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신(두산)이 13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10일 경희대와 경기에서 슛을 쏘고 있다.

13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윤경신(두산)이 지난 10일 경희대와 경기에서 슛을 쏘고 있다.(자료사진) ⓒ 김귀현


"훌륭한 후배들이 많이 나와서 이 기록을 깨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 후 SBS-SPORTS 중계석에 앉은 윤경신의 한 마디. 독일 핸드볼 분데스리가(굼머스바흐, 함부르크)에 진출하여 골잡이로서 누릴 것은 거의 다 누려본 그였지만 겸손함이 느껴졌다.

이상섭 감독이 이끌고 있는 두산은 23일 낮 대구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09 핸드볼큰잔치 2차대회 성균관대와의 경기에서 간판 골잡이 윤경신(11골)의 빼어난 활약에 힘입어 36-26으로 이기고, 남은 경기(24일, vs. 충남도청) 결과에 상관 없이 3월 1일 성남에서 벌어지는 결승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앞으로 2년 남짓, 기록은 계속된다

지난 해 7월, 윤경신은 아름다운 뒷모습을 분데스리가에 남기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이곳에서 끝내고자 하는 뜻깊은 결정이었다. 한국 남자실업핸드볼 최강팀 두산과 3년 계약, 벌써 3월이 코 앞이니 이제 2년 남짓 남았다. 이제부터 그의 왼쪽 어깨가 돌아갈 때마다 기록이 바뀌게 되었다.

현 남자국가대표팀 감독 최태섭 감독이 이끌고 있는 성균관대와의 후반전 14분 27초, 오른쪽 45도 지점에서 왼손에 공을 쥔 윤경신은 왼 날개 김나성에게 긴 패스를 연결했다. 이 순간 수비를 하던 성균관대 선수들은 이른바 스카이 플레이를 직감했지만 2미터가 넘는 거구 윤경신을 막아내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핸드볼큰잔치 개인 통산 537번째 골이 터진 것이었다. 얼마 뒤 그는 정면에서 특유의 점프슛으로 한 골을 더 보태고 벤치로 물러났다.

이렇게 538득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윤경신은 경기 종료 직후 대한핸드볼협회가 준비한 조촐한 시상식에서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았다. 마침 그 자리에 의미 있는 두 인물이 스쳐 지나갔다. 물론, 축하 인사도 받았다.

이어지는 경기가 여자부 서울시청과 한국체대의 경기였다. 바로 그 인물들이 두 팀을 이끌고 있는 임오경, 백상서 감독이다. 공교롭게도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 선수로도 등록되어 있는데 등번호가 윤경신과 똑같은 77번이다.

그 상대 한국체대 여자팀을 이끌고 있는 백상서 감독은 이 경기 직전까지 윤경신에 의해 깨진 536골의 기록을 갖고 있던 주인공이었기에 더 감회가 새로웠으리라. 윤경신이 트로피를 받아들고 꽃다발 축하를 받고 있는 사이에 한국체대 선수들에게 몸풀기를 지시한 백상서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넘쳐흘렀다. 스포츠가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왼쪽)과 두산의 윤경신 선수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왼쪽)과 두산의 윤경신 선수(2월 16일 경기 자료사진) ⓒ 심재철


여자부 벽산건설도 결승 직행!

2차대회 마지막 하루(2월 24일)의 일정을 남겨놓고 있는 현재까지 경기 양상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지난 해 전국체육대회 일반부 금메달 두 팀(두산, 벽산건설)이 다시 한 번 트로피를 들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문지기 박찬영, 레프트백 오윤석, 피벗 박중규, 센터백 정의경, 라이트백 윤경신이 이끌고 있는 두산은 성균관대와의 경기를 여유 있게 끝내고 비교적 홀가분한 마음으로 충남도청(1승 2패)과의 2차대회 마지막 경기(24일 낮 3시 30분, 대구실내체육관)를 남겨놓게 되었다. 4승을 거둔 덕분에 다음 달 1일 성남에서 마무리되는 2009 핸드볼큰잔치 결승전에 먼저 도착한 것이다.

이보다 앞서 열린 벽산건설과 부산시설관리공단의 경기에서도 여자부 결승 진출팀이 일찌감치 결정되었다. 임영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여자부 최강 벽산건설은 전반전 중반에 끈질긴 수비로 승부수를 띄워 12점차의 여유 있는 승리(39-27)를 거뒀다. 센터백 김온아(9골)를 비롯하여 나머지 다섯 명의 공격수들이 고른 득점을 올려 최강의 실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이에 여덟 팀 풀리그로 순위를 가리고 있는 여자부에서 벽산건설은 전승(7승)을 기록하여 남자부 결승전과 같은 날, 같은 장소에 설 수 있게 되었다. 리그 순위 2, 3위 사이의 플레이오프(준결승 한 경기) 제도가 실시되기 때문에 24일 경기까지 끝나야 최종 순위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자부의 경우, 디펜딩챔피언 삼척시청(4승 1무 1패)이 2위를 달리고 있지만 24일 저녁 5시 안방팀인 대구시청(4승 2패)과의 리그 마지막 경기를 남겨놓고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용인시청(4승 2패)은 또 다른 새내기팀인 정읍시청(1승 5패)과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오프 진출 전망이 매우 밝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남자부 역시 24일 경기가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 문지기 강일구가 버티고 있는 인천도시개발공사가 3승 1패의 성적으로 2위를 달리고 있지만 HC 경남코로사(2승 2패)와의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충남도청(1승 2패)은 마지막 이틀동안 두 경기(23일 vs. 경희대, 24일 vs. 두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큰 부담을 안고 뛴다.

덧붙이는 글 ※ 2009 핸드볼큰잔치 23일 경기 결과, 대구실내체육관

★ 여자부 풀리그 : 벽산건설 39-27[전반 23-15] 부산시설관리공단

◎ 벽산건설 선수들 선방/득점 기록
문지기 오영란 선방3, 실점12(방어율 20%) / 송미영 선방13, 실점7(방어율 65%)
박정희 6골, 김경화 5골, 김남선 6골, 문필희 5골, 이상미 1골, 손은선 6골, 김온아 9골, 김선화1골

◎ 부산시설관리공단 선수들 선방/득점 기록
문지기 김영옥 실점4 / 박소리 선방10, 실점 35(방어율 22%)
윤아름 6골, 윤연지 1골, 조아람1골, 조지은 4골, 원미나 7골, 이은비 3골, 박수정 2골, 심인영 3골

★ 남자부 라운드로빈 : 두산 36-26[전반 18-7] 성균관대

◎ 두산 선수들 선방/득점 기록
문지기 박찬영 선방3, 실점10(방어율 23%) / 이동명 선방11, 실점16(방어율41%)
정의경 4골, 도요다켄지 2골, 박중규 3골, 임덕준 2골, 오윤석 4골, 홍진기 1골, 이동선 2골, 임효섭 3골, 김나성 4골, 윤경신 11골

◎ 성균관대 선수들 선방/득점 기록
문지기 고산욱 선방4, 실점20(방어율 17%) / 김신학 선방5, 실점16(방어율24%)
이준희 1골, 김재진 11골, 김양욱 5골, 최현우 1골, 이건웅 3골, 정진호 3골, 이성오 2골
윤경신 박중규 정의경 백상서 핸드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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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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