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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둘째의 유치원 졸업식이 있었다. 그것은 한편으론 장장 4년에 걸친 유아교육에 안녕을 고함은 물론 또 덤으로, 월 환산 25만원이 넘는 원비를 더 이상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기에 무척 시원 통쾌했다.

첫째의 경우는 유치원 졸업이 시원했다기보다 두려웠었다. 다가올 미지의 초등학교 생활에 큰애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등하교 길의 횡단보도는 또 어떡하나 등 하나하나 다 걱정이 되었었다. 그러나 이번 둘째의 경우는 똑같은 초등입학을 앞두고 있어도 큰애 때의 경험이 있어 한결 여유롭다.

아무튼 이래저래 둘째의 경우 모든 게 두 번째라 감정적으로 아주 느긋하고 다소 무심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무덤덤함에 경적을 확 울려주는 울림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둘째 담임선생님들(=두 분이 한반을 봄)의 눈물이었다.

선생님의 눈물
 선생님의 눈물
ⓒ 정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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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다닌 유치원의 경우, 졸업식이 끝난 다음 식의 최종 마무리로, 각반 선생님들이 자기반 아이들을 일일이 한 번씩 안아주면서 서로 작별을 고하는 순서가 있었다. 부모인 우리들은 이때 담임선생님에게 다가가 감사의 인사와 함께 사진기를 들이대면서 같이 사진 한 장씩 찍으면 되는 것이었다.

때문에 내 아이가 어디쯤 있나 눈으로 확인을 하고 두 분 선생님 쪽으로 갔는데 아니 이게 어인 일인가. 두 분 선생님은 아이들 안아주기 시작부터 눈물을 주룩 주룩 흘리고 계셨다. 이번 빼고 큰애 때까지 합쳐 합이 7번의 유아교육기관에서의 작별이 있었지만 이처럼 찡한 작별은 처음이었다.

나는 '선생님 그동안 수고하셨고요, 고마웠어요' 하며 달뜬 목소리로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그 모습을 보자 목이 메여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얼떨결에 사진만 찍고 잠시 다른 학부모들과의 작별을 지켜보았는데 다들 선생님의 눈물에 찡한 감동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 눈물은 지난 1년 두 분 선생님들이 30여명 아이들을 사랑한 마음의 증거였던 것이다. 그냥 둘째다 보니 별 신경 안 쓰고 소식지도 늘 안 읽어보고 해서 각종 소소한 대금이나 준비물 따위를 마감임박이나 지나서 부랴부랴 내곤 했는데 이렇게 버스 떠나는 시점에서야 반성이 되다니. '진즉에 잘 할 걸. ㅠㅠ'

선생님의 마음을 모르는 철없는 아이
 선생님의 마음을 모르는 철없는 아이
ⓒ 정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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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번 둘째의 유치원 졸업식을 끝으로 내 머릿속에서 '유치원'이란 세 글자는 완전히 지우리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두 담임선생님의 '주룩주룩' 눈물 땀시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머지않은 장래 후배나, 조카들이 결혼을 하여 그 아이들이 유치원을 졸업했네 어쩌네 하면 아마 나는 필히 둘째의 유치원 졸업식을 떠올릴 것이리라. 그리고 말할 것이다. 

'그때 두 분 선생님들이 어찌나 눈물을 흘리는지. 그런데 그 눈물이 어찌나 감사한지. 그 반 아이들이 그러한 사랑 속에서 유치원 생활을 했다는 게 너무 고마워 지금 생각해도 다시 고맙네 .' 

그러고 보니 벌써 두 번이나 말했다, 며칠 전 이웃 아짐을 만났을 때도 그리고 어제 지인들이 놀러왔을 때 말이다. 그런데 새로운 사실하나 더 추가. 놀러온 지인들에게 둘째의 졸업식 두 담임선생님의 눈물을 얘기하니 옆에서 듣고 있던 둘째가 부언하였다.

"엄마, 그런데 있잖아. 우리 선생님, 졸업식 예행 연습하면서 안아 줄 때도 울었어."
"어머, 진짜?"
"응."
"연습인데두?"
"응..."

둘째의 이야기는 두 선생님에 대한 내 고마움의 크기를 더욱 크게 만들어 주었다.    


태그:#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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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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