라, 보험이나 카드사, 금융지주회사 등 모든 금융회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금융안정기금은 최근 산업은행에서 분리돼 나온 한국정책금융공사 안에 설치된다. 이들 돈은 정부가 보증하는 기금 채권을 발행해서 마련하며, 국회의 동의를 거치게 된다.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금융기관은 당장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향후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회사도 포함된다.

 

정부는 그동안 금융권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적자금 조성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으며, 정상적인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계획은 없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 금융안정기금 조성 발표로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180도 뒤바뀌게 됐다.

 

왜 그랬을까. 한마디로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한데다, 국내 경기침체 속도가 매우 빨라 향후 부실기업과 가계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최근 들어 일부 외신과 신용평가사를 중심으로 국내 은행의 예금 대비 대출 비율(예대율)과 외화유동성 등 들면서,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부는 이 같은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진동수 위원장, "경기침체 가속화 상황 속에서 은행 건전성 유지해야"

 

따라서 정부입장에선 향후 경기침체와 불황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공적자금 조성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또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깔렸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대출과 재무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면서 "금융기관의 부실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 이전에 적정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정상적인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계획이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진 위원장은 "정상적인 금융기관에 강제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금융회사들의 신청을 받아서 지원하게 될 것이며, 이는 제2의 은행자본확충펀드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안정기금'으로 불리는 이번 자금의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금은 정부 보증 채권을 발행해서 만들게 되며, 국회의 동의를 거치게 된다"면서 "구체적인 규모 등은 향후 금융기관의 재무상황 등을 봐가며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별도의 40조원 한도의 구조조정 기금을 만들어 오는 2014년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이 돈으로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부실 채권이나 구조조정 기업의 자산 등을 사들이게 된다. 구조조정 기금도 금융안정기금과 마찬가지로, 정부 보증 채권을 발행해 만들게 된다.

 

60조원이 넘는 국민 세금, 관리 감독 기능 제대로 세워야

 

하지만 이 같은 공적자금 조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사실상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국민 세금이 서로 중복되거나, 관리 감독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들 공적자금을 하나로 묶어서 관리하는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거나, 기구를 설립해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금융안정기금의 경우, 구조조정을 전문적으로 수행해 온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관리하지 않는다. 대신 산업은행에서 분리돼 새롭게 만들어지는 한국정책금융공사 안에 설치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급격한 경기침체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실을 막기 위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을 위한 공적자금 조성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공적자금 조성은 너무 중구난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은행자본확충펀드라는 이름의 사실상 공적자금 20조원에 대한 국민적 감시와 견제 기능이 제대로 서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안정기금을 산업은행에서 나온 정책금융공사에 설치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지난 98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 구조조정을 수행해 온 예금보험공사를 놔두고, 정책금융공사 안에 공적자금을 조성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의 감시를 덜 받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현행 법으로 국회에 자금 운용 과정을 보고하고,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정책금융공사의 경우 이 같은 보고나 감사의 의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국회가 금산분리 완화 등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현재 정부가 마구잡이로 진행 중인 각종 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 조성에 대해서 제대로 된 감시와 견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금융위기, #진동수, #공적자금, #은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