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성근, 전세홍, 추자현, 김성홍 감독(왼쪽부터)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실종'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문성근, 전세홍, 추자현, 김성홍 감독(왼쪽부터)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실종'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배우 전세홍, 추자현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실종'(감독 김성홍)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문성근의 팔짱을 끼고 취재기자들의 향해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전세홍, 추자현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실종'(감독 김성홍)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문성근의 팔짱을 끼고 취재기자들의 향해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문성근이 영화로 돌아왔다. 그것도 시골에서 양계장을 하면서 예쁜 여자만 골라 납치해 사육하다 싫증 나면 토막 내 죽인 뒤, 분쇄기에 갈아 닭 모이로 주는 사이코패스로 분했다.

영화 <실종>은 백숙 먹으러 왔다던 동생 현아(전세홍)가 그 길로 사라지자, 휴대폰 위치 추적해 그 동네에 동생 찾으러 온 현정(추자현)이 동네에선 효자로 소문난 연쇄살인마 판곤(문성근)과 만나는 걸로 시작된다.

12일 서울극장에 영화 <실종> 언론시사회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우들은 문성근의 냉혹한 연기에 대해 소름 끼쳤다고 털어놨다. 전세홍은 문성근을 가리켜 "폭력 신을 찍는데 문성근 선배가 '난 현아를 정말 해할 거 같다. 정말 때릴 거 같다. 정말 이빨 뽑아버릴 거 같다' 그래서 긴장했다"며 문성근이 사이코패스 살인마에 지독히 몰두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김성홍 감독도 "문성근이 배역에 너무 몰두한다. <초록물고기> 때도 송강호 코뼈도 부러뜨렸다"며 "솔직히 걱정도 됐다"고 털어놓았다. 문성근은 대뜸 "송강호 코뼈 부러뜨린 건, 몰입 때문이 아니라 팔을 휘두르다 카메라에 걸려 동선이 무너져 그랬던 실수"라며 "가장 힘든 건 사실 심리적 문제로, 현장을 벗어날 땐 지옥에서 벗어나는 거 같았고 해방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영화에서 문성근은 실제 우리나라 사이코패스가 저렇지 않을까 싶게 과장없는 리얼한 연기로 소름 끼치는 현장감을 제대로 안겨준다.

하지만 영화 제작 과정은 녹록지 않았던 듯하다. 김성홍 감독은 "영화를 굉장히 힘들게 제작했다"며 "영화가 개봉한다는 게 굉장히 감격스럽다"고 힘든 제작 과정을 살짝 내비쳤다. 이어 김성홍 감독은 "여기 계신 배우들이 투자 개념으로 들어와 주지 않았다면 영화가 만들어지지도 못했다"며 "철저히 충무로 자본이 배제되고 제 개인자본으로 만든 독립영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 배우들한테 백 번 천 번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추자현은 "많이 힘들었던 건 사실"이라며 "김성홍 감독님과 문성근 선배님, 영화에 대한 애정과 많은 걸 배우고자 참여했다"고 말했다. 문성근은 "연기자로 영화에 대한 갈증이 만들어낸 영화"라며 "상업적으로 욕심을 내자면 역할이 가능한 한 멋있으면 좋지만, 감독과 전 '범죄인이 멋있게 보이는 일은 절대 피하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고, 배우로서 해볼 만한 일이기 때문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배우, 김성홍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문성근 "15년 전에도 연쇄살인마 역"

- 영화 보고나니 문성근씨가 굉장히 무섭고 섬뜩하다. 지금도 마치 마이크라도 집어 무기로 사용할 것 같다. 혹시 이런 역할 맡고 나서 지금까지 연쇄살인범 가운데 모티브로 한 인물이 있나?

