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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 김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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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몰아주기식 배당으로 보수 성향 판사에게 재판을 받았던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재판 당시에도 '판사가 보수 성향이라서 상황이 안 좋다'는 말을 들었다, 설마 했는데 법원의 정치적 의도가 이제야 드러났다"고 입을 모았다.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들은 "그 판사가 판결하지 않았다면 형량이 훨씬 가벼워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예전부터 보수 성향 판사에게 촛불재판이 많이 배당됐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뚜렷한 근거가 없었다,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는 법원 해명을 누가 믿겠냐"고 일축했다.

"쓰레기 버렸다고 실형 받을 줄은 몰랐다"
'징역 1년 벌금 30만원' 김아무개씨

김아무개(49)씨는 지난해 6월 촛불집회 도중 <조선일보>를 비난하면서 코리아나호텔 회전문을 깨고 쓰레기를 던졌다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도주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그 뒤 같은 해 9월 징역 1년,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가 11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김씨는 "처음에는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닌데 벌금형이나 사회봉사명령 정도로 끝나겠지 싶었다"면서 "다른 판사가 재판했다면 징역 1년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을 받으면서 힘들었던 것은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겠나"라고 억울한 심경을 밝혔다.

사건을 맡은 최현오 변호사 역시 "아직도 1심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어지간히 편향되지 않고서는 나오기 힘든 판결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다른 집회에서 좀 더 과격하게 행동하다가 연행됐어도 이런 판결은 안 나온다, 게다가 김씨는 초범 아니냐"고 잘라 말했다.

최 변호사는 "도주죄 혐의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는데 일단 유죄로 결정되면 항소심에서 뒤집기가 어렵다"면서 "그래서 1심 재판 당시 '증거를 제출해봤자 이 판사에겐 소용없으니 1심은 빨리 끝내고 2심에서 제대로 싸워보자'는 논의도 나왔다"고 밝혔다.

퀵서비스맨으로 일하는 김씨는 연대보증으로 빌린 사채를 갚고 있는 형편인데, 4개월이 넘게 구속된 바람에 일당을 받지 못해 약 500만원을 손해봤다고 한다. 그는 "나 때문에 가족까지 고통받을 생각을 하니 너무 괴로웠다"면서 "그때 빚이 밀려서 타격이 크다, 요즘엔 잠도 찜질방이나 사무실에서 잔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과격하게 행동한 것은 후회하지만 촛불집회에 나간 것은 당당하다,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사정이 안 돼서 못 나가지만 지금도 촛불집회가 열리면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 사람은 '검사보다 더 검사 같은 판사'였다"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윤희숙 한청 부의장

지난해 6월 1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연 뒤 '대운하반대'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자료 사진).
 지난해 6월 1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연 뒤 '대운하반대'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자료 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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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부의장은 지난해 6월 촛불집회에서 사회를 맡았다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같은 해 9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처분 2년을 선고받았다.

윤희숙 부의장은 "재판 당시 다른 피고소인이나 수배자들과 만나 '보수 성향 판사에게 사건이 배당된 게 우연은 아닐 것'이라고 이야기하곤 했다"고 전했다.

윤 부의장은 "판사가 피고소인에게 불리한 심문을 주로 해서 방청객들도 '검사보다 더 검사 같다'고들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윤 부의장은 "결과적으로 보수 성향 판사에게 재판을 받아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증인들이 "피고소인은 폭력을 유도한 게 아니라 오히려 말리려 했다"고 증언할 때 판사는 "허가받은 집회였냐"고 물으면서 집회의 불법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사건을 맡은 이상훈 변호사는 "법원이 일괄 배당을 할 수는 있지만, 왜 하필 보수 판사에게 배당했는지 의도가 중요하다"면서 "법원 내부에서 암묵적으로 보수 성향 판사에게 사건을 배당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판사 성향은 몰랐다는 법원 해명에 대해서도 "(법원) 밖에 있는 우리들도 판사 성향은 다 안다"고 꼬집었다

"갈 데까지 간 법원, 놀랍지도 않다"
'징역 10월 벌금 30만원' 유아무개씨

유아무개(25)씨는 지난해 6월 촛불집회에서 망치로 경찰버스를 부수고 소화기를 난사했다가 특수공무방해죄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같은 해 9월 징역 10월, 벌금 30만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 역시 같은 해 10월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났다.

'촛불재판 코드배당' 의혹을 접하고 나서도 유씨는 의외로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검찰이나 법원이 정권의 나팔수라는 것은 다 알고 있지 않았냐"면서 "딱히 놀랍지는 않고 '갈 데까지 갔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고 말했다.

유씨는 "무거운 형량을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지만 다른 판사가 했으면 나았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1심 재판이 끝난 뒤 '이번에는 보수적 판사라서 형량이 무거웠고 2심에선 나아질 것'이라는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아직 대학생인 유씨에게는 실형의 전과기록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앞날이 구만리같은 청년인데 벌써부터 '붉은 줄'이 생기면 취업이나 사회생활에서도 차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유씨는 망설임 없이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그것 때문에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까지 받으면서 열심히 촛불을 들었는데 실패로 끝났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참여할 때는 눈에 보이는 변화를 기대했지만, 용산참사 등을 보면 지금까지도 사회는 바뀐 게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태그:#촛불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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