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제위기 속에 취업의 관문을 돌파하려는 지금의 20대는 '인턴세대'다. 기업인턴, 행정인턴, 청년인턴, '알바'형 인턴부터 '취업 보장'형 인턴까지 다양하다. 그 어느 때보다 인턴세대의 고민이 깊다. 어둠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겨울 가뭄에 목이 타 들어갔던 일부 지역 주민들처럼 숨이 턱턱 막히는 '취업란'에 직면해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인턴세대의 명암' 기획을 연재한다. 이 기획시리즈에서는 다양한 인턴들의 고민과 전문가들의 조언, 인턴제도의 장·단점 등을 두루 살펴본다. [편집자말]
6일 오후 서울 상암동 LG텔레콤 본사에서 LG텔레콤에 입사한 새내기 이동빈, 김민주, 이종혁(왼쪽부터) 직원이 사원증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상암동 LG텔레콤 본사에서 LG텔레콤에 입사한 새내기 이동빈, 김민주, 이종혁(왼쪽부터) 직원이 사원증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지난 여름 다른 대기업에 합격했는데, 이곳 LG텔레콤 인턴으로 왔죠."
"인턴기간 동안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대기업 최종면접이 몇 개 있었는데, 다 포기했어요."

순간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고용 빙하기' 상황에서 정규직 입사를 포기하고 인턴을 선택했다는 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6일 서울 상암동 LG텔레콤 본사에서 만난 새내기 직원들은 "인턴 활동 후 지난해 11월 입사했다"며 "잘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경영관리실 빌링팀의 김민주(26)씨는 "좋은 기업에 합격하고도 일이 맞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며 "인턴을 하면서 나에게 맞는 회사인지 경험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쏟아지는 인턴제도 아래였다면 김씨의 선택은 '오답'일 터다. 인턴만 전전한다는 '인턴세대'의 운명을 비켜가기 쉽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인턴 중 상당수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LG텔레콤의 인턴제도는 달랐고, 김씨의 선택은 '정답'이 됐다.

LG텔레콤 인턴제도는 정규직 입사의 마지막 과정

최근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확산되고 있는 인턴 제도가 임시직만 양산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LG텔레콤의 인턴제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인턴은 단순히 경력 쌓기·직장체험을 위한 게 아니라, 정규직 입사의 마지막 과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여름부터 공채제도 대신 인턴제도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채용규모는 회사의 채용계획에 따라 40~100명이다. 인턴 채용 과정은 기존 공채제도와 마찬가지로 2차 임원면접까지 볼 정도로 엄격하게 진행된다. 또한 인턴으로 활동하는 40~45일간 지방거주자에게 거주비를 지원하는 등 인턴 채용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

LG텔레콤이 이러한 인턴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기존 신입사원들의 이직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LG텔레콤의 일부 신입사원들은 애사심이 강하지 않았고,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다며 나가는 신입사원도 있었다.

인턴제도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지연 인사팀 대리는 "구직자들이 인턴제도를 통해 LG텔레콤 직원들의 열정과 내부 역량을 느끼게 해, LG텔레콤의 매력을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인턴제도가 정규직 채용의 마지막 단계라고 해서, 인턴 중 일부 성적우수자만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지연 대리는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면 모든 인턴이 채용될 수 있다"며 "정규직 전환률이 80%가 넘었던 인턴기수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인턴제도 도입 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지난 여름 인턴 경쟁률이 127대1에 달할 정도로 많은 인재가 몰렸고, 신입사원 이직률이 업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원 홍보담당 상무는 "인턴제도로 신입사원들의 직무 만족도가 높아졌고, 그들이 역량을 발휘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져 조직 안정성이 높아졌다"며 "회사와 인턴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인턴제도의 성과를 강조했다.

동거를 거친 결혼의 성공률은 높다

LG텔레콤에 입사한 새내기 이종혁 직원이 6일 오후 서울 상암동 LG텔레콤 본사 회의실에서 단말기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다.
 LG텔레콤에 입사한 새내기 이종혁 직원이 6일 오후 서울 상암동 LG텔레콤 본사 회의실에서 단말기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LG텔레콤에 입사한 새내기 이동빈, 김민주, 이종혁(왼쪽부터) 직원이 6일 오후 서울 상암동 LG텔레콤 본사에서 DATA 교환 장비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LG텔레콤에 입사한 새내기 이동빈, 김민주, 이종혁(왼쪽부터) 직원이 6일 오후 서울 상암동 LG텔레콤 본사에서 DATA 교환 장비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인턴제도는 회사와 동거하는 기간이다."

지난 여름 인턴을 거쳐 입사한 새내기 사원들은 LG텔레콤의 인턴제도를 이렇게 정의했다. LG텔레콤에서는 인턴 때 맡은 일을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에도 맡게 되는 경우가 많아, '동거'를 거친 회사와 인턴간의 '결혼' 성공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

일선 지점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 있는 김민주씨는 "이메일 명세서를 볼 때마다 마음이 뿌듯하다"고 전했다. 그가 인턴 때 모바일 청구서 활성화 프로모션에 참여해 내놓은 의견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는 "의견을 발표할 때 선배 직원들이 회의장에서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구성원으로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고 인턴이 끝나고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신입사원 교육이 끝나면 같은 부서로 배치될 김씨에게 조직과 업무에 적응할 시간은 거의 필요하지 않다. 그의 멘토인 같은 부서의 이동건 대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아 조직에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인턴 때 차세대서비스기술팀에서 일한 이종혁(27)씨는 "단말기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게 재밌었다"며 "근무 시간이 오후 6시까지인데, 파격적인 단말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밤 11시까지 일했다"고 말했다.

현재 판매점을 관리하는 일선 지점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 있는 그는 "현장에서 고객이 어떤 단말기, 서비스를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교육 후 팀으로 돌아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참여한다. 다른 회사의 신입사원이 업무에 적응하는 속도보다 한발 빠른 셈이다.

정책개발팀 이동빈(28)씨는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제 의견이 업무에 많이 반영됐다, 모르는 건 선배 직원들이 하나하나 가르쳐준다"며 "선배 직원들은 인턴을 신입사원이라고 생각하지, 스쳐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신입사원 채용 줄이면 성장 동력 잃는다"

LG텔레콤에 입사한 새내기 김민주, 이동빈 직원이 6일 오후 서울 상암동 LG텔레콤 본사 앞에서 휴대전화를 하며 걸어가고 있다.
 LG텔레콤에 입사한 새내기 김민주, 이동빈 직원이 6일 오후 서울 상암동 LG텔레콤 본사 앞에서 휴대전화를 하며 걸어가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LG텔레콤 인턴 경력은 경쟁업체에서도 인정해주고 있다. 이지연 대리는 "경쟁사에서 ○○○씨가 LG텔레콤에서 인턴을 했느냐는 연락이 온다"며 "LG텔레콤 인턴경력자는 통신업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경쟁사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규직 채용을 위한 인턴제도는 인턴과 회사 양측에 윈윈(Win-Win)인 셈이다. 인턴제도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회사는 회사에 애정이 많은 우수한 인재들을 신입사원으로 뽑게 됐다. 조직안정성이 높아져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다른 대기업에 입사하지 않고 이 회사의 인턴을 선택한 현재의 신입사원들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탄탄한 실무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터라, 경쟁사에 취업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회사는 인재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인재들은 회사에 더 큰 애사심과 전문성을 얻는 선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거나 알맹이 없는 인턴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에 대해 새내기 직원들과 회사 관계자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들의 지적은 간단명료했다.

"인건비, 특히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는 회사는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태그:#인턴세대, #인턴, #LG텔레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