 배우 문성근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실종'(감독 김성홍)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문성근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실종'(감독 김성홍)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문성근 "역할 모델은 없었다. 그런데 제가 그전에 영화 <비상구가 없다>에서 연쇄살인범을 해본 적이 있다. 15년 전쯤 영화다. 그때 범죄심리학 책을 사서 공부한 적 있다. 또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하면서 이런 사건을 다룬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따로 연구한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세계적으로 끔찍했던 연쇄살인사건의 심리라든지 그런 걸 모아놓은 걸 보면, (범인이) 어린 시절에 크게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게 거의 공통적으로 나온다. 그 이후 어떤 이유에서든 굉장히 외롭고 소외된 삶을 길게 산다. 그러다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어떤 계기에 그게 범죄로 표현되는 게 사이코패스의 공통적인 흐름이더라.

그동안 사실 연기자로선 처음 할 때라든가 5년 7, 8년 연기하고 그럴 땐, '인물에 대한 접근을 그 인물의 성장 배경부터 가족관계며 학력이며 재력이며 등등 수십 가지에 대해 검토해 인물 만들어라'라는 게 (연기) 교과서에도 쓰여 있다. 그땐 그것이 맞는 방법이라 생각해 늘 여러 가지 생각하며 했다.

그런데 시간 지나가고 작품 수가 쌓이며 점점 느껴지는 게 '수십 가지 생각해봐야, 그게 머리만 복잡해지지 표현은 절대로 안된다'는 거다. 인물이 풍부하게 만들어지진 않더라는 경험이 쌓였달까. 그 다음부터 '이 인물의 핵심이 뭘까?' 찾는 버릇이 생겼다.

시사프로나 그런 일을 해오면서 단죄하고 분석하고 고발하고 그랬는데, 이번엔 대본 보면서 '아차. 내가 한 번도 그 사람 입장이 돼본 적이 없었구나'란 걸 느꼈다. 이 사람은 이런 행위를 왜 이런 식으로 하게 됐을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이 인간은 자기 욕망, 쾌락을 위해선 자기 자신 이외에 어떤 것에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가족도 동네 사람도 사회도 아무 관계없고, 도덕이나 윤리라 아무 관계없이, '나의 즐거움을 위해 난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그게 이 인물의 핵심 아닐까. 거기에 살을 붙이는 접근을 했다."

김성홍 감독 "영화 속 매력적 살인마에 분노, 우린 반대로"

 김성홍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실종'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홍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실종'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 모방범죄가 우려되진 않나?
김성홍 "할리우드 영화 가운데 <양들의 침묵>이 있다. 안소니 홉킨스죠? 굉장히 멋있게 그려 놨다. 살인마인데 지적이고 매력 있다. 난 그런 영화 보며 굉장히 분노를 느꼈다. 그는 사실 살인마다. 근사하게 미화시키고 덧칠하고 해도. 우린 거기에 반하는 영화를 찍었다. 우리 영화 <실종>을 보면서 이걸 흉내 낼 수 있다고? 아니다. 난 일부러 반대로 찍었다. (범인이) 철학이 있을 수 없고, 굉장 비열하고 아무것도 본받을 거 없는 사람이다. 그 점 분명히 이해해 달라.

저도 할 순 있었다. (살인마가) 매력적으로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살인마가) 매력적인 게 강○○ 카페 만들고 그러지 않나? 난 반대로 보이고 싶다. 한 번 당해봐라. 이게 얼마나 참혹하냐. 인류사상 가장 잔혹한 범죄가 여성 납치해 성적으로 폭행하고 죽이는 범죄다. 문성근과 그랬다. 철저히 설정이나 덧칠을 빼자. 배우로 굉장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경지 오르지 못한 배우라면 못할 거다. 그런데 (문성근이) 굉장히 잘했다.

그리고 이거 굉장히 세진 않다. 홍콩 영화는 영화 속에서 수백 명 죽인다. 배 가르고 막 그런다. 우린 그런 게 없다. 이빨 뽑는 것도 안 보여줬다. 소리로 했다. 사실 따져 보면 (잔인하게) 한 게 없다. 맨 처음 삽으로 때린 것밖에 없다. 이 영화 보고 흉내를 내거나 (연쇄살인마) 카피를 하진 않을 거다. 이런 건 인명을 경시하는 게 아니다. 게임이나 액션영화에선 매번 쏴 죽인다. 그런 거 보면서 배우는 거지, 우리 영화는 아니다."

