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규리그 우승팀 수원. 하지만 올 시즌에는 주전 선수들의 이탈과 AFC 챔피언스리그 병행으로 우승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팀 수원. 하지만 올 시즌에는 주전 선수들의 이탈과 AFC 챔피언스리그 병행으로 우승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 수원 블루윙즈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우승했던 수원 삼성의 불안 요소가 이번 포항과의 개막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마토, 조원희, 신영록, 이정수가 팀을 떠나고 이상호, 리웨이펑, 알베스가 새로 들어왔지만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의 그림자가 너무 컸다.

 

수원은 7일 오후 3시 빅버드에서 열린 포항과의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2-3으로 패했다. 전반 6분 김태수에게 선취골을 내준 뒤 16분 에두가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넣으며 따라잡았지만 37분 스테보와 후반 40분 데닐손에게 골을 허용하면서 홈팬들에게 실망스런 경기력을 펼쳤다. 후반 45분 조용태가 추격골을 넣으며 분전했지만 스코어를 따라잡기엔 역부족 이었다. 수원은 최근 9시즌 동안 개막전 6승3무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포항전 패배로 올 시즌 행보가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 국내 축구계에서는 수원의 우승 가능성을 낮게 바라보고 있었다. <스포츠 동아>에서는 지난 7일 K리그 15개팀 감독과 선수들에게 우승팀 설문 조사를 했는데 서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른 축구 전문가들도 서울의 우승 가능성을 밝게 내비친 것과 동시에 수원의 정규리그 2연패 여부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난 공백과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 문제였다.

 

특히 포항전에서는 마토-이정수-조원희 같은 수비 자원들의 공백이 너무나 컸다. 세 선수 모두 센터백과 풀백, 혹은 홀딩맨까지 도맡으며 지난해 수원의 K리그 최소 실점 1위를 이끌었기 때문에 기존 수비수들과 이적생들이 그 공백을 무리없이 메우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수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비수들이 강하지 않으면 미드필더와 공격수의 수비 부담이 늘어나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 없는데다 골을 넣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이는 곧 패배로 직결된다. 수원이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통곡의 벽'으로 불리던 마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독주 행진을 달릴 수 있었던 것도 퍼니단드-비디치-에반스-오셰이-하파엘 등과 같은 수비 자원들의 맹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수원은 포항과의 전반전에서 '곽희주-리웨이펑-최성환'으로 짜인 3백을 구사했다. '김대의(양상민)-마토-곽희주-송종국(이정수)'의 포백을 형성했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무게감이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웨이펑은 K리그 스타일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고 최성환은 지난 시즌 마토와 곽희주의 백업으로 활약했던 선수여서 이들이 마토와 이정수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게 사실. 더욱이 수비라인은 개인의 능력이 아닌 '선수들의 호흡'을 통해 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수원 수비라인이 포항전을 비롯 시즌 초반에 무너질 가능성은 더 없이 높았다.

 

첫 번째 실점 장면은 최성환이 문전으로 달려들던 김태수를 놓치면서 벌어진 것이다. 김태수의 골을 엮어낸 데닐손의 절묘한 패스도 대단했지만, 공을 보면서도 김태수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최성환의 판단이 한 박자 늦은것이 아쉬운 부분. 후반 5분에는 데닐손과 이운재와의 1:1 경합 상황이 있었는데, 이 장면은 리웨이펑과 곽희주의 명백한 실수 였다. 곽희주는 김재성이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는 과정에서 이미 크를 놓쳐버렸고, 김재성의 크로스를 받은 데닐손이 문전으로 치고 들어가는 상황에서는 가까이에 있던 리웨이펑이 그대로 머뭇거리면서 1:1 돌파를 허용한 것이다. 다행히 이운재가 데닐손의 슛을 막았지만 만약 그의 선방이 없었다면 수원은 2-4 패배라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다.

 

