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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호소하는 여성들... 두 번 운다

[사례1] 천안의 한 중소기업체에서 일하던 서른 중반의 A씨. 조립 공정의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A씨에게 40대 정규직인 남성 라인 반장은 평소 호의를 베풀며 회식 때마다 A씨를 자신의 옆 자리에 앉도록 했다. 회식 뒤에는 A씨에게 따로 만나자며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다. 작년 가을 어느 날 회식 뒤 라인 반장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A씨를 여관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성폭행을 당한 뒤 A씨는 사직도 생각했지만 가정 환경이 고민됐다. 남편은 실직 상태. 두 명의 자녀 등 가족의 생계를 혼자 떠안은 처지에서 A씨의 사직은 곧 생계난을 의미했다.

 성폭력과 제도적해결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이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
ⓒ (사)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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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라인 반장은 회사 정문에서 기다리다가 퇴근하는 A씨에게 성폭행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며 협박해 두 차례 더 성폭행했다.

거듭된 성폭행을 견디다 못해 A씨는 집 안의 목욕탕에서 혼자 울음을 터트렸다. 이 광경을 보고 A씨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가해자를 상대로 고소를 제기했다.

고소 제기로 더 이상 성폭행은 없었지만 A씨의 이후 삶은 순탄치 않았다. 가해자인 라인 반장은 "무능한 남편을 두고, A씨가 자신과 좋아서 바람난 것"이라며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성폭력 피해 소식을 접한 초기에 남편은 아내의 고통을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A씨에게 성폭행 정황을 자꾸 캐물으며 진실을 밝히라고 추궁했다. 아내를 취조하듯 닦달하던 남편은 폭력까지 행사했다.

법원에서 가해자의 성폭행 사실이 확정된 뒤에도 부부의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다. 성폭행 후유증과 남편의 폭력이 겹치며 A씨는 한동안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A씨는 현재 남편과 별거하며 이혼을 준비 중이다.

[사례2] 천안의 모 산악회 회원인 40대 B씨. 그가 가입한 산악회의 회장은 산행 후 뒤풀이 자리에 의례껏 여성 회원들의 참석을 강요했다. 집요하게 B씨를 쫓아다니던 산악회장은 자동차 안에서 B씨를 성폭행하려 했다. B씨의 저항으로 성폭행 시도가 실패하자 회장은 "B씨가 원래 남자를 꼬드기는 사람"이라며 다른 산악회 회원들에게 터무니없는 소문을 퍼뜨렸다.

같은 산악회 회원인 B씨의 남편도 아내의 소문을 접했다. 남편은 성폭력을 당할 뻔한 충격과 음해성 소문에 시달리는 아내에게 법적 대응을 통해 무죄를 입증하라며 매일같이 다그쳤다. 참다못한 B씨는 올해 초 상담소를 찾아 고통을 호소했다.

오히려 더 큰소리치는 가해자들  

충남성폭력상담소(소장 이화연)에 따르면 매년 충남 지역 성폭력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2006년 충남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성폭력 상담은 673건. 2007년엔 881건으로 1년 사이에 208건이 증가했다. 2008년 성폭력 상담 건수는 1045건으로 전년 대비 164건이 늘어난 것. 지난해 성폭력 피해유형은 성추행이 62.4%로 가장 많았고, 강간이 22.9%로 뒤를 이었다. 그 이외에 음란전화 8.7%, 사이버성폭력 3.2%, 스토킹 2.8%를 보였다.

충남성폭력상담소에 2008년 한 해 동안 접수된 1045건의 성폭력 상담에서 가해자의 연령은 19세 이상~60세 미만이 72.4%로 집계됐다. 가해자 유형은 직장 관계자가 55.9%로 가장 많았다. 성폭력 피해자 연령은 19세 이상~60세 미만 40.7%, 13세 이상~19세 미만 31.1%, 7세 이상~13세 미만 25%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자의 99.8%는 여성이었다.

사무소가 천안에 소재한 충남성폭력상담소의 관계자는 "성폭력 상담 10건 가운데 9건은 천안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충남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임에도, 피해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박태원 충남성폭력상담소 상담원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성폭력 가해자는 활개치고 다니고 피해자는 오히려 '네 탓'이라는 낙인 때문에 가정은 물론 사회생활에서도 고통을 감수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 상담원은 성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지 않도록 사회적 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 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18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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