김성홍 감독 "문성근이 (상대) 이빨 부러뜨릴까 봐 걱정해"

 배우 문성근과 추자현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실종'(감독 김성홍)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문성근과 추자현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실종'(감독 김성홍)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 영화 보는 내내 굉장 끔찍했다. 영화 촬영하며 제일 힘들었던 건 뭔가?
김성홍 "이런 영화 찍을 때 위험한 게 별로 없다. 그냥 심리적인 걸 표현할 뿐인데,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정말 라스트 장면 때 추자현씨 걱정 많이 했다. 하루만 늦어도 촬영이 안 될 예산이라, 배우도 보호해야 되고 절대 다치면 안 되는데, 추자현씨가 맨발로 막 뛰어가야 하는데 거기 바닥이 다 가시다, 유리고. 전 '그냥 신발 신고 뛰어라' 그랬다. (추자현이) 그렇게 하겠다고 해놓고 찍을 때 보니 맨발로 막 뛰더라.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찔리면 촬영 끝이니까.

문성근씨는 몰두하면, 원래 계획했던 대로 잘 못한다. 자기감정 때문에, 몇 번 (상대 배우) 코뼈도 부러뜨리고 그런 영화도 있다. <초록물고기> 때도 송강호 코뼈도 부러뜨리고 그랬다. 그래서 (문성근이 상대방을) 이빨 뽑을 때, 솔직히 걱정도 됐다. 이빨 부러뜨릴까 봐. (웃음) 내가 대역할까 그랬다. (문성근이) 몰두 너무 한다."

- 문성근씨가 맡은 판곤은 강○○ 사건이랑 굉장 미묘하게 겹치는 게 많다. (연쇄살인마가) 주변사람들에게 굉장히 성실하고 평판도 좋은 거 같고, 축사를 했던 강○○이나 양계장 하는 (영화 속) 판곤이나 비슷하다. 둘의 공통점과 다른 점은 뭔가?

 배우 문성근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실종'(감독 김성홍)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우 문성근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실종'(감독 김성홍)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문성근 "<초록물고기> 때 송강호 코뼈 부러뜨린 건 제 실수였다. 몰입 때문이 아니라, 팔을 휘두르다 카메라에 걸려 동선이 무너져 그랬다. 촬영하며 제일 불안했던 건, 찍을 때 혹시 부상 당할까봐였다. (상대) 여자가 거의 맨몸인데, 전 작업화 신고 있어서 조금만 건드려도 크게 부상당할 수 있으니까. 추자현씨 배를 걷어차는 장면 같은 경우 그냥 시늉만 해선 사실성이 안 나오거든. 실제 배를 걷어차는데, 앞에 베개 두고 그러는데도 베개를 차도 진동이 올라가니까. 개장수를 칠 땐, 앞에 뭘 대고 있었는데 그거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옆엘 쳐서 (개장수 역을 한 배우) 한쪽이 퉁퉁 붓고 그랬다. 사실 부상 위험에 대한 걱정이 제일 힘들었다.

더 힘든 건 사실 심리적 문제다. 정말, 정말…. 그게 좋겠나? 그 2박3일, 3박4일 꼴딱꼴딱 밤을 새며 촬영하고 현장 벗어날 땐 지옥에서 벗어나는 거 같다. 그 인물에서 떠나는 게 해방감 같다. 현장 들어가면 그 인물 심성을 조율하고 있어야 되니까. 영화 내용이 이렇다 보니까 영화 촬영 내내 추자현씨, 전세홍씨와 일부러 안 친하게 지냈다. 그런 것들이 참 힘들었다.

이 영화 <실종> 대본을 쓰신 건 한 2, 3년 전이 된다. 제가 처음 본 건 작년 2, 3월 정도로 기억한다. 촬영 끝난 게 10월이니 강호순과 전혀 무관하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들은 공통점이 있다. 범죄 심리학 연구 논문에 나오는 연구 결과다. 이런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를 만들 땐 사이코패스 특성을 뽑아 인물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 사건과 유사한 점은 당연히 발견될 수밖에 없을 거다."

실종 문성근 추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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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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