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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학식 마치고 딸과 함께 모교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입학식 마치고 딸과 함께 모교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 이웃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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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청운중학교 걸렸다."

초등학교 졸업하는 딸아이가 그렇게 말한 지 한 달여. 오늘 딸 입학식이 있어 가보았습니다. 걸어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청운중학교는 제가 1회로 졸업했던 바로 그 학교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햇수로 30여년이나 흘러 버렸네요. 어느덧 말입니다. 세월이 참 유수처럼 흘렀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앨범 속 나는 아직 앳된 아이인데 거울로 보는 나는 어느덧 허연 머리카락이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중년으로 변해 버렸답니다.

"아빠는 10시까지 오면 되거든."

입학 날 아침, 딸은 내게 그렇게 말하고 등교를 했습니다. 마침 야간조 출근이라 딸 입학식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습니다. 양복 입기를 매우 꺼려하는 나였지만 오늘만은 예외였지요.

사랑하는 딸의 입학식이고 아비의 추리한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목욕을 하고 면도도 깔끔히 했습니다. 결혼 후 한 번도 입어보지 않던 양복을 꺼내 입고 넥타이도 매보았습니다. 영 어색했지만 사랑하는 딸의 입학식을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참았습니다.

10시에 맞춰 도착한 학교엔 비가 오는 가운데도 많은 학부모들이 와있었고 3학년은 수업중이었으며 2학년과 1학년 학생만이 입학식에 참석했습니다. 입학식이 끝난 후에는 학부모 회의가 있었습니다.

"이 학교는 고 정주영 회장님의 교육 열정에 힘입어 만들어졌고 지금은 정몽준 이사장님이 대를 이어 운영되고 있는 사립재단입니다. 아시다시피 국공립보다 더 시설이 좋은 학교입니다. 한국에서 제일가는 부자 이사장님이 계심에 가능한 일이지요."

교장 선생님은 학부모 회의에서 그렇게 인사말을 이어갔습니다. 교장선생님도 알고 보니 제가 학교 다닐 적에 영어 담당하던 선생님이셨습니다. 그땐 학생으로 선생님 앞에 섰었는데 지금은 학부형으로 선생님 앞에 서 있다니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학부모 회의는 학교 소개와 학교 운영 방침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그렇게 마치고 1학년 교실로 내려오니 입학식 행사가 끝난 딸이 교실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밖으로 나오면서 사진 몇장 찍고 마을에 가서 딸이 좋아하는 먹거리를 사주었습니다.

운동장 입학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나

 우리가 1회 졸업하면서 돈을 모아 만든 동상이 아직도 서 있었습니다.
 우리가 1회 졸업하면서 돈을 모아 만든 동상이 아직도 서 있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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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생각났습니다. '국민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하던 그때가….

처음 학교를 만들고 입학생을 받던 그날 정주영 회장도 참석했었습니다. 저는 가난에 찌든 우리 집 상황 때문에 자칫 중학교도 못 갈 뻔 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가까스로 입학금을 낼 수 있었고 중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지요.

첫 입학식답게 거창한 행사가 운동장에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교실 안에서 입학식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돈이 없어 교복을 못 사다가 하루 전날에야 내 몸보다 더 큰 교복을 엄마가 구해주었지만 윗 교복에 단추가 한 개도 없었습니다.

"창기는 교실에 남아 있어라."

담임 선생님은 내게 교실에 남아 있으라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운동장에서 진행되던 그 입학식에 참석을 못했습니다.

1회 입학생이었던 나는 그 학교에 입학해 3년을 다녔습니다. 그땐 현대중학교였는데 지금은 청운중학교로 바뀌었습니다. 그때와 주변이 많이 달라졌지만 교실과 복도는 아직 그대로였습니다. 그때 졸업기념으로 남긴 돌 그림이 지금도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1회 기념으로 졸업생들이 돈을 걷어 만들어 둔 그 돌 그림을 보니 아련한 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입학해 3년간 다녔고 졸업했던 그 학교에 오늘 딸 아이가 입학했습니다.


태그:#입학,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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