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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망가진 시계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걸까. 또 사고를 쳤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는 날 한나라당이 총대를 멨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한나라당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에두르지 않고 거침없이 총대를 멨다. 그런데 '언론악법 날치기 상정'의 취임 축하선물 속에 초대형 뇌관이 들어 있는 줄을 몰랐을까.       

 

언론계와 학계, 시민단체들이 오래전부터 우려하며 예견해 왔던 바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총대를 멨을 리 만무하다. 후폭풍이 거센 뇌관을 왜 그토록 서둘러 드러내야만 했을까. 충분한 대화와 합의가 전제됐다면 제거할 수 있는 뇌관이었다. 그러나 이미 후폭풍은 시작됐다. 언론노조의 총파업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언론계의 저항이 거세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모질었던 지난 1년의 '질곡의 늪', 앞으로 남은 4년 얼마나 더...   

 

망가진 시계의 과거회귀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1년 사이에 30년 전 개발독재 시대로 훌쩍 되돌려진 느낌이다. 출범 당시 '48.7%(530만표 차)라는 역대 대통령선거 최다 득표율'을 자랑했던 기개 앞에 박수와 기대를 숨기지 않았던 시민들도 이제는 '지나온 1년이 독선과 무능력의 결정판이었다'며 주저 없이 비판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언론의 활자와 영상에서 묻어나는 이 대통령의 취임 1주년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비판과 후회의 목소리를 반영한 지역 언론의 평가에선 지난 1년의 '질곡의 늪'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잘 대변해 준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지역 언론들은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며 한나라당의 언론 관련법 기습상정 소식을 크게 전하며 다가올 미디어 빅뱅을 우려하고 있다. 또 소외된 지역정책에 대한 불만의 소리도 큼지막한 의제로 설정했다.

 

[부산·경남]  "언론자유에 재갈 물리고 70년대식 개발독재 하겠다는 것"

 

부산·경남지역 언론들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국정운영 전반에 적신호가 드리웠음을 경고했다. 1년 전 민심과는 크게 달라진 상황을 대변하는 여론조사 결과와 시민단체들의 비상시국선언이 예사롭지 않다.

 

<경남도민일보> 의제가 발 빠르다. 26일 '문방위, 언론 관계법 기습 상정'의 기사에서 "대통령 취임 1주년인 25일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법을 비롯한 언론 관계법을 기습 상정함으로써 한나라당은 국민과의 소통보다는 언론을 장악하는 길을 택했다"며 "이러한 이 정부의 언론정책은 '통제'와 '장악'만 있을 뿐이다"고 비난했다.

 

이어 "'소통'이 끼어들 틈은 전혀 없어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 '언론자유'에 재갈을 물리고 70년대식 개발 독재를 하겠다는 것"으로 기사는 해석했다. 이에 앞선 25일에도 'MB정부 1년, 민주말살 독재로 회귀'의 기사에선 경남지역 진보단체들이 비상시국선언을 통해 정부를 비판한 내용을 크게 보도했다.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야당 당원 등 50여 명은 24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3층 대강당에서 이명박 정부의 독단을 경고하는 비상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도내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민노당·민주당 경남도당 당원 등 각계 인사 390명이 비상시국선언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부산일보>의 여론조사는 대통령에 대한 이 지역 주민들의 평가에 암운이 깃들고 있음이 반영됐다. 이 신문은 24일 1면에 "취임 1주년을 맞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부산·울산·경남지역 대학교수들의 평가는 '못한다' 또는 '아주 못한다'는 의견이 50%대 중반에 이를 만큼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큼지막하게 보도했다.

 

또 기사는 "'5+2 광역경제권 구상' 등 현 정부 지역발전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견해는 10%대 초반인 반면 부정적인 의견은 50%를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지역발전 정책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크게 우려했다.

 

[대구·경북] "지난 1년 동안 이명박 정부의 오류는 '소통 부재'에서 비롯"

 

대구·경북지역 언론들도 소통실종이 낳은 이명박 정부의 1년 성적을 '냉혹'과 '실망' 등으로 표현했다. <영남일보>의 기획기사가 눈에 띈다. 정부 취임 1주년을 맞아 '이명박 정부 1년의 명과 암'의 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이 신문의 25일자 ''소통' 부재 불도저 '촛불' 에 그을리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그 중 시선을 끈다.   

 

"이명박 정부 취임 1주년을 맞아 쏟아진 평가는 냉혹하다"는 기사는 "정권 교체에 따른 국정 방향을 설정해 선도적이고 차별적 이슈로 국민을 이끄는 중요한 시기에 인사 난맥상으로 갈팡질팡하고, '촛불'에 그을리더니, 예측치 못한 상태에서 터진 글로벌 경제침체 위기로 국민의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1년 동안 정부의 오류는 '소통 부재'에서 비롯되었다"는 따가운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또한 '강부자(강남 땅부자)', 'S라인(서울시 인맥)' 등 신조어를 유행시킨 '조각 파문'과 대규모 촛불시위를 초래한 한·미 쇠고기 협상은 민심을 외면한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또한 인터넷신문 <평화뉴스>는 25일 '언론관계법, 지역언론 고사시킬 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역방송사들의 체감 위기가 얼마나 높은지를 비중 있게 다뤘다. 이 기사는 "대구·포항·안동MBC와 TBC대구방송을 비롯한 전국 43개 지역방송 시청자위원회가 연대 성명을 내고, '대기업의 방송진출 및 신문-방송 겸영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언론관련 법안은 지역언론의 광고수익과 일자리를 없애 지역언론을 고사시키게 될 법'이라고 밝혔다"며 "여론시장은 대기업과 전국지가 생산하는 수도권 발전 의제만이 자리하게 돼 지역주민들은 말 그대로 '2등 국민'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또한 "절박한 심정, 'MB악법'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와 사진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인 25일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대구 도심에 울렸다"고 전했다.