수원의 세 번째 실점 또한 수비수 책임이다. 김재성이 오른쪽 측면으로 침투하는 상황에도 불구, 이를 마크하는 수비수는 한 명도 없었다. 거의 모든 선수들이 동점골을 넣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적어도 수비수들은 상대팀 역습 공격에 의한 골을 내주지 말아야 했기 때문에 좀 더 집중을 하면서 경기를 해야 마땅했다. 김재성의 패스를 받아 골을 넣은 데닐손의 마크 또한 느슨하게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곽희주와 리웨이펑, 최성환의 호흡이 안맞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세 명의 수비수들이 흔들릴 수 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미드필더진에서 상대 공격을 활발하게 차단하는 홀딩맨이 없었기 때문이다. 좌우 윙백인 양상민과 김대의가 경기 초반부터 공격 지향적인 움직임을 펼치면서 '송종국-이관우' 더블 볼란치 조합의 수비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앵커맨 성향일 뿐, 조원희처럼 중원에서 궃은 역할을 다하는 선수는 아니다. 수원이 차범근 체제에서 두 번의 정규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김진우(2004년) 조원희(2008년) 같은 수비 전문 요원들의 숨은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지만 '송종국-이관우' 조합으로는 수비의 약점을 메우기가 쉽지 않으며 이는 포항의 중앙 공격을 봉쇄하지 못하는 불안 요소가 되고 말았다.

 

특히 전반 37분 스테보에게 골을 허용한 장면은 수원 미드필더진의 패스미스에서 빚어진 상황이다. 송종국과 이관우, 김대의가 오른쪽 공간에서 엉키는 과정에서 패스미스를 범하다 데닐손에게 공을 빼앗겼고, 이는 스테볼의 골 장면으로 이어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수원 미드필더진은 전반전에 김태수의 중앙 침투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했고 후반전에는 김재성에게 끌려다니는 경기를 펼치고 말았다. 김태수와 김재성은 중원에서의 빠른 순발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인데, 앞으로 수원과 상대하는 팀들은 '포항처럼' 중앙 공격을 집중적으로 시도하여 골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물론 수원에는 안영학이라는 홀딩맨이 있지만(박현범은 박스 투 박스 형태임) 발이 느린 선수인데다 빠른 템포 공격에 적응하지 못해 주전에서 밀린 선수여서 앞으로도 허리싸움에서 상대팀에 밀릴 공산이 크다.

 

그리고 포항전에서 나타난 수원 전력의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공격이다. 3-4-1-2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활약에 따라 팀 공격력이 좌우되는 포지션이지만 1의 역할을 맡은 최성현은 신형민의 발에 묶이면서 소극적인 활약을 일관했다. 더욱이 어느 위치에서 공을 잡아야 할지, 패스를 받아야 할지 애를 먹다보니 팀의 공격 기회를 놓치기 일쑤였고 볼 터치와 패스 횟수 또한 적었다.

 

이렇다보니 '에두-배기종' 투톱이 2선에서 활발한 골 기회를 받을 수 없었으며 포항 수비진을 뚫지 못하는 문제점으로 이어졌다. 또한 송종국과 이관우는 포항과의 허리 싸움에서 밀리면서 상대 미드필더진의 허를 찌르는 패스를 활발히 연결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했던 이용수 KBS 해설위원이 "수원이 작년에 비해 패스 플레이가 매끄럽지 않다. 최성현의 패스 연결이 살아나야 한다"고 말한 것 처럼 미드필더진에서의 활발한 움직임과 세밀한 패싱력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미드필더진의 수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효과적인 공격력을 살릴 수 없었던 것이다.

 

전반 36분 스테보 퇴장 이후 여러차례 슈팅 기회를 놓쳤던 것 또한 아쉬운 부분. 에두는 김형일과 황재원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으면서 지난 시즌의 파괴적인 포스를 살릴 수 없었으며 서동현과 배기종은 문전에서 골 기회를 놓치는 불안함을 안겨줬다. 그나마 백지훈과 이상호가 이번 포항전에 결장했기 때문에 앞으로 공격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배기종과 서동현이 팀의 확실한 주전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만만찮은 노력이 필요할 듯 싶다.

 

필자의 개인적 생각으로는 올해 수원이 정규리그보다는 AFC 챔피언스리그에 중점을 두어야 하지 않나 싶다. 지난해 K리그 우승으로 상대팀 견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았는데, 그것을 포항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개막전부터 어려운 경기를 펼치고 말았다.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감바 오사카(일본)가 지난 시즌 J리그 8위를 차지하고도 아시아를 제패했던 것 처럼, 수원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2005년의 악몽을 밟지 않으려면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중에서 어느 한 대회를 중점적으로 두어야 할 것이며, 리그 상향 평준화가 확실하게 굳혀진 K리그보다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력을 끌어올리기가 쉬워 보인다.

 

물론 수원팬들의 바람은 정규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동시에 제패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원 선수들이 그 목표를 이루려면 포항전에서 나타난 단점들을 하나둘 씩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마토, 이정수, 조원희의 공백이 너무나 크다는 점에서 수원이 올해 정규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존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 올리거나 여름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올 시즌 우승 레이스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bluesoccer.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3.07 18:43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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