 

'대구경북진보연대(준)'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준)'를 비롯한 대구지역 5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민노·진보신당은 이날 오후 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용산 살인진압 규탄·MB악법 저지·이명박 정권 심판 시민대회'를 열고 이명박 정부 1년을 강하게 규탄했다.

 

[광주·전라] "지역민 4명중 3명꼴, 이 대통령 국정운영 부정적 평가"

 

호남지역 언론들도 이명박 정부 1주년을 맞아 지역민심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관련 현안에 집중하고 있다.

 

<무등일보>는 26일 지역 여론조사결과를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4명중 3명 "국정운영 잘못"'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24일 하루 동안 광주·전남지역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성인남녀 4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다뤘다.

 

기사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은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민 4명중 3명꼴로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으며, 2명중 1명은 향후 4년간 현재의 경제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 이 기사는 "지역민들은 경제 살리기 방안으로 '국민소통의 정치 리더십(29.8%)'을 꼽았으며, 일자리 창출과 나누기(22.0%), 서민지원 정책(19.5%), 지역산업 육성(7.3%), 양극화 해소(5.4%) 등이 뒤를 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선 25일 <전북일보>의 4면 '조갑제 "이명박 정부 1년 총점 50점대"'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 기사는 "보수단체인 뉴라이트전국연합과 국민행동본부 등은 2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이명박 정부 1년과 애국운동의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정부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며 "이번 정부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정권이 다시 교체될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한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런가 하면 오는 4월 실시되는 전주지역 2개 선거구의 재선거와 관련, 이 지역 출신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행보를 무게 있게 다룬 기사도 시선을 끈다.

  

<전북도민일보>는 26일 1면 '정동영 빠르면 내달 초 귀국'의 기사에서 "정 전 장관의 한 측근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정 전 장관이 조만간 귀국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며 "당초 3월에 귀국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 일정이 최대한 단축될 것이라고 언급, 오는 3월 초 귀국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고 전했다.

 

[대전·충청] "세종시 특별법은 뭉개더니 미디어법은 기습상정이라니?"

 

대전·충남지역 언론들은 세종시 설치 및 운영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세종시 특별법)의 임시국회 통과가 불발에 그친데 대한 성난 민심을 전하느라 분주하다. 

 

<대전일보>는 26일 '세종시법 뭉갠 '여', 미디어법은 기습상정'이란 1면 머리기사에서 "지난 23일 세종시 특별법의 2월 임시국회 통과가 불발에 그치면서 행정도시의 성공을 위한 고도의 해법과 역량 결집이 충청권 공동의 최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또다시 특별법 제정이 무산될 경우, 행정도시 위기론이 증폭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혼돈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충청투데이>도 이날 "MB, 지방분권·균형발전 저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이해 '이명박 정부의 1년은 수도권 집중정책으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저해했다'고 평가했다"며 "정부가 수도권 내 공장설립 및 공장총량제 규제 등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 정책을 포기했다"며 비난했다. 이어 "특별한 이유 없이 행복도시 이전대상 기관 지정과 세종시 관할구역 확정 법안 발의를 주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원·제주] "대통령 공약사업 제대로 이행될까?, 이대로 가다간..."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은 강원·제주지역 언론들도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강원도민일보>는 26일 '자유경제구역·통일특구 이행의지 의문'의 기획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아시아의 관광·건강메카 강원도'를 비전으로 한 3대 발전 전략과 11대 핵심 공약을 제시했다"며 "그러나 설악권 테마파크 등 구체적 추진전략 없는 사업이 많다"고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한라일보>는 이날 사설 ''특별자치' 반납까지 번진 제주특별법'에서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통과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이를 바라보는 제주도민들의 심경은 한 마디로 착잡할 수밖에 없다"고 서운해 했다.

 

<제민일보>는 이날 제주언노협 상경투쟁'의 기사에서 "제주지역언론노조협의회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옆 소공원에서 열리는 '언론장악저지 민주주의 사수 언론 노동자 결의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25일 오전 상경했다"며 "언노협은 상경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의 언론악법 강행처리 음모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은 비판언론을 잠재우고 방송을 장악해 정권연장을 획책하려는 정권의 핵심 지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는 내용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5년 임기 중 이제 1년이 지났을 뿐이다. 남은 4년이 더욱 험난할 것이라는 암묵적인 평가와 분석들이 지면에 쏟아지고 있다. 민심이 얼마나 더 흉흉해질지 예고해 준다. 최소한의 합리적 제안도 거부한 채 끝내 언론 관계법 등 악법을 처리하겠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와 저항의 강도가 얼마나 클 것인지 암시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태그:#미디어법, #이명박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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